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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은퇴? 5가지 축의 전환을 미리 준비하세요”

입력 2025-09-02 09:09

‘늦은 나이는 없다’·‘현명한 은퇴자들’ 저자 최익성 플랜비그룹 대표

▲‘늦은 나이는 없다’·‘현명한 은퇴자들’ 저자 최익성 플랜비그룹 대표.(이준호 기자)
▲‘늦은 나이는 없다’·‘현명한 은퇴자들’ 저자 최익성 플랜비그룹 대표.(이준호 기자)

나이 들어 어떻게 살까라는 질문은 중장년에게는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제다. 함께 태어난 동년배들이 많은 탓에, 일자리나 노후에 지낼 시설 등을 놓고 계속 경쟁해야 하는 신세다. 이들에게 최근 주목받는 작가가 있다. 바로 ‘늦은 나이는 없다’에 이어, 신간 ‘현명한 은퇴자들’을 선보인 최익성 플랜비그룹 대표다. 그는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자기 언어로 분명히 말하는 사람이었다. 올해 나이 쉰. 많은 동료가 함께 일하는 컨설팅·출판 복합 조직을 이끌며 지난해 적잖은 매출을 기록했다. 더 달릴 수 있는 체력과 트랙이 있는데, 그는 오히려 속도를 늦추고 호흡을 고르려고 하고 있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면 끝점을 알아야 더 잘 뛸 수 있습니다. 어디서 마무리되는지 알아야 지금의 페이스도 조절되죠.”

그는 내년인 2026년 12월 31일, 스스로 지금의 대표직에 대한 사임, ‘클로즈(close)’를 선언했다. 흔히 말하는 ‘엑시트(exit)’가 아니다. “지식 비즈니스의 자산은 결국 사람입니다. ‘플랜비 최익성’의 그림자를 지우고, 동료들이 스스로 굴리는 구조를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봅니다.” 떠남을 통한 지속, 그의 구상은 퇴장이 아니라 승계의 실험에 가깝다.

그 선택은 하루아침의 돌연한 결심이 아니다. 그는 서른다섯에 인생 계획을 세웠다. 당시 그는 “마흔에는 사업, 쉰에는 사회 공헌, 예순에는 후학 양성, 일흔에는 인생 탐구, 여든에는 마음을 돌아보고, 아흔에는 마지막 저서 ‘살아보니’를 쓰겠다”고 선언했다.

이 로드맵은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2015년 7월 31일, 13년 동안 HR(인적자원관리) 전문가로 주목받던 직장 생활을 접고 마흔에 ‘플랜비디자인’을 창업했다. 당시 그는 “좋은 평가와 높은 수입을 받고 있었지만, 아흔까지 일하며 수입을 창출하려면 사업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저와 함께 나이 들어갈 사람들과 연결되어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단단히 붙들며 살아온 한 문장을 소개했다.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계획이 필요합니다.” 전환의 순간마다 두려움이 없었을 리 없다. 그는 “전환 때마다 두려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공표한 건 우직하게, 어쩌면 무모하게라도 지켜 나가야죠”라고 했다.

마흔에 회사를 세웠고 쉰에 ‘클로즈’를 예고했다. “처음엔 ‘세우고 파는’ 호흡도 상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엑시트’가 아니라 ‘클로즈’라는 단어가 좋아졌습니다. 회사를 없애는 게 아니라, 회사가 저 없이도 존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매듭이니까요.” 다음 세대 경영 구상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숙제는 하나. “저 때문에 찾아오신 고객의 기대를 조직이 온전히 이어받을 수 있느냐”에 대한 실증이다. 그럼에도 그는 선배 세대의 책임을 적는다. “우리 업에서 아름다운 승계 모델이 드뭅니다. 누군가는 길을 내야죠. 제가 그 모델을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늦은 나이는 없다’·‘현명한 은퇴자들’ 저자 최익성 플랜비그룹 대표.(이준호 기자)
▲‘늦은 나이는 없다’·‘현명한 은퇴자들’ 저자 최익성 플랜비그룹 대표.(이준호 기자)

지식노동자 노후에 관심 갖고 창업

최익성 대표가 택한 첫 무대는 지식노동자의 노후, 플랜 B에 관한 것이었다. “애초에 지식노동자에게도 커리어와 연결된 비즈니스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회사에만 기댄 생애가 아니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자고요.” 그는 업을 직접 설계하며 곧바로 사업의 구조를 손봤다. 컨설팅에는 비수기가 있다. 프로젝트가 몰리는 계절과 한산한 구간의 간극이 크다. 굵직한 대기업 고객이 있었지만 대비는 필요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출판이다. 주변에는 새로운 책을 생산할 수 있는 지식노동자들이 있었고 출반은 익숙한 사업분야였다. 조직문화·리더십·HR을 주제로 한 책들을 꾸준히 냈고, 현장의 언어로 쓰인 콘텐츠는 기업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촉매가 됐다. 출판은 단지 보조 수단이 아니라, 컨설팅의 식견을 정리하고 확장하는 두 번째 엔진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중적 사랑은 받은 책으로는 김상균 교수의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이 있다. 아직 우리에게 그 이름도 생소하던 시절 세상에 메타버스라는 존재를 알리면서 인기를 얻었다. 최익성 대표가 쓴 ‘가짜회의 당장 버려라’’회의문화혁신’ 등도 HR업계의 판도를 바꾼, 스태디셀러로 사랑받고 있다. 대중의 사랑을 기반으로 또 다른 출판사 파지도 설립했다.

