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명 설명을 들었는데, 막상 해보면 다시 모르겠어요.”
중장년 이후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스마트폰 기능 하나를 배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몇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이제 배우는 능력이 떨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변화를 단순한 능력 저하로 보지 않는다. 배움의 방식과 속도가 달라지는 과정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속도’와 ‘양’에서 차이나는 배움
새로운 것을 익히는 과정에는 이해, 기억, 반복이라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나이가 들수록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부분은 정보 처리 속도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ging)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속도가 점차 느려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질병이 아니라 정상적인 변화로 분류된다.
중요한 점은 속도가 느려진다고 해서 학습 능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기존 지식과 경험은 새로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또 하나의 변화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다. 인지심리학에서는 이를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정보를 잠시 저장하고 처리하는 능력인데, 나이가 들수록 이 용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설명을 들을 때는 이해한 것 같지만, 막상 혼자 해보면 중간 과정이 비어버리는 일이 생긴다. 기억이 사라졌다기보다 처음부터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는 것에 가깝다.
2014년 호주에서 발표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작업 기억의 신경 상관관계에 대한 연령 관련 변화’에 따르면 40~60세와 61~82세를 비교한 연구에서, 고령 집단은 작업기억의 회수 단계에서 좌측 전두엽 활성 저하를 보였다. 이로 인해 작업기억 수행 저하가 생긴다고 호주의 연구진들은 해석했다.
‘경험’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해
중장년 이후에는 오히려 경험이 많을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뇌는 이미 익숙한 방식과 경험을 기준으로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디지털 기기나 최신 기술은 과거에 익힌 방식과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뇌는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새 정보를 동시에 맞추려 하기 때문에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질 수 있다.
즉, ‘이해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기존 방식이 견고해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에 가깝다. 그래서 학습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오히려 정상적인 흐름에 가깝다. 현장에서 중장년 학습자를 많이 접한 교육 전문가들도 비슷하게 말한다. 한 번에 끝내려 하기보다, 과정을 나누고 반복하는 방식이 장기적인 이해와 활용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은 곧 반복과 정리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지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장년층 온라인 학습에 대한 실증 연구에서는 반복학습이 학습 몰입, 흥미, 만족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고, 성인 학습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들도 반복과 체계적 설계가 최종 학습 성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한다. 이는 “시간은 더 걸리지만, 잘 반복하면 이해 수준과 활용 능력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해준다.
배우는 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배움은 분명 달라진다. 하지만 이는 능력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방식이 바뀌는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예전처럼 빠르게 배우려는 데에 집착하기보다, 지금의 속도에 맞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시간이 더 걸릴 뿐, 배움 자체가 어려워진 것은 아니다.
느려졌다고 느끼는 순간은 사실, 더 정확하게 배우고 있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훨씬 수월하게 배우기 위한 팁① 한 번에 하나씩 익히기 여러 기능을 동시에 배우기보다 한 단계씩 나누는 것이 효과적이다.
② 반복을 전제로 받아들이기 한 번에 익히지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③ 직접 해보는 시간 늘리기 설명을 듣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해보는 것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④ 익숙한 것과 연결하기 기존 경험과 연결하면 이해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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