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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래의 세대읽기] 저가 쇼핑에 지친 Z세대, 품질·AS를 따진다

입력 2026-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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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사고 버리는 피로…온라인으로 간 5060과 ‘오래 쓰는 법’에서 만나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 가치 가운데 안정성·안전성·AS 등 품질이 1년 만에 6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저렴하거나 합리적인 가격은 여전히 중요하다. 거기에 품질이 나쁜 물건을 싸게 샀다가 품질에 불만족해 다시 주문하는 시간과 번거로움, 폐기의 수고와 피로까지 비용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물자가 부족했던 세대와 물건이 너무 많은 세대, ‘오래 쓰는 법’으로 만나고 있다.

2001년생인 직장인 전 모 씨는 대학생 때부터 자취했다. 아르바이트 수입이 넉넉하지 않아 생활용품은 다이소나 저렴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로 샀다. 물건을 고를 때 가격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의 기대와 달리 낮은 가격이 항상 절약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저렴한 물건은 조금만 사용해도 부서져 버리고 다시 사는 일이 반복됐다. 전 씨는 “직장인 4년 차에 접어든 지금은 가격보다 디자인이나 성능을 더 따져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전 씨의 경험과 비슷한 변화가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소비지출 정기조사’는 지난해 11월 전국 17개 시도 15~55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Z세대 응답자는 358명이었다. 2024년 조사는 15~54세 남녀 1200명 가운데 Z세대 334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연도별 Z세대의 소비 가치 중요도 변화. (캐릿, 대학내일20대연구소)
▲연도별 Z세대의 소비 가치 중요도 변화. (캐릿,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 조사에서 Z세대가 중시하는 소비 가치 가운데 ‘안정성·안전성·AS 등 품질’은 2024년 70.7%로 6위였으나, 2025년 76.3%로 높아져 2위에 올랐다. ‘디자인·컬러 등 제품 외형’은 같은 기간 73.1%에서 66.8%로 낮아지며 4위에서 7위로 내려갔다. ‘효능·성능 등 기능’은 84.1%에서 85.2%로 올라 1위를 유지했다.

그렇다고 가격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저렴한 가격’을 중시한다는 응답은 2024년 76.9%, 2025년 76.0%로 여전히 높았다. 다만 순위는 2위에서 3위로 밀렸다. 가장 싼 제품을 찾기보다 성능과 품질, 고장 이후까지 함께 따지는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읽힌다.

쿠팡이나 컬리 등을 통해 당일·익일 배송이 보편화되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국내에 자리 잡으면서 초저가 상품을 구입하기 한결 더 쉬워졌다. 2025년 4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구매액은 2조 2543억 원이었다. 의류·패션 상품 구매액은 1조 274억 원, 생활·자동차용품은 2001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구입한 금액이 1조 473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초저가 해외직구의 성장과 함께 쌓인 소비자 불만과 지금의 구매 환경을 짐작하게 한다. 상품의 가격이 낮으면 구매 실패에 대한 부담도 작게 느껴진다. 몇천 원짜리 물건이 사진과 다르거나 금세 고장 나도 “이 가격이니까”라며 넘길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대체할 물건을 다시 검색하고 주문해야 한다. 포장을 뜯고 정리하며, 반품 조건을 확인하거나 버릴 방법도 찾아야 한다. Z세대는 가격표에 적히지 않은 교환의 수고와 교체의 피로까지 비용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당장 싸게 사는 가성비에서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를 따지는 가성비로 기준이 넓어진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타오바오 관련 상담을 분석한 결과, 총 5341건의 상담이 접수됐다. 제품 하자와 가품 등을 포함한 품질 불만이 15.7%로, 1위 배송 지연과 오배송 등을 포함한 계약 불이행, 2위 환급 지연·거부 등 청약철회 문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젊은 층은 백화점으로, 시니어는 온라인으로

쇼핑 공간의 세대 구분도 흐려지고 있다. 2030세대는 팝업스토어와 전시, 식음료, 휴식 공간을 찾아 백화점으로 들어간다. 더현대 서울의 2025년 전체 매출 가운데 2030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58%였다. 더현대 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전국 점포 평균 25.1%의 두 배를 넘었다. 더현대 서울에서는 지난해에만 660여 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반대편에서는 중장년층의 온라인 쇼핑 이용이 빠르게 늘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50대의 온라인 쇼핑 이용률은 2018년 40.0%에서 2024년 86.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60대는 17.5%에서 46.1%로 상승했다.

