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나 자신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가족을 위해 꿈 정도는 양보하고 희생하는 삶이 미덕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여느 엄마처럼 아이들을 생활의 1순위에 놓고 희생하며 살아왔는데, 그런 엄마 때문에 미치겠다는 아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동안 무얼 위해 살아왔나?’ 억울하고 허무했다. 아들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으려면 밖으로라도 나가야 했는데,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순간 아들에게만 매달려 살아온 너무 무능한 엄마였구나 하는 마음에 참담했다. 그때가 50세 무렵이었다.
당시의 무너져 내리던 마음과 허망함은 어디서도 위로받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삶을 찾으려 노력했다. 우선 필자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봤다. 그러면서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여행을 즐기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여행 이야기를 글로 올리니 필자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필자가 주는 정보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즐거운 만남을 이어갔다. 또 간간이 글쓰기로 원고료도 받게 되었다.
필자는 ‘글을 써서 번 돈만큼만 여행을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열심히 글을 썼다. 글 써서 버는 돈이라고 해봐야 한 달에 20만~30만원이 고작이었지만 어떻게 하면 흥미로운 글을 쓸까 골몰해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 돈으로 필자가 원하는 여행을 알뜰히 계획하고 실행했다. 제주항공 프로모션으로 끊은 하노이행 비행기 티켓은 9만2400원짜리였다. 정책기자단 기사 하나에 10만원이니 기사 한 편이면 해결되는 참 놀라운 가격이었다. 호텔비는 3박에 173달러, 이 비용은 서울시 소통형 플랫폼 ‘내 손안에 서울’에 쓴 기사로 받은 원고료 19만원으로 충당했다. 필자가 온전히 글을 써서 번 돈으로 떠나는 여행들은 더욱 값지고 의미가 있다. 집 안에서 온종일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2~3년 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진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다.
요즘은 삶의 결이 달라지고 있다. “글을 쓰면서 생계를 꾸려나가기는 힘들다. 하지만 삶을 꾸리기엔 더없이 좋다.” 도리스 베츠의 말이 내 경우에 딱 맞는 말은 아니지만 글을 쓰는 삶이 나를 꿈꾸게 하고 여행하게 하고 또다시 글을 쓰게 하는 에너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