“HR 현장에선 그런 표현도 씁니다. ‘안경을 코끝에 올려쓰기’ 시작하는 순간 현역에서 물러설 때가 된것이라고 말이죠. 특히 HR 현장은 묘하게 ‘현역’의 자격을 박하게 매깁니다.” 사람과 조직을 다루는 산업이 역설적으로 나이를 불편해하는 장면을 그는 여러 번 목격했다. “이 일에서 가장 빛나는 구간은 35세에서 45세라고 봅니다.” 그가 책 ‘늦은 나이는 없다’를 내놓은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 기반했다.

“늦은 나이는 없다. 늦은 것은 마음뿐”이라는 문장으로 책의 첫 장을 연다. 이 책은 4050세대가 스스로의 삶을 다시 설계하도록 돕는 안내서이자 실행 매뉴얼에 가깝다. “회사에서 무대의 가장자리로 밀리기 시작했다면 버티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그저 견디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그러지 말고 실제 노동시작에서 현역으로 다른 활동을 경험해보고 앞으로의 20~30년을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중장년 세대, 활용할 가치 여전한 인력”

그는 노동시장의 관점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중장년을 인력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고령화에 대응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는 이 연령대를 “조직에 성실하게 협력하고 조직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사람들”로 규정한다.

“매년 대한상공회의소가 100대 기업의 인재상을 조사한 결과를 분석해 발표해요. 2008년 기업들이 원했던 인재상은 ‘창의성’이었어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세대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죠. 그런데 2023년엔 ‘책임의식’으로 바뀌었어요. 흔히 말하는 ‘MZ 스타일’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낀 것이죠. 그런데 그 책임의식이 가장 강한 세대가 누구일까요? 바로 중장년 세대입니다”

그의 지적은 특정 세대를 향한 평결이 아니라, 장수 사회의 노동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실무적 제안이다. 요지는 간명하다. 중장년 세대의 숙련을 제대로 활용하면, 기업의 리스크는 줄고 사회의 생산성은 오른다. 제도와 문화가 바뀌면 당장 가능한 일이다.

새로운 책 ‘현명한 은퇴자들’은 그 역량을 생활의 언어로 풀어냈다. 돈·일·건강·여가·관계 다섯 축을 중심으로, 퇴직을 단절이 아니라 전환의 플랫폼으로 설계한다. 이 책이 보여주는 현명한 은퇴자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퇴직 5년 전부터 최소 세 갈래의 수입원을 탐색하고, 다음 일에서 경제적·정신적 자립을 동시에 확보하며, 취미와 관계까지 포함한 2막의 루틴을 스스로 만든다. 퇴직금 관리, 국민연금 최적화, 건강보험료 부담 조절, 재취업 준비, 취미의 경제화, 관계의 리셋 같은 항목들은 “준비하는 사람과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게 된다”는 문장을 현실의 체크리스트로 바꾼다. “지금부터 0에서 1을 만드는 경험을 해보십시오. 월급 바깥의 작은 소득을 실험해 보길 권합니다.” 그의 권고는 크고 어려운 결단이 아니라, 오늘 당장 가능한 ‘작은 시작’으로 독자를 이끈다. 작은 시작이 복리처럼 쌓여 노후의 양식을 바꾼다는 믿음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

▲‘늦은 나이는 없다’·‘현명한 은퇴자들’ 저자 최익성 플랜비그룹 대표.(이준호 기자)
▲‘늦은 나이는 없다’·‘현명한 은퇴자들’ 저자 최익성 플랜비그룹 대표.(이준호 기자)

인생의 ‘클로즈’를 향하여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 무대를 응시한다. 키워드는 ‘시니어’와 ‘죽음’이다. “고객이 어디에 많은가를 생각하면 답은 분명합니다. 70·80·90·100세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일, 그분들을 위한 콘텐츠와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며 기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그의 죽음에 관한 질문은 쉰을 전후해 삶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죽음은 삶의 필수어인데, 우리는 말을 아낍니다. ‘죽음이 무엇인가, 거기까지 제대로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미 관련 공부와 네트워킹을 시작했다. 장례 실무가 아니라 철학·제도·서비스 설계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창업을 꿈꾸고 있다. 2027년 1월 1일 그의 50대의 목표인 사회공헌과 60대의 목표 후학양성의 그릇이 될 ‘플랜씨(C)디자인’으로 2막을 열 계획이다. 더 멀리로는 웰다잉을 디자인하는 ‘플랜디(D)’를 그린다. “조력 사망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성숙해질 것입니다. 저는 그 변화의 윤리와 제도, 서비스 측면을 책임 있게 설계하고 싶습니다.”

그는 인생의 주요 시점에서의 ‘클로즈’에 방점을 찍고 있다. 클로즈는 단절되는 끝이 아닌, 전환을 위한 매듭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삶 전체의 마침표를 위한 준비다. 그리고 그는 독자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클로즈는 준비되어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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