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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치과위생사 의무 배치 온도차, “검진·방문관리 먼저”

입력 2025-12-15 11:31

통합돌봄 시행 앞두고 국회서 첫 공식 토론회… ”필수 돌봄엔 공감, 제도화는 난제”

요양시설 ‘구강관리 부재’ 인식 공감

‘물리치료사 모델 배치’ 예산이 문제

의료기사법 등 넘어야 할 현안 많아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노인요양시설 치과위생사 배치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요양원 치과위생사 의무 배치와 방문 기반 구강관리 확대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이준호 기자)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노인요양시설 치과위생사 배치 방안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요양원 치과위생사 의무 배치와 방문 기반 구강관리 확대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이준호 기자)

내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이 본격화되는 시점을 앞두고, 노인요양시설 치과위생사 의무 배치에 대한 첫 논의가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열린 ‘노인요양시설 치과위생사 배치 방안’ 토론회에서 대한치과위생사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등 관계자들은 돌봄 현장에서의 노인 구강관리 필요성에 대해 모두 공감했지만, 토론 과정에선 노인요양시설 치과위생사 배치 의무화가 당장 실행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도 재확인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강관리는 영양 섭취와 감염, 정신건강, 생명까지 연결되는 중요한 영역인데도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의 인력 배치 기준에는 치과위생사 배치 기준이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철수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도 “요양시설 노인의 사망 원인으로 ‘폐렴’이 많고, 그중 흡인성 폐렴이 적지 않다”며 구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 발제에 나선 장천식 한국노인복지중앙회 사무총장은 “요양시설 평가체계에 구강관리 교육 지표가 일부 포함되는 등 ‘첫 시작’이 열렸지만, 전담인력이 없어 시설은 구강보건 사각지대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자의 무관심과 종사자의 전문성·지식 부족이 맞물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된다”고 토로했다. 장 사무총장은 구강관리를 선택이 아닌 ‘필수 돌봄’으로 전환하고, 시설이 구강건강을 포함한 전신 건강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법·정책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에서 김민영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정책이사는 발표를 통해 치과위생사 배치가 필요한 이유를 데이터로 확인시켰다. 그는 K-스마일케어 사업을 소개하며 “1년 동안 서울·경기 4개 요양시설에서 월 2회 방문 방식으로 운영했으며, 총 57회 방문을 통해 344명의 어르신에게 1447건의 구강건강 관리가 제공됐고, 치과의료 인력이 누적 462회 현장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이 과정에서 시설 어르신들의 구취·염증·통증이 좋아지며 식사량이 회복되고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변화가 나타났고, 일부 기관에서는 겨울철 폐렴 감소 사례도 보고됐다”고 했다. 특히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병원·외래 입원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기관도 있었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노인요양시설 치과위생사 배치’에 대한 접근 방식이 뚜렷하게 갈렸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는 의무 배치 기준을 명확히 법에 담지 않으면 구강관리가 언제든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강조한 반면, 보건복지부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일부 관계자들은 재정과 제도, 인력 수급 현실을 들어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발표 이후 토론에서는 치과위생사 배치의 제도화 방향을 놓고 온도차가 드러났다. 발제에서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등 관련 기준을 손질해 치과위생사 배치기준을 신설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 반면, 장기요양보험 재정과 사회적 합의가 수반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가능한 제도 개선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자는 입장 등이 제기됐다.

김민영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정책이사는 토론에서 “시범사업이나 방문 형태만으로는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며 “요양시설 안에 책임 주체가 있어야 교육도, 기록도, 연계도 굴러간다”고 말했다. 그는 물리치료사 의무 배치를 예로 들며 “요양시설 종사자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전문 인력이 상주하거나 최소한 상시 관리 체계를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구강정책과 변루나 과장은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그는 “의무 배치는 곧바로 국가 재정과 장기요양보험 수가 문제로 이어진다”며 “지금 단계에서 제도를 넓히기보다, 이미 제도 안에 있으나 활용되지 못한 영역부터 손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변 과장은 “시설 어르신들이 그동안 건강검진에서 배제돼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사회복지시설·장기요양시설 등 각종 시설의 수급자에게도 출장 건강검진이 가능하도록 관련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홍수현 부회장은 치과위생사 배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상주 인력보다 정기 방문, 시설 맞춤형 관리, 요양보호사 교육과의 결합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치과 인력이 주 1회 또는 월 2회라도 정기적으로 시설을 방문해 관리한다면 현장의 체감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란 대한치과위생사협회장이 국회에서 열린 ‘노인요양시설 치과위생사 배치 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요양시설 내 구강관리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박정란 대한치과위생사협회장이 국회에서 열린 ‘노인요양시설 치과위생사 배치 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요양시설 내 구강관리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이준호 기자)

토론에선 ‘노인 구강관리를 어떻게 돌봄 제도 안에 안착시킬 것인가’라는 고민도 논의됐다. 김용익 돌봄과미래 이사장은 “통합돌봄은 직역 하나를 넣고 빼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영역이 실제로 섞이게 만드는 구조의 문제”라며 “치과위생사 배치 논의는 복지 영역 안에 보건·의료 기능을 어떻게 들여놓을 것인지에 대한 상징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모든 시설에 상주 인력을 두기 어렵다면, 방문관리·검진·교육·연계를 묶은 중간 단계 모델을 제도화하는 것도 하나의 길”이라고 제안했다.

임지준 대한치매구강건강협회 회장은 ‘재원’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시립요양원 구강보건실 설치가 축소된 사례를 들며 “내년 방문 치과진료가 시행되더라도 건강보험 재정이 뒷받침될지 불확실하다”며 예산 확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장기요양기관 시설급여 평가 매뉴얼에 신설된 구강교육 관련 항목 가운데 외부 전문가를 ‘치과의사 등’으로 표기한 부분에 치과위생사를 명시적으로 추가하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토론회는 치과위생사의 노인요양시설 배치 의무화가 현실에선 녹록지 않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물리·작업치료사 등 의료기사 단체들은 자신들이 의무 배치된 요양원에 상주 의사가 없지만, 의사의 지도를 의무화하는 의료기사법으로 인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의료기사의 업무 근거를 기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의뢰’로 넓히자고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여야 의원들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치과위생사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대한치과위생사협회 역시 의료기사법 개정에 동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날 대한치과의사협회 홍수현 부회장은 “지도 치과의사나 촉탁의의 지시서를 통해 요양원 내에서 필요로 하는 제한된 치과의료행위는 현 제도 하에서도 문제없이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란 대한치과위생사협회 회장은 “치과위생사의 노인요양시설 배치 의무화에 대한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돌봄 현장에서 치과위생사들의 필요성이 인식된 것에 의미를 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논의가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협회가 중심이 돼 보건의료 당국과 협의하며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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