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곡 ‘퇴사할게여’·‘Dear my crazy soulmate’의 공통점

“결국 우린 할머니가 될 거고.” 최근 인기를 끄는 20·30대 젊은 가수들의 노래에 ‘할머니’가 연이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여기서 할머니는 나이 든 누군가가 아닌, 언젠가 마주할 노년의 자기 모습이다. 노년을 쇠퇴의 시기가 아닌, 지금의 삶을 이어가는 미래로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낭만적인 할머니 VS 이상한 그랜마

아이들 멤버 소연은 지난 7일 솔로곡 ‘퇴사할게여(Narr. 기안84)’를 발표했다. 제목 그대로 직장인들에게 퇴사를 권하는 노래다. 소연은 ‘이팔청춘’을 이야기하며 후회해도 좋으니 당장 문밖으로 떠나자고 노래한다. 공개 직후 이 노래는 현실에 지친 직장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청춘 힐링곡’으로 주목받았다.
사실 일탈과 낭만을 이야기하는 노래는 낯설지 않다. ‘퇴사할게여’에 색다른 지점을 더한 것은 뜻밖에도 ‘할머니’의 등장이다. 소연은 “결국 우린 모두 할머니가 될 거고, 뒤돌아보면 오늘 하루는 It was a romantic day(로맨틱한 날이었다.)”라고 노래한다. 무대에서는 이 대목에 할머니처럼 지팡이를 짚는 듯 허리를 굽히는 익살스러운 안무를 더해 눈길을 끈다.
후렴구에서는 노래의 메시지가 더욱 선명해진다. 노래의 엔딩 가사는 “나는 낭만적인 할머니가 되어서 뒤돌아보곤 오늘 하루를 It was a romantic day”이다. 이는 당장의 선택이 후회로 남을지라도 훗날 돌아봤을 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본 하루는 ‘낭만’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의미다.
‘퇴사할게여’ 뮤직비디오 역시 노랫말 속 미래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배우 선우용여가 깜짝 등장하고, 엔딩에는 노년의 모습으로 변한 소연이 등장한다. 미소 짓는 젊은 날의 소연의 모습과 낭만적인 할머니가 된 모습이 교차하면서 노래의 가사와 맞물려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아이유는 지난 10일 디지털 싱글 ‘Dear my crazy soulmate’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절친한 배우 유인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오랫동안 지금의 우정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을 노래했다. “같이 이상한 gramma 둘이 되는 게 꿈이야”라는 가사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는 실제 오랜 우정을 이어온 중견 배우 김영옥과 나문희가 출연한다. 교도관인 나문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김영옥이 일부러 경찰서 창문을 깨고 유치장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의 ‘이상함’을 이해하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김영옥과 나문희는 아이유와 유인나를 연상케 하며, 함께 나이 들어서도 우정을 이어가는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상상된다.
누군가의 할머니 아닌 ‘미래의 나’
대중가요는 주로 사랑과 이별, 우정 등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화자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물론 노년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김광석이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세월을 돌아보고, 왁스의 ‘황혼의 문턱’은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 노년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다. DJ DOC의 ‘DOC와 춤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즉, 대중가요에서 노년은 이미 나이 든 사람의 삶을 그리거나 인생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소연과 아이유의 노래는 조금 다르다. 아직 젊은 화자가 ‘언젠가 할머니가 될 나’를 미리 상상하고, 현재의 삶과 노년의 자신을 연결한다. 소연에게 할머니는 젊은 날의 선택을 낭만으로 기억하는 사람이고, 아이유에게 할머니는 오랜 친구와 여전히 엉뚱한 일을 함께하는 사람이다. 과거 노래가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며 노년을 그렸다면, 이들은 반대로 현재에서 미래의 노년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어떻게 늙을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젊어 보이는 외모나 건강을 넘어,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취향을 지키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어른에 대한 관심이다.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자신만의 노년을 보여준 밀라논나 장명숙, 솔직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 선우용여 등이 대표적인 ‘멋진 어른’으로 꼽힌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노년은 더 이상 일부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언젠가 마주할 자신의 미래다. 어떤 할머니·할아버지가 되고 싶은지 상상해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가장 긴 노후 준비인지도 모른다.
[TIP] 멋진 할머니·할아버지가 되려면?ㆍ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주저하지 않기 : “내 나이가 몇인데”라며 선을 긋지 말자. 새로운 문화와 기술에 관심을 두고 배우려는 호기심은 나이 들어서도 세상과 연결되는 힘이 된다.
ㆍ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 살아온 경험이 많다고 해서 언제나 정답을 아는 것은 아니다. 조언하기에 앞서 상대의 생각과 선택을 존중하고, 다른 세대의 이야기도 열린 마음으로 들어보자.
ㆍ몸과 마음 꾸준히 돌보기 : 멋지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과 마음이 바탕이 돼야 한다. 무리하지 않는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생활화하고, 자신만의 휴식과 즐거움도 챙기자.
ㆍ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쓰기 : 좋아하는 취미와 여행, 새로운 경험과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말자. 현재의 삶을 충분히 즐기는 것 역시 멋지게 나이 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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