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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경기 불황에도 “시니어 지갑 잠기지 않아”

기사입력 2025-01-08 08:45

중장년, 불황 적응력 높아… 소비 포기 않고 현명하게 대응할 듯

(어도비 스톡)
(어도비 스톡)

역대급 폐업 신고가 잇따르고 임의경매 매물이 급격히 늘었다는 2024년의 한숨은 2025년에도 지난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으로 들어서는 모습’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속되는 불황기, 시니어는 어떻게 소비해야 할까?

책 ‘트렌드 코리아 2025’는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의 전망을 통해 “2025년은 크게 성장하지도, 그렇다고 크게 하락하지도 않는 지금의 불황 심리가 지루하게 유지되는 밋밋한 한 해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그러면서 “요즘 소비자들은 나이, 세대, 성별, 소득, 지역 등 소속된 집단의 일반적 특성에 따른 소비를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 개성, 취향에 따른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의훈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청년기에는 대학 입학, 취업, 결혼 등의 라이프 이벤트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지만, 중장년기 이후에는 자녀의 결혼, 은퇴, 이혼, 사별 등이 서로 다른 시기에 발생한다”면서 “시니어의 소비는 이런 라이프 이벤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퇴 여부가 소비 경향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은퇴 후에는 기본적으로 소비에 대해 민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 무조건 지갑 닫을까?

이 교수는 라이프 이벤트 외에 소비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로 ‘기대 상황’을 꼽았다. 앞으로 경기가 계속해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 소비 주체들이 위기 상황을 대비해 지갑을 더욱 꽁꽁 싸매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다. 시니어의 향후 ‘기대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2024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만 45~54세 응답자의 39.3%만이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만 55~69세의 노후 준비율(52.7%)에 비해 낮은 상황이다. 이는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선 연령대 응답자의 43.2%는 부모와 자녀를 모두 지원하고 있었다. 은퇴 시기가 앞당겨지고, 은퇴 이후 일자리가 불안정하며, 더 긴 노후를 보내야 하지만 노후 준비는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데다 경기까지 어려워진다면, 앞으로의 ‘기대 상황’은 더욱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령대가 높을수록 ‘현명한 소비’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소비자원의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고령 소비자 정책 대응 전략 연구’에 따르면 55~74세 소비자 800명 중 93%는 노후생활에서 ‘현명한 소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현명한 소비란 필요성, 가격, 계약 조건 등을 확인해 나에게 가장 적절하고 유리한 소비를 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건강하고 경제력 있는 시니어일수록 현명한 소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시니어라고 해서 무조건 소비를 줄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의훈 교수는 “60세 이상 된 베이비붐 세대는 IMF를 겪어봤고, 중장년인 X세대(1970년대생)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해본 세대이기에 경기 불황에 대한 적응력은 오히려 높을 것”이라면서 “소비에 민감하면서도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경험해봤기 때문에 단순히 올해 경기가 어렵다고 해서 소비를 무조건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보마이라이프DB)
(브라보마이라이프DB)

▶ 한국도 잃어버린 30년 답습한다?

장기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시니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답습할 수 있다는 것. 대신증권의 ‘초고령사회 일본’ 리포트에 따르면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시니어의 소비 패턴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1. 다운사이징 소비

특히 은퇴자에게서 보이는 소비 패턴. 저축액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고자 쉽게 소비하지 않는다.

2. 단순 유행 및 트렌드 소비 지양

시니어는 오랜 경험을 토대로 라이프스타일이 확립되어 있어 유행에 휩쓸린 소비를 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3. 높은 브랜드 충성도

시니어는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오랜 시간 친숙하고 익숙한 것, 신뢰할 수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도비 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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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포기 못 해!

무조건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상 소비는 줄이면서도, 취향과 관련된 비일상 소비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24 액티브 시니어 소비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50세 이상)는 ‘집이나 차량 크기는 점차 줄여나갈 계획(77.33%)’이지만 ‘여행이나 취미생활 관련 소비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96.9%)’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KT그룹 종합광고대행사 PlayD는 ‘2024 뉴시니어 트렌드 딜리버리’에서 50세 이상 소비자의 건강 및 질병, 건강식품, 여가, 뷰티에 대한 검색이 증가하고 있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비일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본주의의 풍요를 경험한 X세대는 불황기에도 취향에 따른 소비를 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교수는 “새로운 소비 환경에 잘 적응하고, 새로운 소비를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소비에 관심이 많은 세대”라면서 “저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고자 중고 거래를 하거나 초저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등 현명한 소비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불황기 소비는 ‘더 똑똑하게’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알리, 테무와 같은 중국 초저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이용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3.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50세대의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가성비’, 시간 대비 성능을 추구하는 ‘시성비’ 등의 소비 행태는 202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중장년일수록 제품의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 저렴하면서도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제품을 꼼꼼하게 비교하는 소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명한 소비를 위해서 실시간 가격 변동 추이를 추적해 알려주는 앱들을 참고할 만하다. 쇼핑몰 속 특정 상품의 실시간 가격 변동 추이를 알려주거나, 최저가일 때 알림을 준다.

(브라보마이라이프DB)
(브라보마이라이프DB)


소비 전략보다는 자산관리

한편 전문가들은 불황기에 노후를 보내야 하는 시니어들에게 소비 전략을 세우기보다 자산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훈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의 시니어들과 달리 우리나라 시니어는 자녀나 손주에 대한 소비가 큰 편”이라고 짚으면서 “가족으로부터 경제 독립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성인이 되었지만 취업하지 않은 자녀를 부양하고 있거나, 손주의 교육까지 돌보려는 시니어가 많다는 것. 하지만 자신의 노후 준비가 우선이라는 우려 섞인 당부다.

갈수록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후를 준비하려면 자산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나미선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책임연구원은 ‘초고령사회 일본’ 보고서를 통해 “고령사회에서는 저축 중심 사고에서 투자 중심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반세기 이상 저축을 장려해온 일본 정부는 2000년 이후 투자를 장려하는 경제정책으로 선회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장에서 다양한 고령자를 만나 파이낸셜 라이프 플래닝을 전문으로 하는 최문희 FLP컨설팅 대표는 “호황이나 불황에 흔들리지 않을 자산 배분 전략을 1년 주기로 점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편향되지 않은 자산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어 있는지, 현금흐름이 원활하게 흘러갈 것인지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요즘처럼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하락할 때일수록 섣부른 손절은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은퇴 후 현금 인출 단계에 있는 시니어라면 일단 인출을 멈추고 보유한 현금으로 지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대비해 늘 예비 자금을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브라보마이라이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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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노후 자산 투자전략은?

수입이 없다면 있는 자산을 잘 불리면서 투자 리스크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투자 포트폴리오의 배분이 중요하다. 최문희 대표는 포트폴리오 균형을 위해서는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상관관계가 낮다는 의미는 한 자산의 손실이 다른 자산의 이익으로 상쇄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채권 가격은 상승하므로 주식과 채권 자산을 조합하여 투자하면 좋다는 뜻이다. 불황기일수록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아야 한다’는 원칙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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