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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토리를 떨어뜨릴까

기사입력 2018-08-20 14:21

▲바람개비 모양으로 떨어진 도토리(백외섭 동년기자)
▲바람개비 모양으로 떨어진 도토리(백외섭 동년기자)

뒷동산 산책로는 참나무, 소나무, 아카시아가 적당히 섞여 있는 숲길이다. 푸른 잎에 붙은 도토리가 바람개비처럼 빙그르르 돌면서 발아래로 떨어진다. 오솔길에 그 잔해가 수북하게 쌓였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다람쥐나 나무에서 재주를 부리는 청설모는 보이지 않는다.

왜 도토리가 땅에 떨어질까

바람개비 모양 도토리를 살폈다. 거센 바람에 꺾인 게 아니다. 절단면을 보면 누군가가 세밀한 줄톱으로 잘라낸 것 같다. 누가 왜 이렇게 한 걸까? 길이가 1cm도 안 되는 도토리거위벌레라는 조그만 벌레가 한 짓이라고 한다. ‘도토리가 너무 단단해지면 애벌레가 파먹기 어려워지므로 비교적 부드러운 상태로 유지하려고 가지를 절단한 것’이라고 한다. 도토리거위벌레의 주둥이는 다용도다. 송곳도 되고 톱도 된다. 알을 낳을 구멍을 뚫고 가지를 자른다.

도토리를 먹는 동물

다람쥐를 빼놓고는 도토리를 얘기할 수 없다. 모두가 아는 상식이다. 도토리거위벌레가 알을 낳은 도토리를 땅에 떨어뜨리더라도, 다람쥐는 설익은 도토리에는 입맛을 다시지 않는다. 도토리가 다 익은 가을이 되어야 나타난다.

청설모 역시 다람쥐와 마찬가지로 도토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견과를 매우 좋아한다. 어치는 새 중에서 특히 도토리를 좋아한다. 너구리는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의 동물이다. 곰 역시 너구리와 마찬가지로 잡식성으로 도토리를 아주 잘 먹는다고 한다

도토리는 어떻게 순환하는가

다람쥐는 잘 익은 도토리를 입안에 가득 넣고 저장소에 숨긴다. 한데 기억력이 신통치 않아 다시 찾는 경우는 5분의 1 정도다. 나머지는 덜 익어서 도토리거위벌레의 애벌레 먹이를 겨우 면하고, 다 익어서 다람쥐의 기억력 밖에서 살아남는다. 낙엽 쌓인 땅속에서 발아준비를 한다. 그중에서 일부는 새싹으로 자란다. 하지만 대부분은 큰 나무에 가려 햇빛 보기가 어렵다. 수분과 온도도 마땅치 않다. 훗날을 기약할 수 없다. 그 자리에서 속절없이 흙으로 돌아간다.

자연의 준엄한 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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