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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운전수 없으면 불안” 자율주행 미래 키워드는 ‘사용자’

기사입력 2024-11-11 08:12

경험 향상으로 논점 확대... 고령자 느끼는 ‘기술 장벽’ 은 숙제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고령화에 갈 곳 잃은 교통난민]

제1부 인국절벽에 가로막힌 노인 이동권

제2부 전용 교통수단으로 활로 찾은 일본

제3부 첨단 기술과 공유경제, 미래 이동권의 키워드

노인·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포함해 누구든 편하고 안전하게, 자율주행차를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 당장은 실감하기 힘든 유토피아라 여길지도 모른다.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꿈꾸던 자율주행 시대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접근성이나 사용자 환경 등 또 다른 톱니 역시 차근차근 다듬고, 여러 바퀴가 꼭 맞물리도록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지난 10월 열린 스마트라이프위크에서 참관객들이 미래형 교통수단을 둘러보고 있다.(문혜진 기자)
▲지난 10월 열린 스마트라이프위크에서 참관객들이 미래형 교통수단을 둘러보고 있다.(문혜진 기자)

“우리나라는 내년에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가 됩니다.”

“디지털 혁신의 흐름에 따라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각종 뉴스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말이다. 초고령사회와 자율주행, 언뜻 보면 연상되지 않는 두 단어다. 그러나 각 분야 전문가들은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자율주행 기술이나 서비스의 주 고객층에서 노인을 배제할 수 없다며, 도입 과정에서 성별·연령·장애 유무 등에 상관없이 마련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해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교통수단, 단순한 이동 그 이상

완전 자율주행차(정해진 구간에서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이상으로 가정한다)는 미국의 우버나 리프트, 한국의 카카오택시 같은 승차 서비스와는 또 다른 형태의 이동 수단이 된다. 노인·장애인같이 운전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의 병원 방문, 식료품 구매, 친구와의 만남을 용이하게 해 독립성을 유지하게 도와줄 수 있다. 노화나 만성질환 등으로 고령자가 운전하기에 안전하지 않을 때 새로운 교통 모델로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셈이다.

그러나 임덕신 홍익대학교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단순한 이동에서 더 나아가 승객, 즉 사용자의 경험 향상으로 논점이 확대·연구되고 있다. 운전석과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누릴 사용자 경험이 무엇인지’에 따라 소구력을 갖게 될 거라 전망하기 때문이다. 웨이모, 죽스 등 해외 자율주행 개발 기업에서는 이미 적지 않은 연구를 통해 자체 기술 안정성을 일정 수준 이상 높인 상태고, 해당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탑승자가 느끼는 총체적인 경험이 어떠한지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완하는 추세다.

본지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현지 반응을 살핀 결과, 시범 운영 중인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 공유차를 경험한 적 있는 노인들은 대부분 “일반 택시를 잡기 힘든 시간에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도 혼자 편히 이동할 수 있어 종종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 사례 중 하나다. 반면 전혀 타보지 않은 노인들은 “로보택시가 돌발 상황에 완벽히 대처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내가 운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기계 다루는 게 서툰 데다 자율주행차 내부에 혼자 있으면 도와줄 사람이 없어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연하게 진입장벽 낮추려면

이옥근 스탠퍼드대학교 기계공학 박사는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세대라 당장은 낯선 기술을 신뢰하지 못하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스마트폰이 결국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졌듯 자율주행차 역시 시간이 지나고 긍정적인 경험이 더 축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는 자율주행차를 설계할 때 고령자를 위해 신체적·심리적 장벽 없애기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으며, 안전에 관한 우려를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라며 “몇몇 문턱만 넘으면 오히려 젊은 세대보다 더 높은 수용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웨이모는 로보택시를 고령자에게 친숙하게 전달하고자 시니어 관련 단체와 협업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노인과 함께 자율주행차를 이용해보면서 급격한 디지털 전환과 노인 혐오 등으로 완전히 고립되지 않도록 밖으로 유인한다. 덧붙여 임덕신 교수는 자율주행에 대한 고령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기존 플랫폼 적용’과 ‘맞춤형 도구를 통한 교육’을 권했다.

예컨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자를 제작해 배포하거나, 자주 쓰는 유튜브 같은 콘텐츠 플랫폼에 안내 영상을 게재해, 외부 상황에 압박받지 않고 정보를 습득하게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진행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어 ‘카카오톡’처럼 익숙한 채널과 연계해 피로도를 줄이거나, ‘대신 불러주기’ 기능을 추가해 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심층 데이터 수집 통한 도약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아직 탑승객의 한계에 맞춰 필요한 요소를 제공하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 연구와 실증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이다. 충분한 기간 특정 대상자와 취약계층의 반응을 조사하고 환경을 다듬어 누구나 해당 기능을 쓰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임 교수에 따르면 노인 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비교적 ‘투자 효율’에 예민하다.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할 때, 해당 지식을 얻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을 가치가 있는지 더 고심한다고.

그는 “처음부터 고도화된 기술을 내놓으면 반감이 생기고 누군가가 소외되기 십상”이라며 “기술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이 탈지, 어려움을 상쇄시킬 확실한 가치가 있는지, 승차부터 도착까지 물리적·심리적 문제가 없는지, 돌발 상황에서 겪는 불안감은 어떻게 해소할지 등 한 단계 더 나아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 소비자 역시 세련된 디자인의 최신 서비스를 선호하기 때문에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요구도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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