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부터 연금저축·주택연금·종신보험까지, 배우자 사망 후 처리 방식은 제각각

“혹시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앞으로 생활비는 어떻게 하지?”
노후를 준비하면서 매달 연금을 얼마나 받을지 계산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남은 가족이 어떤 연금을 얼마만큼 받을 수 있는지까지 미리 살펴보는 경우는 드물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연금저축·IRP), 주택연금, 종신보험은 모두 노후 생활과 관련된 금융수단이지만 배우자 사망 이후 처리 방식은 서로 다르다. 부모 세대뿐 아니라 자녀들도 기본적인 구조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겼을 때 필요한 신청과 승계 절차를 놓치지 않아야 남은 가족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는 유족연금이 있다
일정한 가입 요건을 충족한 국민연금 가입자나 가입자였던 사람, 노령연금 수급자 또는 장애 2급 이상 장애연금 수급자가 사망하면 그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던 배우자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유족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다만 고인이 받던 국민연금이 그대로 배우자에게 승계되는 것은 아니다. 유족연금 지급률은 고인의 가입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이면 기본연금액의 40%, 10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50%, 20년 이상이면 60%가 지급된다. 여기에 요건을 갖춘 부양가족이 있다면 부양가족연금액이 더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부부 중 한 사람이 먼저 사망했을 때 남은 배우자가 받을 소득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그 금액으로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미리 점검해보는 것도 중요한 노후 준비다.
부부 모두 국민연금을 받았다면
배우자 본인도 국민연금을 받고 있다면 계산은 조금 복잡해진다. 본인의 노령연금과 배우자 사망으로 발생한 유족연금을 각각 전액 받을 수는 없다. 이 경우 남은 배우자는 두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본인의 노령연금을 선택하면 본인 연금에 유족연금액의 30%를 더해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유족연금을 선택하면 유족연금만 받는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본인과 배우자의 연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연금액만 비교하지 말고 부양가족연금액과 개인별 수급 조건까지 국민연금공단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연금저축과 IRP는 상속재산이다
개인연금인 연금저축과 IRP는 국민연금과 성격이 다르다. 계좌 안에 남아 있는 적립금은 가입자 개인의 재산에 해당하며, 가입자가 사망하면 원칙적으로 상속 절차에 따라 처리된다.
국민연금처럼 정해진 비율의 유족연금이 매달 지급되는 구조가 아니다. 일반 상속인은 계좌에 남은 자금을 상속받게 되며, 배우자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고인의 연금계좌를 자신의 연금계좌로 승계해 연금 형태로 이어받을 수 있다.
배우자가 연금계좌 승계를 원한다면 고인이 사망한 날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해당 금융회사에 승계를 신청해야 한다. 기한을 놓치거나 중간에 연금 외 방식으로 인출하면 세금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금융회사에 신속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택연금은 남은 배우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 수령 가능
주택연금의 장점 중 하나는 주택소유자와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자가 승계 절차를 거쳐 기존 주택에서 계속 살면서 월 지급금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족연금처럼 가입 기간에 따라 지급률이 낮아지지도 않는다. 배우자가 승계 요건을 충족하고 필요한 절차를 마치면 원칙적으로 기존 월 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가입자가 사망한 뒤 주택연금이 아무 절차 없이 자동으로 계속 지급되지는 않는다. 가입자 사망 시 월 지급금은 일단 중단되며, 배우자는 사망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주택연금 승계와 채무인수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
담보를 제공한 방식에 따라서도 절차가 달라진다. 저당권 방식은 배우자가 주택의 소유권을 모두 취득해야 하므로 다른 상속인의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 자녀 등 상속인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다면 배우자의 승계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2021년 6월 신탁방식 주택연금이 도입됐다. 신탁방식은 가입자가 먼저 사망하더라도 배우자가 주택 소유권을 이전받거나 다른 상속인의 동의를 받을 필요 없이 연금과 거주권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탁방식도 사망 후 별도의 신청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는 정해진 기간 안에 주택연금 승계와 채무인수 신청을 해야 한다.
종신보험도 생활비 안전망이 될 수 있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종신보험에 가입해 두었다면 남은 가족에게 또 다른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계약에서 정한 수익자에게 약정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피보험자가 남편이고 보험금 수익자가 아내로 지정돼 있다면 남편 사망 후 지급받은 보험금을 생활비나 의료비, 장례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보험금 수익자가 각각 누구로 지정돼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오래전에 가입한 보험은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으로 되어 있거나 가족관계가 달라진 뒤에도 변경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따라서 노후 자산을 점검할 때는 국민연금과 연금저축뿐 아니라 보유 중인 종신보험의 계약 내용과 보험금 수익자도 함께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배우자 사망 이후의 생활비도 계산해야
노후 준비는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기간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부족하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남은 가족의 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예상치 못한 이별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부부의 연금과 보험, 주택연금 가입 방식 등을 정리해두면 남은 가족이 혼란 속에서도 필요한 절차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미리 확인해둔 정보는 배우자와 가족의 삶을 지키는 현실적인 노후 안전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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