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된 아시아, 황혼이혼 증가에 주목수명 늘고 경제적 선택권 커져 인식 변화
1인 노후 빈곤·돌봄 공백 새 사회문제로

미국 CNN이 최근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확산하는 ‘황혼이혼’을 집중 조명했다. 고령화로 부부가 함께 보내야 할 노후가 길어진 가운데, 불행한 결혼생활을 감수하기보다 남은 인생을 독립적으로 살겠다는 중장년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6일 CNN은 ‘자유가 있다: 아시아 여성들이 50·60대에 남편을 떠나는 이유(‘There is freedom’: Why Asian women are leaving their husbands in their 50s and 60s)’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일본 여성 도야마 에이코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도야마 씨는 32년간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면서 가계도 지원했지만 남편이 자신의 인간관계와 직업 활동까지 통제했다고 말했다. 두 아들이 성장하고 남편도 아직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60세가 되자 이혼을 선택했다.
그는 이혼 직후의 감정을 “그저 행복했다”고 표현했다. 현재는 틱톡 방송을 하고 상담 활동과 새로운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결혼생활 당시의 불안보다 이혼 후 겪는 어려움이 낫다며 “무엇보다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CNN은 이 같은 사례가 일본만의 일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한국과 일본, 홍콩, 대만, 중국 등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아시아 지역에서 50세 이후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보수적인 가족문화와 경제적 의존 때문에 이혼을 선택하기 어려웠던 여성들이 교육과 경제활동을 통해 선택권을 갖게 된 점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일본에서는 2024년 장기 혼인 부부의 이혼 신청자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고 CNN은 전했다.
한국, 60세 이상 부부 이혼 역대 최다
한국의 통계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5월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이혼 건수는 8만8130건으로 전년보다 3021건 감소했다. 이혼은 6년 연속 줄었고, 전체 건수는 1996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적었다.
그러나 남녀 모두 60세 이상인 부부의 이혼은 1만3743건으로 전년보다 943건 늘었다. 1990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전체 이혼에서 60세 이상 부부가 차지하는 비율도 15.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비율은 2023년 13.0%에서 2024년 14.0%, 지난해 15.6%로 높아졌다.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한 부부의 이혼도 늘었다. 지난해 이혼한 부부 중 혼인 지속 기간이 30년 이상인 경우가 전체의 17.7%로 가장 많았다. 혼인 5∼9년 부부의 이혼 비율 17.3%, 4년 이하 부부의 16.3%보다 높았다. 평균 이혼 연령도 남성 51.0세, 여성 47.7세로 10년 전보다 각각 4.1세와 4.4세 높아졌다.
황혼이혼의 증가는 단순히 부부 갈등이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령 인구 자체가 증가한 데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이후에도 20∼30년의 삶이 남게 됐다. 자녀 양육과 생계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사람들이 노년기에 접어든 뒤 삶의 만족과 개인의 선택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CNN의 기사에서, 박상엽 미국 워시번대 사회학과 부교수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불행하고 충족되지 않는 결혼생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혼을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이혼보다 ‘졸혼’ 선호
실제 일본 시니어들은 법적 이혼보다 한 단계 낮은 ‘졸혼’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60∼74세 남녀 700명을 조사한 결과, 이혼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12.7%였지만 졸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39.5%에 달했다. 졸혼은 법적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부부가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생활을 하는 방식이다.
특히 여성의 졸혼 의향은 48.3%로 남성의 30.4%보다 크게 높았다. 여성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배우자와 평생 같은 생활을 이어가기보다 독립적인 삶을 원하는 셈이다. ‘배우자와 같은 묘에 들어가고 싶다’는 응답도 2016년 79.0%에서 2026년 70.2%로 낮아졌다. 반면 이상적인 부부상으로 ‘친구 같은 부부’를 선택한 비율은 같은 기간 63.0%에서 77.3%로 높아졌다.
혼자 생활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친구나 지인보다 혼자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일본 시니어는 66.4%였고, 혼자 카페나 식당, 술집에 가고 싶다는 응답은 2016년 37.4%에서 올해 48.6%로 증가했다. 결혼과 가족을 삶의 중심에 놓았던 기존 노년층과 달리 자신의 취향과 시간을 중시하는 시니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황혼이혼 증가는 새로운 사회문제도 낳을 수 있다. 고령 부부가 헤어지면 1인 가구가 늘고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도 커진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과 연금이 적은 고령 여성은 이혼 후 빈곤에 빠질 위험이 있다. 질병이나 장애가 발생했을 때 돌봄을 제공할 배우자가 없어 공공 돌봄과 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사회적 관계 형성 능력이 낮고, 요리나 가사 등 일상생활 능력도 부족한 경우가 많아, 황혼이혼 이후 고립과 생활 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황혼이혼은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이 확대된 결과인 동시에 가족이 담당해 온 노후 돌봄과 경제적 부양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외신이 아시아의 황혼이혼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렇게 노년의 이별이 고령화 사회의 가족관계와 복지 체계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로 확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