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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이지테크의 변화, 기술보다 생활에 방점

입력 2026-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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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퇴자협회 선정 기업 살펴보니… AI·로봇도 생활 문제 해결 도구로 활용

▲에이지테크 협력체(AgeTech Collaborative) 홈페이지 갈무리.
▲에이지테크 협력체(AgeTech Collaborative) 홈페이지 갈무리.

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가 공통으로 직면한 사회적 과제다. 고령친화 기술을 다루는 에이지테크도 미래 유망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에이지테크 산업의 방향을 보여주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정기적으로 에이지테크 스타트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선정 기업의 면면을 보면 미국 고령친화 산업이 어떤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최근 결과를 살펴보면 인공지능(AI)은 주요 기술로 쓰였지만, 전면에 내세운 것은 AI 자체가 아니었다. 고령자의 보행, 청각, 심장 건강, 감각 기능, 섬망, 낙상 위험, 사회서비스 연결처럼 일상에서 바로 드러나는 노화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퇴자협회가 운영하는 에이지테크 협력체(AgeTech Collaborative)는 고령자의 삶을 개선하는 기술 기업과 투자자, 기업, 실증기관 등을 연결하는 에이지테크 생태계다. 이 조직은 분기마다 신생기업을 선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8주 온라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이 전략을 다듬고, 소비자 이해를 높이며, 창업자 간 연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참가 기업에 비용이나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특징이다.

올해에는 지난 1월과 4월 기업 선정이 이뤄졌다. 미국은퇴자협회는 4월 발표에서 착용형 이동 보조기기, 심장 모니터링, 감각 건강 추적, 청각 관리, AI 기반 돌봄 조정 분야 기업을 선정했다.

기업 명단을 보면 기술의 방향이 드러난다.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이동성과 신체 기능 보조다. 액셀레라(Accelera)와 데피(Dephy)는 모두 고령자의 보행과 이동 부담을 줄이는 착용형 기술을 내세웠다. 액셀레라는 균형과 이동성 개선을, 데피는 발목 구동형 착용 장비를 통한 보행 보조를 강조한다. 1월 선발된 원스텝(OneStep), 리뷰모(ReviMo), 서지모션(Surge Motion)도 유사한 기술을 가진 회사다. 원스텝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보행·이동성 평가 기술을, 리뷰모는 이동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돕는 로봇 보조기술을, 서지모션은 착용 장비와 AI를 결합한 낙상 위험 저감 기술을 제시했다. 고령자를 단순히 보호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더 오래 걷고 움직이게 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기술에 무게가 실린 셈이다.

건강 변화의 조기 발견도 주요 축이다. 얼라이브코어(AliveCor)는 개인용 심전도 기기와 의료용 AI를 결합해 심장 이상을 파악하는 기업으로 소개됐다. 루시디파이(Lucidify)는 섬망을 객관적으로 감지해 뇌 손상이나 전신 염증, 장기 부전의 초기 징후를 파악하는 기술을 내세웠다. 신시어(synseer)는 귀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장질환, 난청, 인지저하의 관련성을 추적하는 건강관리 기술을 제시했다.

감각 기능과 일상 건강을 다루는 기업도 적지 않다. 이어짐(eargym)은 영국 런던 기반의 청각 건강 디지털 헬스 기업으로, 청각 확인과 청각 훈련을 결합한 앱을 운영한다. 슈퍼센시스(SuperSenses)는 후각·미각·청각·시각·촉각 변화를 추적해 신경학적 변화를 살피는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연초에 뽑힌 페노(Feno)는 구강관리 기술을, 슬립리셋(Sleep Reset)은 비약물 불면 치료를, 지다(Zida)는 과민성 방광과 요실금에 대한 비침습 가정용 치료를 내세웠다.

돌봄 연결과 생활 안전도 중요한 축이다. 키퍼시스템스(Keeper Systems)는 비영리기관, 의료 제공자, 정부가 고령자와 장애인 등에게 사회서비스를 더 빠르게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AI 기반 기반시설 기업으로 소개됐다. 알리타(Alita)는 환자와 돌봄 제공자 선별 과정을 자동화해 돌봄 기관의 채용과 운영을 돕는 기술을 제시했다. 헤일로(Haelo)는 걸음 수 측정보다 안전에 초점을 둔 반지형 착용기기를 내세웠다. 1월 명단에 이름을 올린 팔킨(Falkin)은 금융사기 예방 도구를 소개했다. 돌봄의 범위가 신체 지원을 넘어 서비스 연결, 생활 안전, 금융 보호로 넓어지고 경향을 보인다.

로봇 기술도 포함됐지만, 이 역시 거창한 자동화보다 현장 보조와 정서적 지원에 가깝다. 인챈티드툴스(Enchanted Tools)는 의료·노인돌봄 분야의 동반 로봇을, 어시스티브 테크놀로지 디벨롭먼트(Assistive Technology Development·ATDev)는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위한 지능형 로봇 보조기술을 내세웠다. 국내에서 거론되는 피지컬AI ‘만능론’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다.

이들 기업들의 에이지테크 발전 방향을 살펴보면,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령자를 하나의 복지 수혜자로 보지 않고, 걷고, 듣고, 자고, 경제활동을 하는 생활자로 본다.

이는 최근 한국의 흐름과 차이가 있다. 한국 정부는 돌봄 인력 부족과 통합돌봄 확대를 배경으로 AI·사물인터넷 기반 돌봄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월 ‘AI 돌봄기술 전주기 지원 전략’을 발표하면서 재가 돌봄에는 스마트홈 모델을, 장기요양시설 등에는 스마트 시설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의 스마트홈·스마트 사회복지시설 분야 협력단도 선정했다.

한국의 에이지테크 방향은 정부 주도형 돌봄 기반시설 구축에 가깝다면 미국의 그것은 ‘노화로 생기는 생활 불편의 기술적 해결’에 더 가까운 흐름을 보인다. 미국은퇴자협회의 선정 결과는 시장과 소비자의 세부 수요가 먼저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 기술 경쟁이 결국 AI라는 이름보다, 고령자가 실제로 겪는 불편을 얼마나 정확히 줄이느냐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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