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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 윤동주와 함께 인왕산 자락길을 걷다

입력 2026-10-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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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브라보 클럽 제8회차 모임, 윤동주문학관 ‘동무마실’ 코스 걸어

시인의 언덕부터 이상의 집까지 예술 발자취 따라가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윤동주 시 ‘자화상’ 중)

▲잠시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별뜨락'
▲잠시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별뜨락'
가을비가 촉촉이 내렸던 29일, 비바브라보 클럽 회원들은 제8회차 모임으로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을 찾았다. 윤동주 시인의 삶과 시가 담긴 공간에서 시를 읊고, 그가 즐겨 찾았던 인왕산 자락길을 걸으며 27년의 짧은 생애를 불꽃처럼 살았던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윤동주문학관의 제1전시실인 ‘시인채’에는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보여주는 사진과 친필 원고, 시집 영인본 등이 전시돼 있다. 제1전시실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

윤동주문학관 앞에 모인 비바브라보 클럽 회원들은 종로구 일대를 거닐며 문화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무마실’ 코스로 길을 떠났다. 강정화 해설사는 회원들에게 윤동주 시인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차분한 목소리로 전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낭독하는 비바브라보 클럽 회원들의 모습
▲윤동주 시인의 시를 낭독하는 비바브라보 클럽 회원들의 모습
투어는 복합문화공간 ‘별뜨락’에서 시작했다. 별뜨락은 잠시 쉬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하기 전, 이상래 회원이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낭독했다. 일상에서 소리 내어 시를 읽는 경험은 흔치 않다. 이 회원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천천히 시를 읽어 내려갔고, 낭독을 마치자 박수가 나왔다. 이어 참여자들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중 하나로 꼽히는 ‘서시’를 한목소리로 낭독했다.

▲'시인의 언덕'에서는 서울 시내 풍경과 함께 윤동주 시인의 시가 새겨진 시비를 볼 수 있다.
▲'시인의 언덕'에서는 서울 시내 풍경과 함께 윤동주 시인의 시가 새겨진 시비를 볼 수 있다.
회원들은 ‘시인의 언덕’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은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사람들이 그의 고향 땅에 있는 무덤 주변의 흙을 한 줌 가져와 뿌린 곳이다. 윤동주 시인은 1945년 후쿠오카형무소에서 옥사했다. 시신은 화장된 뒤 유골이 가족에게 인도됐다. 윤동주 시인의 유해는 북간도 용정 동산에 안장됐다. 시인의 언덕에서는 그의 작품인 ‘서시’와 ‘슬픈 족속’이 새겨진 시비도 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안정미 회원이 윤동주 시인의 ‘슬픈 족속’을 낭독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수십 년 전 조국의 광복을 염원했던 청년 시인의 글을 읽는 시간은 짧지만 깊은 울림을 줬다.

이어서 ‘인왕산 초소책방’으로 향했다. 인왕산 초소책방은 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사건 이후 청와대 방호 목적으로 건축된 건물이다. 이후 2018년 인왕산이 전면 개방되면서 서울시와 종로구가 리모델링했고, 지금은 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초소책방 안에서는 많은 사람이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특히 2층에서는 서울 전경을 한눈에 바라보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무무대' 비석과 무무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전경
▲'무무대' 비석과 무무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전경
인왕산 자락길을 걷다가 ‘무무대(無無臺)’ 전망대에 도착했다. 인왕산 자락길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진 만큼 탁 트인 경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무무대에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아름다운 풍경만 있는 곳’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윤동주 시인과 동시대 예술인들이 머물렀던 동네로 내려가는 길에는 ‘인왕산 수성동 계곡’도 만났다. 물소리가 맑아 수성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은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 중 ‘수성동’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왼쪽부터) 누하동 오거리,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터, 박노수미술관
▲(왼쪽부터) 누하동 오거리,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터, 박노수미술관
인왕산 자락길에서 누상동 마을로 내려와 윤동주 시인의 하숙집 터로 향했다. 1941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에 다니던 윤동주 시인은 존경하던 소설가 김송이 살던 이 집에서 하숙 생활을 했다. 이곳에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의 작품을 쓰기도 했다. 윤동주 시인은 이 하숙집에서 지내면서 정병욱 선생과 함께 아침마다 산책을 하고 인왕산 계곡물에 세수를 할 정도로 인왕산을 좋아했다고 한다. 하숙집 터에는 지금 새로운 주택이 들어서 있다.

이어 박노수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친일파 윤덕영이 자신의 딸을 위해 지은 2층 벽돌집이었다. 이후 한국 화단의 거장 남정 박노수 화백이 1973년 인수해 주거 및 작품 활동 공간으로 사용했다.

청전 이상범 화가가 작품 활동을 했던 가옥도 만날 수 있었다. 이상범 선생이 작고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했던 곳으로, 생전에 사용했던 화구와 책 등을 통해 옛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회원들은 다시 누하동 오거리로 향했다. 누하동 오거리는 이름 그대로 다섯 갈래 길이 만나는 곳이다. 윤동주와 박노수뿐 아니라 대향 이중섭, 이상 김해경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인들이 이 일대에 살았다. 지금은 주택과 식당, 카페가 모여 있는 동네 곳곳에 예술인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었다.

▲윤동주문학관 '동주마실' 코스에 참여한 비바브라보클럽 회원들의 모습
▲윤동주문학관 '동주마실' 코스에 참여한 비바브라보클럽 회원들의 모습
‘동무마실’은 두 시간 코스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동네 골목골목을 걷다 보니 시간이 금세 흘렀다. 이상래 회원은 “날씨는 추웠는데 마음은 따뜻한 시간이었다”며 “세미나에서 프레젠테이션 발표는 했지만 시를 낭독하는 경험은 흔하지 않은데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안정미 회원은 “시를 읽으면서 너무 좋았다”며 “제 목소리로 시를 읽어보는 경험이 없었는데, (시를 읽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안정옥 회원은 “해설사께서 차분하게 설명을 너무 잘 해주셔서 좋았다”며 “설명을 들으며 걸으니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비바브라보 클럽’은 연간 회원제로 운영되며 금융과 디지털, 예술·문화 등 시니어의 삶과 맞닿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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