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식이 만난 귀촌 생활] 전남 화순군 시골에 사는 송소윤

거실 창밖으로 나무와 산이 보이고, 그 너머엔 흰 구름을 품은 하늘이 환하다. 바깥 풍경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차경(借境)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집이다. 올해로 귀촌 15년 차에 이른 송소윤(54)이 남편과 단둘이 사는 2층 집이다. 그런데 유난히 창이 즐비하다. 이건 차경 효과보다 더 나은 쓸모를 확보하기 위에 집어넣은 장치다. 다수의 창문을 통한 원활한 환기로 외부의 깨끗한 공기를 실내에 들여놓고 사는 게 건강생활의 기본이라고 봤던 것이다.
한편 이 집안의 식사법에도 특별한 게 있다. 늘 채식 식단으로 밥상을 차린다. 송소윤은 못 말릴 채식주의자다. 완전한 채식을 건강 유지의 마법쯤으로 여긴다. 죽을 지경의 중병에 걸린 사람도 살릴 수 있는 게 채식이라고 믿는다. 무슨 근거로? 송소윤 자신이 또렷한 본이다. 그는 병원 치료로 고칠 수 없었던 말기 난소암을 채식 중심의 자연치유 요법을 통해 완치했다.

말기 암, 그 끔찍한 쓰나미가 들이닥친 건 송소윤의 나이 27세 때였다. 불안과 슬픔이 깊었으리라. 그러나 극복했다. 배를 절개하고 실시한 대수술에 이어 항암 치료를 했지만 무위에 그쳤던 걸 자연요법으로 가뿐히 해결했다는 게 아닌가. 자연이 베푼 물·공기·햇빛으로 몸의 독소를 씻어내고, 자연 상태에 가까운 유기농 산물을 섭취해 무너져가던 육신을 복구했다. 기죽어 스러져가던 마음에도 생기가 차올라 안정을 되찾았다. 요컨대 자연이, 또는 자연에 근접하는 삶의 스타일이 그를 살렸다. 고향이자 오랜 삶터였던 광주광역시를 벗어나 귀촌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골에 눌러 살며 몸과 마음에 자연을 집어넣고 지내는 게 건강하고 조화로운 삶의 첩경이라고 판단했다. 먼저 암 이야기부터 들어볼까.

어떤 경과를 거쳐 암 판정을 받았나?
“초기 증상은 대수롭지 않았다. 구토, 미열, 체중감소 정도의 증세가 있었다. 병원에선 위염이라며 약을 줬지만 차도가 없었다. 이후 큰 병원에서 받은 정밀검사 결과 난소암 말기 판정이었다. 날벼락을 맞은 듯 비통한 심정이었다. 죽음이 현관문을 노크하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27세 청춘에게 말기암이라니….
“당시 난 미혼이었다. 복잡하고 괴로운 생각이 엄습해 눈물만 흐르더라. 병세는 나쁜 쪽으로 치달았다.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은커녕 악화만 가속됐다. 자궁과 장과 임파절로 전이됐고, 1년 시한부 판정까지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병상을 지키며 극진히 간병하던 언니마저 난소암 진단을 받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런! 자매가 함께 암 투병을?
“우리 집안엔 자궁암 가족력이 있다. 외할머니와 엄마가 자궁경부암으로 고생하셨다. 다행히 언니는 조기 치료를 해 암의 감옥에서 신속히 벗어났다. 병원 치료는 아예 포기한 대신, 여수에 있는 자연치유 요양원에 들어가 요법을 따른 게 ‘신의 한 수’였다. 놀랍게도 3개월 만에 암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으니까.”
그렇다면 당신에게도 살 길이 열린 게 아닌가.
“맞다. 자연요법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언니의 강권과 인도로 짐을 싸들고 여수의 그 요양원에 입원했던 거다. 그리고 비로소 난소암에서 해방됐다. 불과 7개월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암 수치가 0으로 떨어지고, 혈액검사 결과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후 정기적으로 받은 검사에서도 암의 징후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자연요법, 어렵지 않아
속된 말로 다 죽어가던 사람이 살아난 셈이다. 난데없이 나타나 미친 듯이 몸을 파고들어 주인 행세를 하던 암이, 어느 순간 뚱딴지처럼 간데없이 사라지다니. 사람의 몸이 이렇게 기묘하다. 잔인하면서도 참신해 독창적인 스릴러처럼 사람을 겁주고, 울리고 웃게 한 암의 궤적들. 육신의 분투. 송소윤은 자연요법에 착실히 부응한 자신의 몸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정상으로 돌아온 몸을 바라보며, 그는 정작 깊은 슬픔에 사로잡혀 봇물 터진 양 격한 울음을 터뜨렸단다. 출산이 불가능한 여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재능은 무한해 기어이 고난을 넘어서곤 한다. 하지만 원하는 걸 다 가질 순 없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송소윤은 잠깐의 애상에서 벗어나, 새벽처럼 다시 열린 자신의 다행스러운 현실을 직시했다. 그리고 이제 내 갈 길을 알차게 걸어가면 된다는 쪽으로 생각을 모았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맸던 사람답게 삶과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 자신을 발견하고, 어쩌면 생애 최초의 경험에 속할 큰 만족과 자신감으로 고무됐던 것 같다. 그러면서 보다 좋은 삶을, 보다 따뜻한 인간관계를 영위하며 한 톨 시간 낭비 없는 나날을 살고자 했다. 이렇게 다시 태어났다.
“병을 극복하고 깨달은 게 있다. 암이 재앙이 아니고 축복이었다는 걸! 내면의 변화랄까, 나 자신이 편협하게 살았던 이전과 달리 긍정적이고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변한 걸 자각하고 기뻤다. 암 투병을 하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을 진실을 찾은 느낌이었다. 하고 싶은 일도 있었다.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돕고 싶었다.”

