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게 쉬운 일 아니다. 원래부터 화성과 금성에서 각각 살다 와서 DNA가 다르지만, 지구라는 별에 와서도 합해서 100년이 넘게 다른 세계를 살아 온 사람들이 맞춰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너무 다른 것에 이해가 어렵다. 청소년기처럼 이성적인 끌림이 우선 발동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나이쯤 되면 서로 이성이나 세태에 대해 아는 지식이 너무 많다. 순수한 감정으로 생긴 사랑보다 이해타산이 따르고 상대방을 의심한다.
여자들은 사랑을 상당히 비중 있게 보지만, 남자들은 생태적으로 그렇지 않다. 그동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밖에서 일하는데 온 정열을 쏟으며 살았다. 관심은 늘 밖에 있는 것이다. 늘 같이 있을 것 같고 온통 자기만 생각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랑은 물론 중요하지만, 여자들처럼 그렇게 큰 비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자기 남자가 바람이라도 피우지 않을까 매우 걱정한다. 어딜 가나 여자들이 많고 요즘 여자들은 매우 적극적이라 무섭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남녀 모두 그동안 살아 온 경험 속에 적절히 제어 장치가 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매력도 잃어 청소년기처럼 이성만 보면 무조건적으로 끌리지도 않는다.
남자들은 여자에게 푹 빠졌다가 이별 통보라도 받으면 큰 충격을 받으며 가슴이 무너진다. 괘씸해하기도 한다. 대부분 그래 왔기 때문에 다가오는 여자를 무섭게 생각한다. 여자들은 늘 머릿속에 사랑과 이별을 염두에 뒀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 있다. 반면에 남자들은 그런 생각 없이 사랑에 빠져 들었다가 갑자기 이별 통보를 받게 되면 충격이 큰 것이다. 남자들은 원래 그만큼 단순하다.
남자들은 “예스”, “노”가 분명한 편이다.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노‘라고 하지만, 노가 아닌 경우도 많다.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진심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남자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남자 앞에서는 농담도 가려서 해야 하는 것이다.
혼자 오래 산 사람들은 혼자가 얼마나 좋은지 안다. 익숙하기도 하다. 별 문제도 없었다. 같이 살려면 여러 가지 고민해야할 부분이 많다. 포기해야 할 것도 많고 새로 실천해야 할 것도 많아진다. 사랑이 그 모든 것을 다 커버하고도 남는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그런 불편을 감수할 결심을 하기 쉽지 않다.
혹시 늙어서 병들었을 때 누군가 수발을 해줘야 하니 반려자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미래의 일은 미래에 닥쳐봐야 알 일이다. 옆에 보호자가 있다 하더라도 냉대하거나 하면 없느니 못할 수 도 있다. 병들어 추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상대편이 병들어 병수발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