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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같은 내 손주’ K-조부모의 요즘 육아

기사입력 2022-10-24 09:08

‘서울시 양육자 생활 실태 및 정책 수요 조사’(0~12세 자녀를 키우는 서울시민 2005명 대상)에 따르면,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의 84.7%가 돌봄 기관을 이용해도 추가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맞벌이 가구의 주요 돌봄 조력자(중복 응답)는 ‘조부모·기타 친족·이웃’(영유아기 56.9%, 초등기 41.7%)이 가장 많았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조부모’라는 의미다. 인생 2막을 손주 육아로 시작하는 중장년이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사회와 각 가족, 그리고 조부모 사이에서 황혼육아는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을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함께 돌봐요

성역할이 뚜렷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가정을 이루고 꾸리는 데 남녀 역할이 따로 없다.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전국 4490가구, 8358명 대상)를 살펴보면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이 완화되고 있다.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42.1%에서 29.9%로 떨어졌다.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에 대한 동의 비율은 17.4%로, 6년 전 2016년의 53.8%에 비해 큰 감소세다.

이러한 흐름은 조부모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경기, 인천 거주 만 55세 이상 황혼육아 조부모 302명을 대상으로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한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조사’에 따르면, 5명 중 1명은 할아버지가 손주 육아를 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여성이 아이 돌봄 노동을 대부분 부담하고 있지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더욱 스마트해진 조부모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를 어떤 방식으로 돌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양육의 주체가 부모였다는 의미다. 그러나 세대를 거듭할수록 아이의 발달 상태와 성향에 따른 맞춤형 육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조부모 역시 관련 교육을 수강하거나 책, TV 등을 통해 ‘요즘 육아’를 공부하는 데 힘쓰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해진 할머니, 할아버지가 온라인을 통해 육아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추세다.

‘2022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황혼육아 실태조사’에서도 유튜브나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해 육아 정보를 얻는다는 조부모가 대부분(72.7%)이었다. 최근 인기 있는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 같은 TV 프로그램을 찾아본다는 이는 48.6%에 달했다. 잡지나 책 등 인쇄 매체를 이용한 정보 습득은 30.9%로 나타났다(복수 응답).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손주 돌봄은 부모와 조부모의 화합이 중요하다”며 “서로 양육관의 차이를 이해하고, 손주 육아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주의 ‘부모’가 아닌 ‘조부모’임을 잊지 않아야 하며 아이의 안전, 식사, 수면 등 최소한의 역할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손주 사랑도 통 크게!

현재 조부모가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구매력이 막강하다. 과거의 조부모 세대와 달리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스포츠 등 야외 활동을 즐긴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소비자 정책 동향에 따르면, 고령 소비자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1가구당 평균 387만 원으로 전체 소비자 월평균 소득의 약 66.5%에 이른다. 지출 역시 약 261만 원으로 평균 가구원 수를 감안할 때 전체 소비자의 82.4%에 이르는 수치다.

고령자 세대에 새로 편입한 조부모들은 스스로가 활동적인 소비 주체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특유의 강력한 구매력으로 손주에게 지출을 아끼지 않는 모양새다. 장난감 시장의 ‘큰손’ 역시 조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이 2018년 장난감·교육 완구·인형 등 어린이날 대표 선물 품목에 대한 연령별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50~60대 구매량이 3년 전보다 품목별로 최대 2배 이상 증가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어린이날을 앞둔 4월 한 달 동안 장난감 전체 품목에 대한 50~60대 구매량 또한 2015년 대비 4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구매 신장률이 74%로 가장 높았고, 50대가 41%로 뒤를 이었다.

사랑하는 마음 못 따라가는 체력

자녀를 돕기 위해 손주를 맡아주는 일이 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질환, 이른바 ‘손주병’을 호소하는 조부모도 증가했다. 이미 한 번 육아를 경험했기 때문에 손주를 돌보는 데 능숙할 수는 있지만, 자녀를 기르던 당시와는 달리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을 터. 황혼기에 접어드는 조부모는 육아 과정에서 아이를 안고 눕히는 등의 행동을 반복하며 손목 부위의 힘줄과 신경에 자극을 받아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손목 스트레칭과 보호대 착용 등의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더불어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안고 있는 자세는 척추에 부담이 된다. 허리를 숙이는 동작만으로도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에 평소보다 2.5배에 달하는 압력이 전달된다. 여기에 10kg 이상 되는 아이를 업고 있다면 하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인혁 부천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무릎을 깨워주고, 연골에 좋은 음식 및 영양제를 챙기면 더욱 좋다”며 “한방에서는 연골 보호를 위한 약재로 모과를 쓰는데, 이는 무릎 연골 보호 및 뼈 건강, 근육통 완화에 효과를 보인다”고 조언했다.


| 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4부작 |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저출산 고령화 시대 황혼육아 문제 해법 제시를 위한 특별 기획 '요람에 흔들리는 노후'를 4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서베이로 본 황혼육아 현주소', 제2부 'K-황혼육아 정책 어디까지 왔나?', 제3부 '독일ㆍ영국 황혼육아 선진 사례', 제4부 '금빛 황혼육아로 가는 길'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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