자연치유 메신저로 활동하고 싶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사람들에게 자연요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환자들에게 다가가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래 귀촌 이전의 여러 해 동안 여수의 요양원을 드나들며 봉사자로 살았다.”
처음 귀촌한 곳은 진도군의 바닷가였다지?
“암에서 벗어난 이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좋은 사람과 결혼했다. 남편은 원래 미국에서 20여 년간 살았는데, 결혼과 동시에 한국으로 돌아와 진도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진도로 귀촌한 건 그곳이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었다. 건축업자인 남편이 바닷가에 집을 지은 건 해변의 자연환경이 건강 유지에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관도 좋아 만족스러웠다. 더 좋았던 건 환자들을 상대로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다. 가망 없는 말기암을 자연치유법으로 완치했다는 걸 알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따라서 일상의 대부분이 자연요법과 연계돼 돌아갔다. 8년간의 진도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 화순의 시골로 거처를 옮긴 현재도 마찬가지다.”
15년째 시골 생활 중인데 도시로 돌아갈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난 도시가 아주 싫다.(웃음) 복잡하고 시끄러워 일찍부터 시골을 동경했다. 원하던 곳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일상에 불만이 없다. 더구나 암 이력이 있는 사람에게 시골의 자연환경은 이상적이다.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게 암이다. 재발을 예방할 만한 건강 중심의 생활이 가능한 곳, 그게 내겐 시골이다.”
자연요법을 중심에 두고 사는 사람의 일과는 독특할 것 같다.
“새벽 서너 시에 기상해 상온의 물 두 컵을 마시고 성경 공부와 스트레칭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가장 중시하는 건 채식 식사다. 아침과 점심은 푸짐하게, 저녁은 간소하게 먹는다. 식단 개발에 시간을 쓰는 날도 많다. 낮 시간의 운동도 필수 요법의 하나다. 산책, 일광욕, 텃밭 가꾸기도 거르지 않는다. 저녁 8시면 잠자리에 들고…. 이 모든 일과는 철저하게 규칙적으로 이루어진다. 방문자들과 일정을 함께하는 날도 많다. 자연요법이 어렵진 않다. 한 가지 보탤 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다. 내 경우는 신앙과 자연을 통해 안식을 얻는다.”

