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타이거: 최강 전차군단(White Tiger, Белый Тигр)
러시아의 카렌 샤흐나자로프 감독이 만든 전쟁 영화이다. 주연에 비탈리 키시쳰코, 알렉세이 베르트코프, 블라디미르 일린이라는 사람들이 나오지만 알려진 배우들은 아니다.
배경은 2차 세계 대전이다. 소련이 베를린을 향해 진군해 나가던 시기였다. 소련군은 탱크에서 온몸에 화상을 입은 군인 한명을 발견한다. 신체의 90% 화상을 입게 되면 대개 사망하는데 이 병사는 놀랍게도 빠른 회복을 보인다. 그래서 소위로 임관되어 다시 탱크에 타게 된다. 이 무렵 독일군은 ‘화이트 타이거’라는 탱크가 신출귀몰하며 소련군 탱크들을 박살 낸다. 일반적인 탱크는 갈 수 없는 늪지대도 다니고 숨어 있다가 기습 공격도 해와 소련군이 베를린 진격하는데 큰 장애물이었다.
화상에서 복귀한 소련군 탱크병은 장교가 되어 화이트 타이거를 잡을 임무를 부여 받는다. 탱크들은 사람처럼 생명이 있어 탱크 세계에도 신이 존재하며 자신에게 화이트 타이거를 제거할 임무를 줬다며 몰두한다. 직속상관은 이 장교가 특별한 영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작전을 맡긴다. 과연 화이트 타이거의 기습 작전을 미리 알고 대비하여 대승을 거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트 타이거는 또 다시 종적을 감춘다. 소련군들은 화이트 타이거가 늪에 빠져 가라앉았을 거라며 안심하지만, 눈으로 보지 않은 이상 화이트 타이거는 아직 살아있다며 집요하게 추적한다. 폐허가 된 어느 마을에 들어갔을 때 탱크는 보이지 않았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결국 건물 속에 위장해서 숨어 있던 독일군 탱크들을 박살낸다.
그러는 와중에 독일군은 무조건 항복 문서에 서명한다. 전쟁은 끝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탱크 장교는 화이트 타이거에 대비해야 한다며 탱크를 다시 손질한다.
이 영화는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반길만한 작품이다. 모든 것이 실감나게 찍었다. 탱크들도 그렇고 포 사격으로 부서지는 장면 등도 그럴 듯하다.
드물게도 러시아 영화하는데서 더 관심이 간다. 러시아 영화는 음습하고 우울해서 미장센이 그럴 듯하다. 특히 전쟁 영화가 그렇다.
90% 화상으로 죽게 된 병사가 다시 살아났을 때는 몸 바쳐 적을 무찌르겠다는 오기가 생길 것이다. 온몸이 화상이니 살아 있어 봐야 존재 가치도 못 느낀다. 오로지 적을 무찌르려는 생각만 있다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신통력도 셍길 수 있을지 모른다.
독일군들은 패전했으나 뒷얘기가 의미심장하다. 사람들은 독일 사람들을 악마라고 욕하겠지만, 전쟁은 다윈의 진화론처럼 인류에게는 필요악이며 자기네들이 악역을 맡았을 뿐이라고 한다. 누구나 싫어하는 유대인들을 대신 학살해 줬다고도 말한다. 유럽 통일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시도는 해봤다고 자위하는 것이다.
패전국인 일본인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아베를 비롯한 일본 우익 정치가들이 옛 제국주의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야욕을 키워가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