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쓰이 가즈히토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 대표
일본에 개호보험(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생기기도 전, 노인 재활의 중요성을 느끼고 후쿠이현(福井縣)에 재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 청년이 있었다. 1998년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를 설립한 마쓰이 가즈히토(松井一人) 대표의 이야기다.
1991년 종합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던 마쓰이 대표는 치료를 받고 건강해져서 퇴원한 노인들이 3개월 혹은 6개월 후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것을 목격했다. 환자들이 왜 반복적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지 고민하던 그는 일상 속 재활의 중요성을 느끼고 후쿠이현 에치젠시(越前市) 시청에 재활교실을 제안해 시청에서 근무하게 됐다.
당시 일본 정부에서도 와상 노인이 늘어나지 않도록 예방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자 했고,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지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작은 보건센터에서 재활교실을 열자 공영방송 NHK를 비롯해 여러 미디어에서 취재 요청이 쏟아졌고, 재활을 목적으로 센터를 찾는 노인들도 늘어났다. 마쓰이 대표는 지자체에 재활 지원 거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수십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사업인 데다 당시 26세였던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곳은 없었다. 마쓰이 대표는 “재활이 필요한 노인들이 눈앞에 있었다”고 했다. 그는 결국 시청을 나와 아파트 한 채를 임대해 재활센터를 열었다.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이하 홋도)의 시작이다. 1998년, 개호보험(2000년에 도입)이 도입되기도 전의 일이다.
아사히보다 삿포로!
“갑작스럽게 쓰러지거나 돌아가시는 어르신은 많지 않아요. 체력이나 기능이 점점 저하되다가 쓰러지거나, 노화로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병원에 입원하게 되죠. 그런데 의료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생명이 위독한 게 아니면 퇴원 후 집에서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하지만 재활을 도울 제도도, 스스로 재활할 방법도 몰랐던 때죠.”
그렇게 시작한 홋도에는 이제 450여 명의 직원이 있고, 후쿠이현 내에 6개의 사업소를 운영한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26가지에 이른다. 방문 간호, 재활, 요양, 복지용구, 치매 대응형 공동생활센터, 주간·단기 보호센터, 유료 간호·재활 케어 그룹홈, 고령자 전용 주택 서비스 지원, 지자체 간호 예방 사업 위탁, 시설 급식 사업 등이다. 건강한 시점부터 호스피스 치료가 필요한 시점까지 생애주기 전 범위에 걸쳐 필요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마쓰이 대표는 홋도의 사업소를 전국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그는 “올해 일본에서는 역대 가장 많은 요양 사업소가 문을 닫았다”면서 “간호야말로 지역성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아이스크림 하면 ‘하겐다즈’, 제과 하면 ‘메이지’라는 브랜드를 떠올려요. 전국적인 브랜드죠. 맥주라면 ‘아사히’나 ‘기린’이 있겠네요. 그런데 홋카이도나 오키나와의 맥주라고 하면 ‘삿포로’나 ‘오리온’을 떠올립니다. 이처럼 저는 ‘후쿠이현의 간호’라고 하면 ‘홋도’를 떠올릴 수밖에 없도록 지역에서 압도적인 1위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이유 있는 ‘공격’적인 돌봄
리하비리(リハビリ, 재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마쓰이 대표는 ‘재활’을 강조한다.
“근거 있는 재활, 과학적인 재활이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정서적인 돌봄도 중요하지만, 결국 ‘왜 이런 재활이 필요한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목욕하지 못하는 노인이 있다고 해볼까요. 이 어르신이 관절이 굳어서 그런 것인지, 신체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근력이 약해진 것인지 등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해서 재활 방법을 제안해야 합니다.”
노인의 상태를 보았을 때 앞으로 계속해서 기능이 저하될 영역인지, 재활을 통해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인지, 재활해서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지도 나누어 봐야 한다. 상태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돌봄을 받아야 하는 어르신이 ‘어떤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지’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쓰이 대표는 이를 ‘공격적인(攻め) 돌봄’이라고 표현한다.
“언제부터인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일본식 케어’라는 표현을 사용하더라고요. 도대체 일본식 케어란 뭘까 고민했죠. 제 결론은 ‘공격적인 돌봄’이었습니다. 일본은 2040년이면 고령 인구가 최고점을 찍고 오히려 줄어들게 돼요. 이후에는 일본과 한국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 고령화 추세가 이어질 거라 봤습니다. 아시아 국가에 저의 경험을 토대로 과학적이고 근거 있는 돌봄을 전하고 싶었어요.”
태국, 싱가포르 등을 방문해 해외 지사 설립을 고민하던 마쓰이 대표는 2014년 세미나 발표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임기웅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열정적으로 마쓰이 대표에게 질문을 쏟아내던 임 대표와 마음이 잘 맞아 한국에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코리아를 설립하게 됐다. 임 대표는 홋도의 핵심 가치를 이어 재활 중심의 재가노인복지센터 리하원을 운영하고 있다. 마쓰이 대표는 “한국의 돌봄은 더욱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내에서는 방문 요양을 받겠다고 하면 방문 요양만,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한다고 하면 센터만 이용할 수 있어요. 일본은 그렇지 않아요. 이용자의 상태에 따라서 방문 요양 30분, 주간센터 주 2회 이런 식으로 이용할 수 있거든요.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케어를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에는 국가고시를 거쳐 선발되는 ‘케어 매니저’가 개호보험 이용자에게 1:1로 매칭되어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준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업이다. 마쓰이 대표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어떤 재활,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분석하고 안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강조했다. 꼭 일본처럼 케어 매니저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돌봄 거점에서 앞서 말한 분석과 근거 있는 케어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재택 돌봄이 중요해지리라 전망되기에 마쓰이 대표의 조언은 곱씹어볼 만하다.
“어르신들이 마지막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노후를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꼭 있어야 해요. 스스로도 생각을 해봐야 하고,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도 이 지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이라는 제도에 어르신들이 맞춰지고 있는 느낌인데요. 어르신이 원하는 삶을 이뤄가는 데 이 제도가 활용되려면 선택지가 좀 더 많아야겠죠.”
여생 맡길 마을 꿈꾸는 ‘젊은이’
마쓰이 대표는 고령자가 간호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생활하는 장소’에서 가장 곤란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재택 케어, 재택 재활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고령자의 대부분이 ‘내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 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지역 완결형 의료’를 강조한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건강이 나빠지지 않도록 예방하고, 경로당이나 쇼핑몰 내 문화센터 등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건강을 관리하도록 리더 양성 과정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건강한 노인도, 중증 상태 노인도, 와상 상태 노인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지역, 그런 마을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또 하나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홋도 직원들의 ‘행복’이다.
“간호라는 일은 화려하기보다 수수하고, 사람들이 꺼리는 일이에요. 급여도 보장되고 미래도 있는 일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간호 사업에 관심 가지는 젊은이들이 정말 없어요. 어떻게 하면 젊은 친구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뛰어들 수 있는 사회가 될까 고민했어요. 역시 홋도에 모인 동료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로서의 목표입니다.”
26세에 눈을 반짝거리며 재활센터의 필요성을 외쳤던 마쓰이 대표처럼 홋도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간호라는 영역에 더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꿈’을 강조했다.
“간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방식입니다. 간호가 수단이 되기보다는 ‘무엇을 위해 간호하는가’를 생각하면 좋겠어요. 환자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꿈을 생각하면, 저 역시 에너지가 솟아오릅니다. 게다가 마음 맞는 동료들과 같은 방향으로 걸으면 더욱 힘을 낼 수 있어요. 간호를 넘어 나의 꿈을 바라보면 확고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