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현장 돌봄데이터 통합, 과기정통부는 생성형 AI 플랫폼 개발 추진

정부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계기로 돌봄 분야 인공지능(AI)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복지돌봄 AI 로드맵을 발표하고, 응급안전안심서비스와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정서지원 돌봄로봇 등 현장 사업의 분절된 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차세대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산 편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2027년 신규 사업으로 약 200억∼250억 원 규모의 생성형 AI 기반 돌봄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른 돌봄경제와 산업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정부 측 토론자들은 돌봄 AI 정책의 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복지부는 현장에 흩어진 돌봄 데이터를 통합해 실제 서비스와 실증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맡고, 과기정통부는 이를 바탕으로 생성형 AI 기반 ‘돌봄 에이전트’를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 구조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이후 통합돌봄이 단순한 서비스 연계를 넘어 AI와 데이터 기반 산업정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관심을 모은 인물은 서민수 보건복지부 복지돌봄인공지능정책과장이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복지돌봄인공지능정책과를 신설했다. 돌봄 수요 급증과 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복지 분야에도 AI 전담 조직을 둔 것이다. 서 과장은 이 조직의 책임자로서 향후 복지돌봄 AI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서 과장은 돌봄 AI 정책의 배경으로 인력 부족을 들었다. 그는 2030년부터 1차 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에 진입하면 돌봄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고, 2040∼2050년으로 갈수록 현재보다 두 배, 세 배 수준의 돌봄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 과장은 “이번 정부는 AI를 중심적인 국가 정책 중 하나로 두고 진행했고, 복지부도 이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추진단을 만들어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첫 번째 계획은 복지돌봄 분야 AI 활용 로드맵 발표다. 서 과장은 “올해 하반기에 전반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발표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로드맵은 통합돌봄 현장에서 AI와 IoT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서비스 모델과 R&D 과제를 우선 추진할지, 개발된 기술과 장비를 어떤 방식으로 예산·수가·시장 진입과 연결할지를 담는 실행계획 성격의 정책 구상이다.
서 과장이 밝힌 복지부 플랫폼의 핵심은 ‘데이터 통합’이다. 현재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21만 가구를 대상으로 IoT 기기를 설치해 어르신의 움직임과 응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AI·IoT 기반 어르신 건강관리 사업은 스마트 체중계와 혈압계를 활용해 보건소 간호사가 건강 상담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효돌 같은 정서지원 돌봄로봇도 지자체 현장에서 보급돼 있다. 그러나 각각의 사업이 따로 움직이면서 공통된 플랫폼 환경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서 과장의 진단이다.
서 과장은 “가장 큰 문제는 공통된 플랫폼 환경이 만들어져 있지 않고 데이터가 분절돼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세 사업의 공통된 차세대 기반을 만드는 플랫폼 형태의 사업을 올해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미 현장에 들어가 있는 돌봄기술을 하나의 데이터 기반 위에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고령자의 생활 변화, 건강 상태, 정서 반응, 응급 징후를 통합적으로 수집·분석해 더 정확한 위험 판단과 서비스 연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복지부는 과기정통부와 공동 R&D 기획도 준비하고 있다. 서 과장은 “R&D 측면에서는 과기정통부의 인공지능기반혁신담당관실과 같이 부처 공동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현장 데이터와 서비스 모델을 제공하고, 과기정통부가 AI 기반 기술을 뒷받침하는 방식의 협력 구조가 추진되는 셈이다.
과기정통부의 계획은 생성형 AI 돌봄 에이전트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윤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인공지능융합혁신담당관실 사무관은 과기정통부가 국가 전반의 AI 전환, 즉 AX를 추진하는 조직을 신설했고, 이 가운데 농업과 돌봄 분야의 AI 고도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지부와 돌봄 분야 AI 적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기존 돌봄 R&D가 보건의료 분야에 비해 규모가 작고 과제 간 연계도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신 사무관은 기존 연구가 로봇 팔이나 센서 등 단편적 요소 기술 개발에 머물러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플랫폼과 실증, 현장 적용을 묶은 프로젝트형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돌봄기술은 기능뿐 아니라 사용자가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쓸 수 있는 감성과 수용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가 준비 중인 핵심 사업은 2027년 신규 AI 플랫폼 사업이다. 신 사무관은 예산 확정 전 단계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과기정통부에서 200억∼250억 원 규모 내외로 AI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보건산업진흥원 등 기존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와 실제 현장에서 측정되는 데이터를 모아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이를 학습해 생성형 AI 모델을 만드는 방식으로 구상되고 있다.
최종 목표는 ‘돌봄 에이전트’ 구현이다. 신 사무관은 “더 쉽게 말하면 챗GPT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돌봄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현장의 분절된 돌봄 데이터를 통합하는 기반을 만들고, 과기정통부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모델과 에이전트 플랫폼을 개발하면, 돌봄 현장에서 사람을 보완하는 지능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신 사무관은 AI 돌봄기술이 사람의 돌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 인력 부족과 재정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정책의 목적이며, 복지부가 재가 요양, 스마트홈, 스마트 요양시설 등 실제 현장의 R&D와 실증을 추진하고, 과기정통부가 AI 기반 플랫폼을 만들어 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부처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통합돌봄 체계가 현장에서 충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AI 도입 논의가 정부 기조에 맞춰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토론회 현장에서도 발표로 나선 박영란 강남대학교 교수는 “AI·IoT와 스마트 돌봄 기술은 이미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현장에 적용할 제도와 수가체계, 표준화·인증 기준, 디지털 인프라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토론회는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계기로 통합돌봄의 경제적 효과와 돌봄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이수진·서영석·김남희·김윤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범부처통합헬스케어협회와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공동주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