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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의 性칼럼] 반갑지 않은 선물, 과민성방광

기사입력 2015-12-18 07:42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을 등에 지고 다니는 것같이 뜨거웠던 여름이 휙 지나가 버렸다. 눈 한 번 껌뻑하니 벌써 한 해를 마감할 준비를 해야 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광속으로 지나간다는 ‘나이와 시간의 상대성 이론’은 정말 존재하는 것 같다.

비뇨기과는 계절적으로 약간의 흐름을 타는 질병들이 있다. 낙엽이 떨어지고 날씨가 스산해지면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 상당수가 소변이 자주 마렵고 급해진다고 한다. A여사처럼. 그녀는 자제들을 모두 외국 대학으로 유학 보내고 1년에 한두 번 자녀들을 만나러 오가는 편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겨서 병원을 찾았다.

“교수님, 말하기 창피한데, 얼마 전에 갑자기 소변이 참을 수 없이 마렵더니 화장실을 가는 길에 벌써 쪼금 나와 버렸어요. 검은 바지에 외투를 입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런데 너무 당황해서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제가 일 년에 몇 개월을 외국에 있거든요. 최근에 폐경하면서 몸도 여기저기 안 좋아지더니 이젠 방광도 말썽이네요. 밤에도 소변 때문에 몇 번을 일어나는지 모르겠어요. 원래 제가 좀 예민한 편이긴 한데,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하는지 걱정입니다. 교수님, 저는 방광염이죠? 다음 달에 미국에 또 나가야 하는데, 약을 미리 타서 갈 수 있을까요?”

A여사의 문제를 정리해보면, ‘소변을 자주 본다. 소변이 갑자기 급해지면서 참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떤 경우엔 소변을 지리기도 한다. 밤에도 소변을 자주 본다. 폐경하면서 증상이 더 심해진 것 같다.’

그런데 부인의 소변 검사는 아주 정상이었고, 3일 동안 소변을 보는 시간과 양을 적어서 가져오게 했더니 1시간마다 한 번, 소량의 소변만 보는데, 매번 소변이 아주 급하게 마려워서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A여사는 아주 전형적인 ‘과민성방광’이라고 할 수 있다.

과민성방광이란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광이 너무 예민해져서 방광에서 소변을 저장하는 동안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방광 근육이 수축하여 급하게 요의를 느끼게 하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을 말한다. 과민성방광은 소변을 하루 8회 이상 자주 보는 ‘빈뇨’, 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 2회 이상 일어나는 ‘야간 빈뇨’,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는 ‘절박뇨’,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이 새는 ‘절박성 요실금’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흔히 의학적 지식이 없으면 방광염과 과민성방광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데, 제일 큰 차이는 방광염은 소변이 ‘세균에 감염된 것’이고, 항생제로 치료해야 하지만, 과민성방광은 ‘소변은 깨끗하지만 방광의 조절 기능이 문제가 생긴 것’이라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이 고장 나 당뇨가 생기면 당뇨 약을 먹어 조절해야 하는 것처럼, 과민성방광은 스스로 조절되지 않는 방광을 약을 먹어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조절해야 한다.

그런데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상황에 따라 기복이 있는 경우에는 방광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 치료를 하기보다 우선 부담이 덜한 치료를 시작해 볼 수도 있다.

그건 다음과 같다.

우선 생활 습관을 바꾸어 본다.

하루에 2리터, 3리터씩 지나치게 물을 많이 마시는 경우에는 우선 물 섭취량을 줄인다. 들어가는 게 많으면 나오는 것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너무 물을 적게 마시면 오히려 방광염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적당량을 섭취하는 게 좋다.

변비가 있다면 변비도 치료하여야 한다. 대변이 차 있다가 나오게 되는 통로인 대장과 방광은 서로 같은 신경 줄기에서 가지가 분포되어 조절을 받기 때문에 변으로 대장이 늘어나 있으면 방광에도 자극을 준다. 또한 변이 차 있는 대장의 부피 때문에도 방광이 자꾸 눌리니까 소변이 더 자주 마렵고 시원하지가 않다.

그리고 방광 훈련을 한다. 방광 훈련은 일정한 간격으로 소변을 보도록 스스로 배뇨 패턴을 기록하면서 조금씩 참는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2 시간마다 자꾸 소변을 본다면 소변이 마려울 때 바로 가지 말고 15분을 참아 보고, 그게 성공하면 30분, 1시간 하는 식으로 수일~1주일 정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방광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보통 병원에 오게 되면 이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 일상생활에 상당히 지장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과민성방광의 가장 흔한 치료는 약을 먹는 것이다. 방광의 수축력을 조절하고 소변을 잘 참을 수 있도록 고안된 다양한 종류의 약이 있고, 약효는 2~4주 이내에 나타나지만 최소 3~6개월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과민성방광은 나이가 들면 더 잘 생기기 때문에 소변을 자주 본다고 그저 나이 들면서 생기는 변화라고 넘겨 버리면 곤란하다. 소변을 정상 범위를 넘어 지나치게 자주 볼수록 방광은 오히려 세균감염이 되기 더 쉬워지고 몸은 더 피곤해지기 때문에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준다. 더욱이, 요즘 연구 결과로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복부비만 등이 복합되어 있는 대사 증후군 환자들은 방광에 문제가 생길 위험도가 더 높기 때문에 평소 자신의 방광 건강을 유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럼 소변은 얼마나 봐야 정상인 걸까?

정상 성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변을 보고자 느끼는 방광의 용적은 300cc 내외이다. 한 번에 이 정도의 양을 하루 4~6번 정도 본다. 즉, 3~4시간마다 한 번 보는 정도가 정상이다. 자기 전에 소변을 보면 아침에 일어날 때까지 안 보는 것이 정상이다. 이 범위를 심하게 벗어나고 있다면 비뇨기과를 찾아가 봐야 한다.

>>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대한성학회 상임이사, 대한여성 성의학 연구회 학술이사,

대한요실금배뇨장애학회 교육이사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거울 속의 나>, <넌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와 공동저서 <여성 건강하게 백세까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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