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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커지는 노인 돌봄 수요’ 보험사 해법 될까

입력 2026-09-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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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위한 도심 요양시설 부족, 현재 구조로는 수익 내기 어려워”

▲16일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 '돌봄에서 산업으로: 시니어 케어 사업화의 조건'에서 권정아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경영관리 본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16일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 '돌봄에서 산업으로: 시니어 케어 사업화의 조건'에서 권정아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경영관리 본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박지수 기자 jsp@)

도심에 100명 규모의 요양원 하나를 짓는 데 350억~400억 원이 든다. 자기자본 150억 원을 넣어도 1년에 남는 돈은 약 3억 원이다. 보험사가 노인 돌봄 사업에 뛰어들기에는 수익성이 낮고 규제가 무겁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정아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 경영관리 본부장은 16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산학세미나에서 “150억 원을 투자해 연간 3억 원이 남으면 수익률은 1~2% 수준”이라며 “5억 원을 남겨도 3% 정도여서 이대로는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돌봄에서 산업으로: 시니어케어 사업화의 조건’을 주제로 열렸다.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는 하나생명이 요양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다.

하나금융그룹이 시니어케어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는 금융소비자의 고령화가 있다. 은퇴 이후에는 자산관리 수요가 연금과 상속·증여에서 병원비와 간병비, 돌봄 비용으로 넓어진다. 금융상품과 요양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대상은 부유층에 한정하지 않았다. 권 본부장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시설은 있지만, 중간소득층이 이용할 만한 양질의 서비스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회사는 시니어 주거시설보다 도심형 요양원을 먼저 공급하기로 했다.

다만 수요가 사업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권 본부장은 서울 인근에 100명에서 120명이 생활할 수 있는 요양원을 새로 짓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500평에서 700평의 부지가 필요하다. 토지 매입비 약 150억 원과 건축비 200억 원 이상을 합치면 총사업비는 최소 35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장기요양보험 수가는 정해져 있지만,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 금융비용은 계속 발생한다. 1~2인실 이용료를 받더라도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하면 가격을 크게 올리기도 어렵다.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하는 규정도 부담이다. 시설 다섯 곳가량을 운영해 규모의 경제를 갖추려면 토지 매입에만 약 1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게 권 본부장의 설명이다.

권 본부장은 “요양서비스와 건강관리를 준비해야 할 자회사의 인력 절반이 땅을 보러 다니고 부동산 개발을 맡고 있다”며 토지 소유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요양시설을 인수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길도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요양보호사 부족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면 임금을 올려야 하지만 현재 수가로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돌봄 인력의 처우를 개선한 시설이나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한 시설에 가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재가 중심의 통합돌봄만으로는 후기 고령자의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주장도 내놨다. 80~85세 이상 인구가 늘면 가정에서 제공하기 힘든 고강도 돌봄이 필요해진다. 가족이 돌봄을 위해 경제활동을 중단하면 또 다른 사회적 비용도 발생한다.

권 본부장은 재가 돌봄과 시설 돌봄을 함께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요양시설과 주거시설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니어케어를 산업으로 키우려면 돌봄의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민간이 지속해서 투자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16일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에서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김정은 삼성생명 시니어사업부 상무, 남현주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박지수 기자 jsp@)
▲16일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에서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김정은 삼성생명 시니어사업부 상무, 남현주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박지수 기자 jsp@)
▲16일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에서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김대환 동아대학교 교수, 천승환 생명보험협회 상무가 참석했다.(박지수 기자 jsp@)
▲16일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에서 토론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김대환 동아대학교 교수, 천승환 생명보험협회 상무가 참석했다.(박지수 기자 jsp@)

이어진 토론에서 김정은 삼성생명 시니어사업부 상무는 인력난의 해법으로 돌봄 기술을 제시했다. 김 상무는 국내 요양보호사의 평균 연령이 63.1세에 이르지만 청년층의 유입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수면 모니터링과 목욕 보조기기 등을 도입한 시설에 인력 배치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일본 사례를 들며 “요양산업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기술과 시스템을 활용하는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승환 생명보험협회 상무는 주거와 돌봄이 분리된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령자가 살던 주택을 떠나지 않고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천 상무는 보험사 요양 자회사의 시니어푸드 사업과 요양인력 양성이 허용된 데 이어 전산시스템과 스마트 돌봄 기기 개발도 업무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와 건물의 소유 의무가 입소자의 계속 거주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을 짚었다. 송 연구위원은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기존 규제의 목적을 대신할 장치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 임대차 기간과 임차권 등기, 소유자 변경 시 임대차 승계, 임대료 상한, 폐업 시 입소자 전원 계획 등을 대안으로 들었다.

남현주 가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규제 완화에 앞서 돌봄의 질을 담보할 조건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시설 정원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력 배치와 평가 기준을 충족한 시설이 수요가 많은 지역에 얼마나 공급되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남 교수는 “발제자가 제기한 문제는 민간 사업자의 수익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초고령사회에서 중증 노인의 돌봄을 어디에서, 누가, 어떤 조건으로 제공할 것인가라는 공적 질문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의 찬반을 넘어 완화에 필요한 조건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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