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가 있었다. 안마의자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고, 의사들은 과대광고라며 손가락질하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안마의자 제조사들은 기업화됐고, 제조방식은 과학적이 됐다. 더불어 광고도 세련되게 변화했다. 이제 예전의 안마의자가 아니다. 안마의자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기술도 발전해 국산이 외국산과 동등하게 경쟁하기 시작한 것도 이젠 흘러간 뉴스가 됐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안마의자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956년 일본에서 출시된 마사지 체어를 꼽는다. 현대 안마의자의 조상인 셈이다. 파나소닉이나 이나다훼미리와 같은 일본 기업들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선 국산 제품이 강세를 보인다. 바디프랜드와 휴테크가 2010년을 전후로 시장에 선보여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이어 LG가 브랜드 파워를 무기로 뒤쫓는 형국이다. 물론 외국산 제품은 전통적인 강호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제조사들이 등장하면서 시장 규모도 훌쩍 커졌다. 업계에선 2007년 200억 규모였던 시장이 지난해에는 약 3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 성장세에 자극받아 쿠쿠전자나 동양매직 등도 본격적인 ‘참전’을 준비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도 과거의 안마의자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던진 지 오래다. 이미 바디프랜드 등 일부 회사에선 정형외과 전문의가 개발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고, 전문의들 사이에선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큰 부정적 측면은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잘 쓰면 의학적 효용 적지 않아
안마의자의 기술 수준은 비약적으로 향상돼 이젠 웬만한 마사지는 부럽지 않을 수준이 됐다. 팔과 다리는 공기 주머니 압력을 통해 자극하고, 허리는 뜨겁게 풀어준다. 밤에는 조용한 심야모드가 작동해 옆방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안마의자의 의학적 효과를 정형외과 전문의 윤홍기 원장(연세에이스정형외과병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의학적 측면에서는 안마라는 것이 근육이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근육긴장으로 인한 통증이 있는 부위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통증이 단순히 근육만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더 많으므로, 신경 압박에 의한 방사통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근육 통증은 효과가 전혀 없을 수 있습니다. 최근 안마의자들이 자랑하는 온열치료 역시 정형외과에서도 비슷한 치료를 하고 있으므로 근육을 이완시키고, 관절을 부드럽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죠.”
물론 무턱대고 안마의자를 맹신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되레 증상을 악화시키는 도구로 전락하는 것도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팔꿈치나 손목관절처럼 신경이 피부와 가까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신경을 자극하여 주관 증후군이나 손목터널 증후군 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해요. 특히 수면안마는 신중히 해야 합니다. 수면 시에는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저하되어 있으므로 과한 압박에도 통증을 덜 느껴 역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위약금 폭탄’ 주의해야
안마의자의 폭발적인 보급에는 판매방식 변화도 한몫했다. 국산화를 통해 가격도 낮아졌지만, 장기렌탈 제도가 도입돼 구매 부담을 더욱 낮췄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렌탈 기간을 39개월로 정해 놓았고, 월 부담비용은 15만원 내외다. 39개월간 렌탈 비용을 완납하면 그 이후는 내 것이 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 렌탈 기간을 39개월로 정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안마의자의 기기비용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감안했을 때 나온 기간이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렌탈 제도 도입 시 마사지숍에 가는 비용으로 집에서 안마를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뜻으로 금액을 정한 것이 업계 관례처럼 정착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안마의자의 경우 자주 기기가 교체되거나 유행을 타는 품목은 아니므로 장기 렌탈이 할부보다 유리하지만, 계약 기간 내에 해지할 경우 남은 렌탈료에 대한 위약금이 발생하고, 그 위약금이 ‘폭탄’ 수준인 경우도 많아 계약 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