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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고립 막자” 日 음악·사진·미술로 ‘연결’ 실험

입력 2026-05-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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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연·사진 산책·미술 감상으로 일상 속 사회 활동 회복 시도

▲일본 내각부가 매년 5월 운영하는 ‘고독·고립 예방 집중기간’ 행사 중 하나인 ‘라이브 워크’ 이미지. 이 프로그램은 외출이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 질병·돌봄 등으로 고립감을 겪는 이들이 온라인으로 국내외 풍경을 실시간 감상하며 현지 진행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버추얼 포토워크 제공)
▲일본 내각부가 매년 5월 운영하는 ‘고독·고립 예방 집중기간’ 행사 중 하나인 ‘라이브 워크’ 이미지. 이 프로그램은 외출이 어려운 고령자와 장애인, 질병·돌봄 등으로 고립감을 겪는 이들이 온라인으로 국내외 풍경을 실시간 감상하며 현지 진행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버추얼 포토워크 제공)

일본 정부가 고령층의 고독과 고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상담 지원과 함께 음악, 사진, 미술, 영상 등을 활용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사람을 상담 창구로 연결하는 기본 안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적 접근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일본 내각부는 매년 5월을 ‘고독·고립 예방 집중기간’으로 정하고 관련 사업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기업 등이 함께 고독·고립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쉽게 손을 내밀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간이다.

올해 주요 사업으로는 온라인 기반의 ‘온라인 연결 광장 2026’이 마련됐다. 누구나 접속해 머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으로, 고독과 고립을 겪는 사람은 물론 가족, 이웃, 복지 관계자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음악, 사진, 미술,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가 사람 사이의 접점을 만드는 매개로 활용된다.

음악 프로그램은 ‘100만 명의 클래식 라이브’가 맡았다. 이 단체는 공연장을 찾기 어려운 사람도 일상 공간에서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소규모 공연을 열어 온 곳이다. 올해 행사에서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를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음악이 사람 사이의 관계 회복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다루는 대담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은 음악을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관계 형성의 수단으로 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같은 시간에 같은 음악을 듣고, 감상을 나누며, 서로의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참여자에게 ‘함께 있다’는 감각을 제공한다. 고립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가 아니라, 그 경험을 함께 나누는 관계라는 점을 보여준다.

사진을 활용한 ‘온라인 사진 산책’도 주요 프로그램으로 소개됐다. 병이나 장애, 고령 등으로 외출이 어려운 사람에게 국내외 풍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진행자가 현장을 걸으며 풍경을 소개하고, 참여자는 화면을 통해 여행하듯 대화를 나눈다. 도쿄의 정원, 홋카이도의 자연, 해외 지역 풍경 등이 프로그램에 배치됐다.

고립은 단순히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계절의 변화, 거리의 풍경, 낯선 장소를 접하는 경험이 사라지는 것도 고립의 한 형태다. 온라인 사진 산책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에게 바깥 세계와 여전히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술을 활용한 프로그램도 포함됐다. 일본의 한 문화예술 단체는 치매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해 온 대화형 미술 감상 활동을 온라인 공간에 소개했다. 작품을 보고 정답을 맞히는 방식이 아니라, 보이는 것과 느낀 점을 자유롭게 말하는 방식이다.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거나, 말 대신 그림으로 이어가는 활동도 함께 구성됐다.

이 같은 방식은 치매 돌봄 현장에서도 시사점이 있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고령자에게 기억을 확인하거나 정답을 요구하는 활동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미술과 사진을 매개로 한 대화는 평가의 압박을 줄이고, 참여자가 자신의 감각과 경험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도록 돕는다.

영상 콘텐츠도 연결의 도구로 활용된다. 온라인 연결 광장 안에는 지방자치단체, 비영리단체, 기업의 활동을 소개하는 영상 공간이 마련됐다. 고독·고립을 예방하는 지역 활동, 기업의 사회공헌 사례, 민간단체의 프로그램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문서나 보고서보다 현장감을 전달하기 쉽고, 다른 지역의 복지 관계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사례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고립된 사람을 일방적인 지원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자는 음악을 듣고, 사진 속 풍경을 보고, 그림을 감상하며, 영상 속 사례를 접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감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복지 서비스의 수혜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문화 경험에 참여하는 시민으로 자리 잡는 구조다.

일본의 사례는 노인의 고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독과 고립은 단순히 혼자 사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 속 관계와 참여가 끊어지는 문제다. 국내 노인복지 정책도 최근 본격화된 통합돌봄 체계 안에서 고령자가 음악과 사진, 미술, 영상 등을 매개로 다시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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