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재단, 1만명 조사… 60대, 고임금·정규직보다 30시간 미만 근로 선호

서울시에 거주하는 40~64세 중장년층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향후 5년 안에 이직이나 재취업 등 새로운 일자리를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은퇴 준비 세대가 아니라, 노동시장에 계속 남아 일하고 싶어 하는 핵심 경제활동 인구라는 의미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정기간행물 ‘중장년 정책 인사이트’ 2025-10호를 발간하고, 2025년 중장년 일자리 연구성과와 향후 과제를 정리했다. 재단은 서울시 거주 만 40~64세 중장년 2만1528명을 대상으로 사전 실태조사를 실시한 뒤, 이 가운데 향후 5년 내 구직 의사가 있는 1만6명을 뽑아 온라인 심층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서울시 중장년의 82.6%가 이·전직 및 재취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를 서울시 전체 중장년 인구로 환산하면 약 289만명 수준이다.
보고서는 중장년층을 하나의 단일 집단이 아닌, 상이한 위험 요인을 가진 이질적 집단으로 규정했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고숙련 전문인력은 ‘추락 위험’에, 생애 전반에 걸쳐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를 전전해 온 계층은 ‘빈곤 위험’에 각각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고숙련 그룹은 40·50대 초반에 집중돼 있고, 재취업 시 기존 임금과 고용 형태를 유지하기를 강하게 희망하는 반면, 저임금 그룹은 50대 후반 이후 비중이 커지며 “낮은 임금이라도 수용하겠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현재 경제활동 상태에 따라 구직 희망자는 임금근로자(72.2%), 비임금근로자(5.6%), 비취업자(22.2%) 세 집단으로 나뉜다. 임금근로자는 사무·전문직 비중이 67.9%에 이르고 정규직 비율이 72.3%로 높았다. 비임금근로자는 66.9%가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였고, 월 순소득 100만원 미만이 62.9%,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응답도 23.0%에 달해 소득 불안정이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취업자는 주부(57.1%)와 정년·명예퇴직자(24.9%)가 대부분이지만, 95.8%가 과거 근로 경험이 있어 ‘경력 단절 인력’으로 분류됐다.
임금 기대 수준에서도 성별 격차가 컸다. 희망 월평균 임금은 남성이 463만원, 여성이 299만원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조건으로는 남녀 모두 4대 보험 제공 여부와 임금 수준을 꼽았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직장과의 거리’(13.2%)와 ‘근무시간’(10.6%)을 더 중시해 일·가정 양립과 생활 편의를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40대, 50대, 60대의 일자리 인식이 뚜렷하게 갈렸다. 40대는 희망 임금이 평균 430만~447만원 수준으로 높고, 정규직 선호도도 89.5%로 가장 높아 ‘성장과 보상’을 중시하는 핵심 인력 세대로 규정됐다. IT·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교육에 대한 정책 수요도 65.9점(100점 만점)으로 높은 편이었다. 50대는 기존 사무직 위주에서 설치·정비·생산직, 영업·판매·운전직 등 다양한 현장 직무로 관심을 넓히며 현실적인 경력 전환을 모색하는 ‘브릿지 세대’로 평가됐다. 50대 후반의 경우 희망 임금과 수용 가능한 최저 임금의 차이가 약 103만원으로 줄어드는 등 임금 기대 수준을 조정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60대는 고임금·정규직보다 건강, 유연 근로, 사회적 기여를 더 중시하는 ‘활동적 노년 세대’로 요약됐다. 주 30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49.4%로 가장 높았고, 기간제·단기 임시직 등 비정규직 수용 의향도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향후 필요한 정책으로는 공공·사회공헌 일자리 확대가 72.7점으로 1순위에 올라, 생계뿐 아니라 사회참여 욕구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중장년 일자리 미스매치의 원인을 “연령 그 자체가 아니라 직무 역량의 간극”으로 진단했다. 중장년 구직자는 과거 경력에 기반한 관리·사무직을 선호하며 기존 지위와 처우 유지를 희망하는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적응 가능한 실무형·융합형 인재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중장년 고용을 꺼리는 이유로는 디지털 적응력 부족, 높은 희망 임금, 조직 융화의 어려움 등이 지적됐다.
이에 따라 재단은 ‘가늠하기-준비하기-넓히기’로 이어지는 서울형 중장년 일자리 생태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먼저 ‘가늠하기’ 단계에서는 서울형 표준 경력설계 모델을 브랜드화하고, 기초직업역량과 직무별 역량을 정밀 측정하는 진단 도구를 개발해 개인별 위험 유형을 평가하도록 했다. ‘준비하기’ 단계에서는 중장년 훈련 혁신 허브를 구축해 생성형 AI, 스마트팩토리 등 디지털 전환 수요에 맞춘 실전형 재교육·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훈련기관에 ‘학습자 보장제’를 도입해 교육 품질을 책임지도록 했다. 마지막 ‘넓히기’ 단계에서는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기 위해 중장년 고용 유지, 교육훈련 참여, 일터 혁신 등 기여 활동을 계량화해 마일리지로 적립하고, 세제 혜택이나 공공 입찰 가점, 우선구매 등 인센티브로 환원하는 ‘든든일자리 마일리지’ 제도를 제안했다.
재단은 “중장년 일자리 문제는 개인 노력의 영역을 넘어 노동시장의 구조적 과제”라며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 유관 기관, 민간 협회 등이 참여하는 ‘동행 포럼(가칭)’을 구축해 정책 간 칸막이를 없애고, 서울시가 단순 재정지원자를 넘어 중장년 노동시장의 플랫폼이자 조정자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