64세 안 모 씨의 경험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보인다. 안 씨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홈패션 강의를 들었다. 원단을 사서 아이들의 옷을 직접 만들며 여러 소재의 특성을 익혔다. 안 씨는 “계절에 맞는 원단인지 만져보면 바로 안다”며 “옷이나 가방을 살 때도 만듦새가 튼튼한지 확인하고, 간단한 옷 수선은 집에서 직접 한다”고 말했다.

요새 그는 국내 온라인몰뿐 아니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에서도 옷과 물건을 구입한다. 구매처뿐 아니라 물건을 사용하는 환경도 달라졌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용하면서 옷이 줄어들거나 원단이 쉽게 상하는 일도 많아졌다.

“물론 알리와 테무에 가격 대비 쓸 만한 물건도 있다. 상세사진을 보면서 원단과 봉제 상태, 반복 세탁을 견딜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 고른다. 문제는 사진과 다르거나 설명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후기를 잘 살펴보더라도 원단을 직접 만져보는 것처럼 직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전 씨가 사고 버리는 경험을 거쳐 성능을 보기 시작했다면, 안 씨는 수십 년 동안 물건을 사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입 전부터 제품의 수명을 가늠한다. 젊은 세대가 후기와 별점으로 제품 정보를 모은다면, 일부 시니어는 만들고 고쳐본 경험으로 물건을 판단한다.

수리하는 곳에서 다시 만난 두 세대

좋은 물건을 고르는 것만으로 오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장 난 제품의 부품을 구하지 못하거나 제품을 쉽게 분해할 수 없으면 소비자는 새 제품을 사야 한다.

서울 마포구 ‘수리상점 곰손’에서는 두 세대의 경험이 기술을 통해 이어진다. 곰손은 전기 수리와 소형 가전 수리, 재봉, 의류 수선, 휴대전화 배터리 교체 등 물건을 직접 고치는 도구를 제공하고 수리하는 방법과 지식을 나누는 공간이다.

▲곽성규 씨가 우산 수리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수리상점 곰손)
▲곽성규 씨가 우산 수리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수리상점 곰손)

2024년 곰손의 우산 수리 워크숍에 당시 74세였던 곽성규 씨가 강사로 참여했다. 곽 씨는 영등포시니어클럽에서 우산 수리를 가르쳐온 생활기술 보유자다. 기후위기와 폐기물 문제를 고민해 수리 공간을 연 활동가(곰손지기)들은 곽 씨의 기술력을 알아보고 그를 초청해 부러진 우산살을 잇고 천을 갈아 끼우는 방법을 배웠다.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 세대와 물건이 귀했던 시절을 살아온 시니어가 ‘수리권(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고 고쳐서 쓸 권리)’이라는 단어 앞에서 만난 것이다.

‘엄마의 환경수업’의 저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정명희 곰손지기는 “스승님(곽 씨)이 귀촌한 이후로 그에게 우산 수리기술을 익힌 이들이 나서 지금까지 워크숍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기성세대가 물건을 고쳐 쓴 배경에는 물자가 귀하고 새 물건을 자주 사기 어려웠던 시대 경험이 있다. 뭐든 쉽게 살 수 있는 환경의 Z세대는 반복된 소비 경험을 거쳐 오래 쓸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다만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이는 싸고 예쁜 것만 찾는다”는 평가를 거둘 필요가 있다. 한편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 시니어에게 온라인 후기와 별점이 아닌 연륜이 담긴 경험을 물어볼 수 있다. 어떤 원단이 기계 세탁을 견디는지, 어느 제품이 잔고장이 적은지, 고장 난 물건을 어떻게 다시 쓰게 만드는지를 먼저 살아본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좋은 물건을 골라도 고장 났을 때 부품을 구하지 못하거나 제품을 분해하기 어렵다면 오래 쓰기 힘들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제20조와 시행령 제10조의3은 정부가 지정한 제품의 생산자와 수입자가 예비부품 확보와 배송 기한, 수리하기 쉬운 설계, 수리 정보 제공 등의 기준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덜 버리는 소비는 돈만 아끼지 않는다. 주문하고 실망하고 다시 골라 주문하는 시간과 에너지도, 한정된 자원의 낭비도 줄일 수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폐기가 이어지는 시대에 시니어의 생활기술은 지난 세대의 추억에 머물지 않는다. 다음 세대가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데이터다.

오래 쓸 물건을 고를 때 확인할 다섯 가지

① 소재와 마감 상태는 튼튼한가

② 반복 세탁과 건조 등 실제 사용 환경에 맞는가

③ 고장 났을 때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가

④ 교환·반품과 AS 절차가 분명한가

⑤ 직접 수리하거나 전문 수리를 맡길 수 있는 구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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