언제나 ‘기분 좋은 여자’로 변해
채식과 운동과 평온한 마음, 이 세 가지 ‘갓생’ 루틴 외에 송소윤이 보유한 ‘특기’가 하나 더 있다. 그는 오래된 나쁜 습관들을 버리기 위해 남모를 노력을 했다고 한다. 언니와 함께 제과점을 운영했던 20대 때 그의 주식(主食)은 빵, 피자, 초콜릿 등이었다. 암의 주원인으로 추정됐던 그 나쁜 식습관을 극복하고 채식으로 이행, 기대보다 단기간에 암을 물리쳤다. 이후 그는 좋은 삶을 훼방하는 나쁜 습관들로부터 벗어나는 게 인생의 비결이라 보고 자신을 개선해나갔다. 가령 너무 내성적이어서 새침했던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꾸었다. 여자들의 수다를 소음으로 여길 만치 말수가 드물었던 습성을 떨쳐내기 위해 벽에다 대고 말하기 연습을 거듭해 마침내 할 말 다하는 사람으로, 유쾌한 성격으로 변모했다. 이제 그는 언제 어디서나 ‘기분 좋은 여자’로 통한다. ‘친화력’이라는 특기를 얻은 셈이다.
“귀촌할 때 주변에서 만류했다. 성격상 어려운 일이 많은 시골 생활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고 봤던 거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쾌활한 쪽으로 성격을 변화시키는 훈련을 거듭하면서 낯선 시골 생활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다. 이렇다 할 어려움 없이 잘 지내왔다.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환경에서 몸과 마음의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 산야에 피고 지는 꽃들, 아침 햇살, 별을 보며 거니는 밤의 산책…. 시골엔 별 이유 없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 많다. 좋은 삶이 얼마든지 가능한 곳이라는 얘기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찾아오는 게 삶이다. 최근에 만난 나쁜 일엔 어떤 게 있었나?
“(한참 생각하다가) 나쁜 일이 없는 것 같은데?(웃음) 다만 마을에 소소한 일들이 있어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게 나쁜 건 아니다. 해결하면 되니까.”
마을 일?
“이래 봬도 내가 마을 이장이다.(웃음) 어르신들을 도울 수 있고, 마을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장 일을 하면서 시골 생활이 더 재미있어졌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 도시에서 온 여자도 다정하네!’ 어른들의 칭찬이 기쁘다.”
부군을 빼고 가장 자주 만나는 마을 사람은 누구일까?
“나와 함께 암 투병을 했던 우리 언니다. 동생을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 언제고 기댈 수 있는 언덕. 그런 언니와 거의 날마다 만나 일과를 함께 즐긴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언니 집이 있어 한집에 사는 거나 마찬가지다.”
좋은 삶의 본보기로 삼은 인물이 있다면?
“스티브 잡스다. 그의 열정적인 일생과, 늘 죽음을 생각하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고 한 메시지를 가슴에 담을 만해 좋아한다.”
만약 오늘이 최후의 날이라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나?
“사랑하는 남편과 둘이, 절대자의 뜻을 생각하며 조용히 보낼 것 같은데?”(웃음)
알고 보면 사소한 풀들도 춤추고 있다 했던가. 바라보기에 따라 풍진 세상도 낙원일 수 있다. 생기에 찬 송소윤의 시골살이 한 자락에 낙원이 비친다.
송소윤이 주는 귀촌 Tip•마음 편안한 귀촌 생활을 위해선 집의 위치부터 잘 잡아야 한다. 마을 복판보다 외곽의 한적하고 조용한 자리를 찾는 게 좋다. 산사태나 산불 가능성 여부도 판단하라. 가령 산등성이를 깎아놓은 개발지 일대는 위험하다.•집 지을 땅을 살 경우, 성급하게 매입하지 말고 충분히 숙고하라. 자칫 시세보다 비싼 가격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마을 이장이나 어른들과 사귀어 지가를 정확하게 파악하자. 내 경우엔 마을 상황을 사전에 숙지한 덕에 좋은 터를 싸게 살 수 있었다. 마을의 분위기, 인심, 자연환경 등도 미리 파악하자. 요컨대 사전답사를 반복한 뒤 귀촌지를 최종 결정해야 실패가 없다.
•집을 너무 작게 짓지 말자. 예산 절감을 위해 무조건 작게 짓다간 나중에 후회한다. 가령 창고도 없는 비좁은 집에 살림살이를 채우다 보면 환기 불량으로 곰팡이가 피게 마련이다. 개축이나 증축이 필요해질 수 있다.
•부부 각자의 공간을 분할한 집 구조를 모색하자.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골살이의 특성상, 어느 정도 독립적인 공간 분리는 합리적이다. 2층 집을 지어 1층은 아내가, 2층은 남편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좋다고 본다.
•텃밭과 정원은 아주 작게 만들자. 규모가 커지면 제초 작업에 시간과 체력을 과하게 소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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