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별 신청 절차와 지역 자원 격차…한국 통합돌봄의 과제

지난 3월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나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의료와 요양, 일상생활 지원을 함께 받도록 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시행됐다. 하지만 통합돌봄 지원계획을 세운 뒤에도 장기요양보험 등 개별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신청과 조사,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필요한 지원을 한 번에 연결하려는 제도의 취지가 현장에서 온전히 구현되기까지는 해결할 과제가 남아 있다.
20일 국회미래연구원의 ‘일본 사쿠시 지역포괄케어 사례를 통해 본 한국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중장기 발전과제’ 브리프에서는 서비스 연계와 조정, 전담인력 문제 등을 짚었다. 돌봄통합지원법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도록 의료·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합판정 뒤에도 서비스별 절차
한국의 통합돌봄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을 받고, 조사와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통합지원 회의를 거쳐 서비스를 의뢰하는 구조다. 문제는 계획을 세운 뒤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에서 다시 생긴다. 장기요양보험이나 장애인 활동 지원 등은 제도마다 대상 기준과 신청·조사·승인 절차가 달라, 통합판정 결과만으로 서비스가 바로 시작되기 어렵다.
지역별 자원 차이도 변수다.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기관이나 인력이 부족하면 지자체가 계획을 세워도 실제 지원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브리프를 작성한 박나리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통합돌봄 전담인력 정원이 5346명으로 반영됐지만, 전국 229개 시·군·구와 3560여 개 읍·면·동을 고려하면 기관당 2명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읍·면·동 담당 공무원이 접수부터 조사, 계획 수립, 모니터링까지 맡는 데다 기존 업무를 겸하는 일도 있어 사례관리의 전문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 사쿠시, 사례에서 정책까지 연결
일본 사쿠시는 지역포괄지원센터가 주민 상담을 받고, 필요도에 따라 서비스와 담당자를 연결한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사람은 케어매니저가 케어플랜을 세우고 서비스 제공기관을 조정한다. 등급을 받지 못했지만 지원이 필요한 사람도 지자체 사업이나 지역 자원으로 연계해 돌봄 공백을 줄인다.
개별 사례에서 드러난 문제를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도 갖췄다. 사쿠시는 개별 사례회의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권역 협의회가 살피고, 권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시 전체 협의회로 올린다. 현장의 어려움이 지역 자원 발굴과 예산·사업 논의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케어매니저에게는 케어플랜 수립과 서비스 조정 권한이 주어지고, 이용자 면담과 모니터링도 요구된다.
다만 일본 모델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사쿠시가 속한 일본의 기초지자체는 개호보험의 보험자로서 판정과 급여, 재정을 맡고 지역 돌봄 체계도 기획·조정한다. 한국은 장기요양보험의 판정과 급여·재정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는 등 제도 구조가 다르다. 박 부연구위원도 일본식 운영으로의 전환을 단기 과제로 제시하기보다, 사쿠시의 장점을 현행 제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선 통합판정과 개별 서비스의 자격 심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개별 사례에서 확인된 자원 부족과 연계 문제를 정책 협의체에서 정기적으로 다루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의료·요양·돌봄을 조정할 전담인력의 자격과 권한을 구체화하는 것도 과제다.
통합돌봄이 노인과 가족에게 체감되려면 지원계획을 세우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필요한 서비스를 찾고,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조정하는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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