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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게 빛나는 천년의 신라를 가다

기사입력 2015-03-16 09:27

한국사람 치고 경주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고 특별한 도시다. 신라 천년고도의 숨결을 오롯이 머금은 역사의 땅. 언제 가도 반갑고, 가고 또 가도 새롭다. 경주는 그런 곳이다.

▲대릉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역사유적지구’

말 그대로 찬란하다. 하지만 제대로 알까. 그토록 찬란하다고 말하는 이유를. 잘 안다고 하면 만용이다. 가벼이 몇 번 다녀온 나그네 발걸음이면 그렇다는 얘기다. 경주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발길 닿는 곳마다 모두 문화유산이다. 화려했던 역사를 대변하듯 고적과 보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경주의 역사유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하다. 유적의 성격에 따라 5개 지구로 나뉜다. 천년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왕과 귀족들의 무덤군인 대릉원지구, 불교미술의 보고인 남산지구, 신라불교의 정수인 황룡사지구, 도성 방어시설의 핵심인 산성지구로 구분하고 있다.

대릉원 건너편에 있는 월성지구는 왕궁이 있던 자리다. 신라의 정치 중심지였던 곳으로 신라의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신라 김씨 왕조의 시조인 김알지의 전설이 깃든 숲이 있다. 신라의 신성한 숲으로 여겨지던 계림이다. 고목이 울창한 계림의 서쪽에는 내물왕릉을 중심으로 3기의 왕릉이 있으며 첨성대, 월성, 동궁과 월지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복원 중인 월정교와 교동 최씨고택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반달모양을 닮아 반월성이라고도 부르는 월성에는 아쉽게도 아무런 건물이 남아있지 않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언덕에 잔디가 깔려있을 뿐이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걷다 보면 궁궐터라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찬란했던 신라를 상상하며 궁성을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첨성대 야경

◇아! 신라의 밤이여

경주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야경이다. 해가 기울고 저녁 어스름이 찾아들면 경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다. 은은한 빛깔에 물든 신라의 밤은 여행자의 마음을 로맨틱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야경을 감상할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그 역시 월성지구가 정답. 고즈넉한 밤 풍경을 즐기며 산책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대릉원을 출발해 첨성대를 거쳐 동궁과 월지에 이르는 코스가 일품이다.

밤에 만난 첨성대는 낮보다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그윽하게 빛나는 신비로운 자태가 한순간에 마음을 빼앗아 간다.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유명하다. 하지만 명확한 자료가 없어 다양한 학설이 제기되며 여러 가지 추측을 낳기도 했다. 어쨌든 과학적인 우수성과 상징적인 가치에는 이견이 없는 우리의 국보로 그저 자랑스럽기만 하다.

▲동궁과 월지

◇야경의 화룡점정 ‘동궁과 월지’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동궁과 월지이다. 월성에서 도로를 건너 만나게 되는 이곳은 우리가 흔히 임해전지와 안압지로 알고 있는 곳이다. 임해전은 통일신라 시대를 연 문무왕이 지은 궁궐로 왕자가 머물던 동궁이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고 한편으로 당나라에 통일 왕조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건설했다. 또한, 임해전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었으며, 화초를 심고 진기한 짐승을 길렀다고 전해진다. 이곳에서 왕과 신하들이 국사를 논하고, 귀한 손님을 맞이하거나 경사가 있을 때 연회를 베풀었다고 한다. 연못에 반영된 야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신라를 여행하듯 몽롱한 기분에 젖어든다.

▲동궁과 월지

‘달이 비치는 연못’이란 뜻의 월지가 안압지로 불렸던 까닭은 이렇다. 신라가 멸망하고 임해전은 폐허가 되었다. 그것을 본 시인과 묵객들이 “화려한 궁궐은 간데없고, 연못에 오리와 기러기만 날아든다”는 구절을 읊조렸고, 그 후로 기러기 ‘안(雁)’자와 오리 ‘압(鴨)’자를 써서 ‘안압지(雁鴨池)’로 불리게 된 것이다.

80년대 안압지에서 발굴된 토기 파편에 ‘월지(月池)’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기에 원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당시 발굴 작업에서 출토된 유물이 무려 3만여 점이다. 통일신라의 문화와 왕실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물로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에 전시되고 있다.

동궁과 월지의 야경은 ‘신라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화려하다. 고요한 연못 위로 내려앉은 풍경은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다. 꿈속을 헤매듯 신비로운 광경에 사로잡혀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슬며시 밀려오는 아쉬움에 선뜻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시 누각 주변으로 몰려든다. 신라의 달밤, 그 풍경 속에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같지 않을까.

▲동굴과 월지 일몰

◇여행가이드

- 동궁과 월지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원화로 102

문의 : 054-779-8795~7

관람시간 : 09:00~22:00(입장 21:30까지)

입장료 : 어린이 600원 / 청소년 1,200원 / 어른 2,000원 / 무료(만 6세 이하, 만 65세 이상, 경주시민)

- 첨성대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인왕동 839-1

관람시간 : 09:00~22:00

입장료 : 무료

<글·사진 김대성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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