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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1조 원, 4.6조 원 소득효과로” ‘돌봄경제’ 뜬다

입력 2026-05-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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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서 돌봄 지출 경제효과 조명… “복지 지출 넘어 산업정책으로 봐야”

▲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른 돌봄경제와 산업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서영석·김남희·김윤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와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공동주관했다.(이준호 기자)
▲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른 돌봄경제와 산업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서영석·김남희·김윤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와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공동주관했다.(이준호 기자)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서 ‘돌봄경제’가 새로운 정책 화두로 떠올랐다. 돌봄을 복지 지출이나 가족 부담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고용과 소득, 산업, 기술을 움직이는 경제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이후 지역사회 돌봄 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넘어, 돌봄을 국가 경제와 산업정책의 한 축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화됐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른 돌봄경제와 산업발전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서영석·김남희·김윤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와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공동주관했다. 이태수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류재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과 박영란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다. 토론에는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현정 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서민수 보건복지부 복지돌봄인공지능정책과장, 신윤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인공지능융합혁신단 사무관이 참여했다.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은 개회사와 마무리 발언에서 돌봄의 경제적 의미를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돌봄은 앞으로 어마어마한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며 “지역사회 돌봄을 만들어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사회화하면 여성들이 풀려나고, 생산인구를 공급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에 쓰는 돈은 굉장히 중요한 경제적 투자라는 측면에서 더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류재린 연구위원은 ‘사회계정행렬을 이용한 돌봄경제의 투자효과 분석’을 발표했다. 류 연구위원은 돌봄 지출을 단순한 복지 비용이나 소비가 아니라, 소득과 고용, 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적 투자이자 공공재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돌봄이 제공돼야 가족 구성원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고, 사회 전체의 노동력 재생산도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돌봄은 경제 전반의 전략적 인프라라는 것이다.

류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돌봄 지출은 약 41조7000억 원, 2022년에는 약 44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기준 44조7000억 원의 돌봄 지출은 생산활동 부문에서 약 205조5000억 원의 명목 소득효과를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에 1조 원을 지출하면 약 4조6000억 원의 직간접 소득효과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돌봄 지출을 ‘돈을 쓰는 복지’가 아니라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내는 투자로 해석할 근거로 제시됐다. 류 연구위원은 급여 형태에 따라 파급 경로가 달라진다는 점도 설명했다.

다만 류 연구위원은 돌봄 지출 확대가 곧바로 고용효과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분석에 따르면 돌봄 지출은 2020년 약 41조7000억 원에서 2022년 약 44조7000억 원으로 늘었지만, 고용유지 효과는 같은 기간 약 103만2000명에서 약 91만3000명으로 낮아졌다. 임금근로자 기준으로도 약 76만8000명에서 약 68만5000명으로 줄었다. 류 연구위원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단순히 지출의 양적 확대만 한다고 해서 무조건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출 구조 개편과 함께 돌봄 일자리의 질 개선, 노동생산성 문제, 공급체계 개편을 포괄하는 치밀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영란 강남대 교수는 ‘AI시대 돌봄산업 생태계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한국이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돌봄의 사회화와 제도화를 추진해 왔지만,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진단했다. 가족 부담, 장기요양 재정 압박, 요양보호사 부족, 의료와 요양의 분절, 장기요양기관 평가의 형식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특히 돌봄 현장에서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나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돌봄 현장은 ICT 돌봄에서 AI 돌봄, 스마트 돌봄으로 이동했고, 스마트 경로당과 스마트 요양원, AI 돌봄로봇 등 다양한 기술과 공간이 확산됐다. 그러나 AI·IoT 기기와 플랫폼 기술은 준비돼 있는 반면, 표준화와 인증, 수가체계, 현장 인프라가 부족해 ‘디지털 전환의 병목’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돌봄산업이 일상생활 지원과 건강·의료·재활, 주거, AI 플랫폼 기술이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돌봄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과제로 돌봄 인력의 처우 개선과 전문 교육, 의료·요양 통합 전달체계 구축, 장기요양보험 재정 안정화, AI·IoT 기기의 국가 표준화와 인증, 원격 돌봄에 대한 정식 급여 항목 신설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과거 가족, 특히 여성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돌봄 모델이나 민간 시장으로의 급격한 외부화를 넘어 새로운 균형의 네트워크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가와 시장, 가족, 지역사회가 명확한 재정적 유인 아래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도 돌봄경제를 제도와 산업의 관점에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이 제정된 지 20년 가까이 된 만큼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현행 법률의 상당 부분이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에 머물러 관련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며, 돌봄경제와 기술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정 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은 돌봄과 치료의 차이를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큐어는 단기적으로 빠지는 것이지만, 돌봄은 시작되면 돌아가실 때까지 갈 수밖에 없다”며 “돌봄이 경제로 들어가려면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돌봄 현장에 디지털 문해력을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며, 측정 가능한 데이터가 쌓이고 개입과 평가가 순환하는 한국형 클로즈드 루프 케어 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 측 토론자들도 돌봄과 AI 기술의 결합 계획을 소개했다. 서민수 보건복지부 복지돌봄인공지능정책과장은 올해 하반기 복지돌봄 AI 로드맵을 발표하고, 응급안전안심서비스와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정서지원 돌봄로봇 등 기존 사업 데이터를 연결하는 차세대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윤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인공지능융합혁신단 사무관은 예산 편성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2027년 신규 사업으로 200억∼250억 원 규모의 AI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 말미에서 김 이사장은 돌봄산업의 국산화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돌봄이 본격화하기 전에 보건의료·복지산업을 국산화하고 육성하지 않으면 의료에서 일어난 국부 유출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돌봄체계를 만들고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 장애인 복지 쪽에서 급여화가 이뤄져야 공적 소비가 만들어지고, 그때부터 돌봄산업이 육성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돌봄을 더 이상 지출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 돌봄은 가족 부담을 덜고 노동시장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기반이자, 고용과 소득을 만들고 관련 산업을 키울 수 있는 경제 영역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통합돌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복지정책의 관점에 머물지 않고, 경제적 효과와 산업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날 제시된 ‘돌봄경제’ 논의는 그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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