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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잠재 인력 깨우자” 日, ‘희귀병 노동자’ 도입

입력 2025-12-09 10:54

난치병 환자 사회참가 백서 발간… 증상 변동에 따른 3가지 근무 유형 제시

(어도비스톡)
(어도비스톡)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일본 사회가 난치병 환자의 노동력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제도와 사회적 편견 탓에 노동 시장에서 배제되었던 이들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일본의 비영리법인 양육 월드 산하 ‘난치병 환자의 사회참가를 생각하는 연구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난치병 환자의 사회참가 백서'를 발간했다. 이 백서는 난치병 환자를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닌, 새로운 노동력인 '희귀병 노동자'로 재정의하고 구체적인 취업 모델을 제시해 관심을 받고 있다.

백서는 난치병이나 만성 질환을 안고 일하거나 일하려는 사람들을 '희귀병 노동자'로 명명했다. 여기서 희귀병은 '희귀 질환'을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원 제도가 드물고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며 △일할 선택지가 적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백서는 난치병 환자의 증상 변동 패턴을 분석해, 기업이 이들을 고용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세 가지 근무 유형을 제시한 점이 특징이다.

첫째는 '느릿느릿 스타일'이다. 수주에서 수개월 단위로 컨디션이 완만하게 변하는 유형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만 피하면 풀타임 근무도 가능하다. 둘째는 '그럭저럭 스타일 '로, 수일에서 1주 단위로 컨디션이 파도처럼 오르내리는 유형이다. 이 경우 단시간 근무나 유연 근무제가 권장된다. 셋째는 '변덕 스타일'이다. 하루 중에도 컨디션 변화가 큰 유형으로, 초단시간 근무가 적합하다.

백서는 일본 내 난치병 지원 제도의 허점을 '빙산 모델'로 설명한다. 일본 정부의 의료비 지원 등을 받는 '지정 난치병' 환자는 약 126만 명으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반면 수면 아래에는 법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어 지자체의 독자적 지원에만 의존하거나 방치된 약 600만 명 이상의 '제도적 공백' 지대 환자들이 존재한다고 추산했다.

실제로 연구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직 활동 시 병명을 공개했을 때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62.8%, 취업 중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56.6%에 달했다. 또한 현재 풀타임으로 일하는 환자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단시간 근무나 유연 근무를 희망하고 있어,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0월,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 산정에 장애인 수첩이 없는 난치병 환자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2027년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취업이 어려운 난치병 환자에게 고용의 문을 여는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연구회 측은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내놓았다. '장애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섬유근육통, 만성피로증후군 등 '난치성 만성 질환' 환자들이 여전히 배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회는 "개별적인 취업 곤란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하며,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600만 명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난치병 환자는 장애등급 판정 여부에 따라 지원 정도의 차이가 큰 상황. 등급이 없다면 일부 민간단체에 의지해야 한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지난 2023년 희귀질환 환우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희귀질환 환우 대상 국가 지원실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48.3%는 타인의 도움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64.8%는 투병 전보다 생활수준이 낮아졌다고 대답해 이들의 사회참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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