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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어 오피스 시대

기사입력 2016-06-28 17:18

개인 사업을 할 때는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몇 번의 인생 역정을 겪다 보니 재취업된 적도 있고 필자가 주문을 주던 회사에 상근하면서 개인 사무실을 폐쇄한 적도 있다. 한동안은 비즈니스와 관계가 있는 회사에 책상 하나 놓고 신세진 적도 있고 단순히 인적 관계를 빌미로 책상 하나를 빌려 쓰기도 했다.

집에도 컴퓨터가 있으므로 어지간한 일은 집에서 처리가 가능하지만, 집에만 있으면 엉덩이가 근질거려 나갈 일을 궁리하게 된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쉐어 오피스였다. 그전에도 소호 사무실이라는 형태의 사무실은 알고 있었다. 주로 창업을 목적으로 사무실을 필요로 하는데 혼자 쓰기는 비용이 부담되니 비서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장소도 공동으로 쓰는 방식이다. 그런데 나는 비서도 필요 없고 다만 아침에 집에서 나가 글 쓰는 일만 하면 되므로 그야말로 책상 하나만 있으면 되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집 근처에 쉐어 오피스가 있었다. 한 달에 15만원만 내면 된다. 하루 사용에 5천원 꼴인 셈이다. 세입자 대표가 있고 필자 같은 쉐어 오피스 사용자가 3명인 단출한 분위기였다.

이런 쉐어 오피스의 단점은 건물주가 나가라면 또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서 석 달 만에 다시 오피스를 옮기게 되었다. 다행히 세입자 대표가 인근에 적당한 사무실을 찾아 같이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4층 건물인데 4층에 기원과 반씩 나눠서 쓰게 되어 있다. 20평 정도라서 아늑한데 서향이므로 오후 햇볕이 좀 문제이다. 에어컨 성능이 좋은 편이라 실내 온도는 문제가 없다.

재미있는 것은 옆 기원 사장이 내가 사는 오피스텔 청소담당 아저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로 쓰레기를 분리하는 일을 했다. 종이류는 따로 고물상에 팔기도 해서 내가 종이류를 버릴 때는 다른 수집상이 가져갈까봐 직접 주기도 했다. 남의 건물 청소를 하기에는 인상이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볼 때마다 인사를 하긴 했었다. 나이도 비슷하다. 한가한 시간이 나면 같이 막걸리 친구를 해도 될 것 같다.

쉐어 오피스 사용자가 3명인데 필자가 가장 연장자이므로 가장 좋은 자리를 가지라고 했다. 사실 자리다툼이 선착순으로 정해지는데 이번에는 동시에 움직이게 되므로 좋은 자리를 고집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자기네들이 보기에도 내가 가장 연장자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덕분에 벽 쪽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같이 쉐어 오피스를 사용하는 사람 하나는 컴퓨터 게임을 연구하는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하루 종일 주식 시세를 보며 배팅하는 사람이다. 세입자 대표는 원래 발명품 연구 중인 것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니 사람마다 하는 일이 다르다.

쉐어 오피스는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 더운 날씨에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를 따로 들고 나르고 약간의 사무집기와 책들도 몇 번에 걸쳐 옮겼다. 컴퓨터를 이전하면서 내가 전선을 다 뺐다가 다시 끼워보기는 처음이다. 해보니 별 것도 아니다.

쉐어 오피스의 좋은 점은 주말 포함 하루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집에 있으면 TV 영화보고 잠자고 자주 먹기 때문에 건강상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일단 나오면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절제도 된다. 멀지는 않지만 걷는 거리도 운동에 조금 도움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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