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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막차는 탄다’

기사입력 2016-12-20 10:29

▲전철 막차안내판(강신영 동년기자)
▲전철 막차안내판(강신영 동년기자)
새해 새 각오이다. 새해까지 갈 필요도 없이 지금부터도 당장 유효한 각오이다. 막차를 타고 귀가했더라면 문제없었을 텐데 밤새 놀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주로 어울리는 대상들이 많게는 10년부터 적게는 이삼년 연하의 남자들이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주말에 번개모임을 한다. 모이면 술 마시고 당구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술 마시고 당구치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전철 첫 차가 다닐 시간이 된다. 그전에 당구가 끝나면 일부러 전철 첫차 시간까지 시간을 끈다. 정작 전철이 다니기 시작하면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까지 하고 헤어진다. 귀가해서 잠을 보충하려 해보지만, 동이 터서 창밖은 환하고 사람들 소리가 들려 제대로 잠을 청하기도 어렵다.

올해 벌 써 세 번이나 밤을 새우며 그런 짓(?)을 했다. 처음에는 연하의 친구들과 전혀 기울지 않게 버텨낸 체력에 자부심을 가졌다. 적어도 체력적으로 밀리지는 않는다는 자신도 있었다.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몇 시간 후 3시간 걷기 운동모임에도 바로 나갔을 정도였다.

당구라는 공동의 놀이가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내 또래 시니어들은 당구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젊었을 때는 당구를 쳤더라도 너무 오래 안 치다 보니 흥미를 잃은 사람이 많다. 당구라는 것이 어울려 치다보면 묘한 승부욕이라는 것이 생긴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 하지만 일단 이기면 기분 좋고 지면 서운하다. 승패에 따라 게임비, 술값 등을 부담해야 하므로 이기려고 애쓴다. 한번 이겼으면 매번 이기면 미안하므로 그 다음 판은 져주자는 것은 아니지만 져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느슨하게 친다. 진 사람은 이기고 싶어 하고 이긴 사람은 피할 수 없으므로 응해준다. 그러므로 밤을 새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밤샘을 하고 나서 감기가 제대로 걸렸다. 20년만인지 하여튼 아주 오래간만에 감기라는 것을 제대로 앓게 된 것이다. 계속된 연말 모임에 지쳐있었고 그날은 이른 오후부터 만나서 술판을 벌였으므로 술도 꽤 취했다. 술을 깨자며 시작한 당구가 연전연패였다. 아침에 귀가하는데 택시나 전철을 탔으면 덜 했을 텐데 전철역이 멀어 버스를 갈아타며 오다 보니 길거리에서 떨어야 했다. 그리고 감기가 왔다. 일주일을 꼬박 앓았다.

10년 전 쯤 동호회 활동을 할 때도 끝나면 늘 뒤풀이를 했다. 일차에서 끝나고 헤어지면 좋은 마음으로 갔을 텐데 2차로 이어진 술자리에서 문제들이 생기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술이 취한 이유도 있고 몇 사람으로 압축되다 보면 깊은 수준의 대화가 오간다. 단출한 자리라서 좋을 때도 있지만, 돌이켜 보면 사고는 야밤에 일어났던 것이다. 술자리에서 다툼이 일어나고 택시 기다리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의 사고이다.

어느 자연주의 생활을 주장하는 사람의 책을 읽어보니 ‘날이 어두워지면 외출을 삼가하라’고 했다. 마귀가 활동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술꾼들은 술시가 되어야 그때부터 술 맛이 난다고 한다. 대낮에 술을 마실 수는 없으니 어두워져야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술꾼들이 술의 매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당히 마셔야 한다. ‘적당히’의 기준이 전철 막차 시간인 것이다. 새해 행동 지침이다.

이번 감기가 좋은 경고였다. 더 이상 밤을 새울 체력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아쉽더라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밤에는 자야하고 낮에는 깨서 활동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밤낮의 리듬에 맞춰 살아야 한다. 그래야 오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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