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부-최현석, 러닝맨-지석진 등 프로그램 속 고령 캐릭터, 나이 이유로 희화화 심각

최근 주말 예능 속 고령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희화화가 도를 넘고 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수 주말예능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SBS ‘러닝맨’, tvN ‘놀라운 토요일’의 공통점은 출연진 중 나이가 많은 ‘고령 캐릭터’의 존재다. 냉부에선 최현석 셰프가, 러닝맨에서는 지석진, 놀토에선 신동엽이 그 역할을 맡는다.
각 프로그램은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주제나 진행 방식이 전혀 다르지만, 이들의 롤은 비슷하다. 젊은 출연자들과 비교되며 유행에 뒤처지고, 트렌드를 따르려 하지만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신체적으로 뒤처져 놀림의 대상이 된다.
최근에 할아버지가 된 최현석 셰프가 대표적이다. 냉부에서 그의 호칭은 셰프보다는 할아버지, 어르신, 훈장님 같은 표현이 익숙할 정도다. 느려진 동작이나 실수, 소통의 어긋남을 나이와 연결해 희화화하는 장면이 프로그램 내내 이어진다. 방송에선 최 셰프를 두고 ‘에이징 커브’, ‘말을 잘 못 알아들어’, ‘예전 같지 않다’ 등의 표현이 계속된다. 지난 방송에선 “출근할 때 바지 안 입고 출근할 나이다”라는 발언도 나왔다. 그의 나이는 올해 53세로 실제 노인이 되려면 10년 이상 있어야 한다.
러닝맨의 지석진도 마찬가지다. 지난 방송에선 MZ세대 말투를 사용하는 그를 보고 “2년 전 유행하던 것”이라며 타박하면서, 젊은 세대와는 다른 존재임을 부각시킨다. 또 몸을 쓰는 게임을 자주 하는 야외 버라이어티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육체적 능력이 떨어지는 그의 존재는 “순발력이 떨어진다”며 게임 패배로 단정 짓기도 한다.
신동엽도 놀토에서의 사정은 비슷하다. 그가 최신 곡이나 가수를 모르는 것을 당연시하면서, 고령자들은 새로운 문화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만든다. 그의 발언이나 춤을 보면서 ‘복고풍’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타 출연진들과 분리시킨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단순한 장난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예능 안에서는 서로 친하고 가까운 사이의 농담일 수 있다. 특히 이런 장수 프로그램일수록 이런 모습은 자주 확인된다. 당연히 출연자나 진행자가 노인혐오를 목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주고받은 말이라도, 편집을 거쳐 송출되는 순간 사회적 메시지가 된다. ‘어르신’, ‘할아버지’, ‘늙어서 느리다’, ‘시대에 뒤처진다’는 식의 표현이 웃음과 결합할 때, 시청자는 고령자를 조롱의 대상으로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다.

국제기구도 이미 이런 문제를 경고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연령차별에 관한 글로벌 보고서’와 커뮤니케이션 가이드에서, 고령자를 일률적으로 ‘허약한’, ‘취약한’, ‘의존적인’ 존재로 묘사하거나 노화를 사회적 부담처럼 그리는 표현이 연령차별(ageism)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망’ 같은 비하적 표현이나 고령자를 사회 바깥의 ‘그들’로 분리해 말하는 방식 대신, 누구나 겪는 삶의 과정이라는 ‘우리’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유엔(UN) 인권기구들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고령자를 ‘비생산적’, ‘변화에 뒤처진 존재’, ‘보호만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일반화하는 시선이 차별과 배제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방송이 웃음을 위해 고령자를 느리고, 감각 없고, 시대에 뒤처진 존재로 반복 소비할 경우, 의도와 무관하게 연령차별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여러 세대가 함께 보는 예능일수록 이런 표현은 더 무겁게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런 말들이 여러 세대가 함께 보는 가족 예능에서 반복된다는 점이다. 지상파 전반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예전만 못하지만, 예능은 여전히 어린 시청자와 젊은 세대까지 폭넓게 끌어들이는 드문 장르로 꼽힌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고령 출연자를 놀리거나 낮춰 부르는 표현이 웃음으로 소비되면, 어린 시청자들은 이를 노인을 대하는 자연스러운 태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노인 인권 관련 기관들이 특히 경계하는 것도 바로 이런 무의식적 학습과 편견의 확산이다.
예능은 출연자의 캐릭터를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놀리고 받아치는 흐름으로 웃음을 만드는 장르다. 때문에 방송을 지나치게 엄숙한 공간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다만 웃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농담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특히 연령을 이유로 한 비하와 조롱은 이제 방송 안에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 사회가 이미 달라지고 있는 만큼, 방송 언어와 감수성도 그 변화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