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회 이상 강의 진행… 원거리 지점 화상 방송도
최근 기업들 사이에 인문학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임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학원비를 지원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전사적으로 인문학 붐을 일으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기업들이 인문학에 주목하는 것은 좋은 책을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직원 간의 친목 도모는 물론 사내 의사소통, 나아가 고객과의 소통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업현장에서 고객이나 바이어를 대할 때 다양한 대화 소재가 되고 간접 경험을 통해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어질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강진순 유진투자증권 전무는 냉정함의 대명사로 꼽히는 증권사에 최초로 인문학을 도입한 인물이다. 강 전무는 “시장에 넘쳐나는 정보와 실용지식 기반으로 업무를 하면서 바쁘게만 살아가는 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정서적 안정과 교양 함양의 기회와 도움을 주고자 지난해부터 ‘인문교양과정’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매년 5회차 이상 다양한 주제로 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임직원의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돌아가는 일상의 시간들, 꽉 짜인 공간들, 옆을 돌아보기조차 버거운 냉혹한 현실들, 숨쉬기도 힘든 경쟁 등 사람들은 ‘풍요 속 빈곤’을 살아가고 있다”며 “최근 들어 인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바로 이런 자신의 결핍, 잃어버린 것들, 빈곤해진 삶, 허무하게 짓누르는 일상들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최근의 풍토를 평가했다.
니체는 인문학을 ‘인간 삶의 경험에 대한 이해와 그 의미 탐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성숙한 삶을 형성하게 해주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다시 말해 인문학은 인간의 삶과 주변 세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성을 고양하기 위한 실천적 가이드인 셈이다. 삶을 보는 통찰력과 지혜가 인문학의 향기에 녹아 있기에 우리는 인문학에 더욱 매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문학은 실용적이지 못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교육계로부터 외면받아 왔다. 때문에 강 전무 역시 인문학을 회사 경영에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강 전무는 “도입 초기에는 아무래도 금융업계 직원들이다 보니 인문교양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생소하게 생각했고 강좌가 본사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원거리 지점 근무 직원이나 거래 고객은 참여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화상 방송 시스템을 구현해 지점에서도 실시간으로 강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강 전무는 향후 인문학의 대상을 직원뿐만이 아닌 고객까지 늘려 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제나 형식 또한 직접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외부 전문기관과 협조해 프로그램을 1회 특강이 아닌 주제별 전문화된 시리즈 형태로 진행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