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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당뇨 환자

기사입력 2018-07-05 14:08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진료 받는 김영선 동년기자(김영선 동년기자)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진료 받는 김영선 동년기자(김영선 동년기자)

나는 당뇨 환자다. 2008년부터 벌써 10년이 되었다. 3개월마다 병원에 들러 건강을 확인한다. 그때 상황에 맞게 약을 써가며 관리를 해 오고 있지만, 체중은 자꾸만 늘어나고 당 수치도 점점 올라간다. 의사는 약으로 개선이 안 되면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단다. 인슐린 주사가 내심 겁나고 두렵다. 너무 비참한 생각이 든다. 인슐린 주사를 앞둔 밤,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직 검사도 안 했는데, 미리 겁먹고 두려워하는 것이 남 보기엔 미련하고 어리석어 보인다. 그래도 겁이 나는 걸 어쩌겠는가. 혹자는 그럴 것이다. 평소에 관리를 잘하지 왜 아플 때까지 있었느냐고. 그건 몰라서 하는 말이다. 당뇨병 진단을 받고부터는 운동에 식사조절까지 신경을 써가며 관리하느라 먹고 싶은 것도 마음 놓고 먹지 못했다.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는 것이 즐거움이요 행복이라는데… 당뇨병 환자인 나는 이런 행복을 포기하고 살아온 지 벌써 10년째다.

모든 병이 그렇듯이, 당뇨도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우리 몸에서 발병하여 몸에 이상을 느낄 때쯤엔 벌써 많이 진행되어 버린 후다. 나도 그랬다. 2008년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지만, 내 몸에서는 당뇨병 진단을 받기 15년 전쯤부터, 당뇨병이 야금야금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을 어리석게도 훗날에야 알게 되었다. 당뇨병 발병 15년 전에 유명한 종합병원에서 내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의사가 말했다.

“혈액검사에서 희귀병증세가 미세하게 나타나니까 체중관리와 건강관리를 특별히 잘해야 합니다.”

체중을 줄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땐 젊었고, 체중도 약간 과체중 정도였다. 지금처럼 비대하지도 않아서 건강하다고 생각되어 의사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이제 와 생각하니 그때 의사의 말대로 체중도 줄이고 건강관리에 좀 더 신경 썼더라면 오늘날 당뇨 환자가 되어 있지는 않았을 텐데. 후회가 밀려온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라는 말은 명언인 동시에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할 말이라는 것을 뼛속 깊이 느꼈다.

▲히라야마 미즈호 작가의 ‘달콤한 나’(왼쪽), 2권의 칼로리 북(오른쪽 위,아래)(김영선 동년기자)
▲히라야마 미즈호 작가의 ‘달콤한 나’(왼쪽), 2권의 칼로리 북(오른쪽 위,아래)(김영선 동년기자)

2007년에, 아들이 책을 세트로 샀는데 증정품으로 받은 책이라면서 권해준 것이 일본의 판타지 소설 작가 ‘히라야마 미즈호’가 2006년에 쓴 ‘달콤한 나’라는 책이다. 당뇨병에 관한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엔 2007년에 번역판이 출판되었다.

작가는 1968년생인데, 30대 중반인 2003년에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젊은 나이에 그것도 하루아침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후, 작가가 당뇨에 관한 전문서적을 공부해서 생활습관을 바꾸고, 칼로리를 계산해 가며 음식을 조리해 먹고, 혈당관리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진솔하게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당뇨병 환자가 아니여서 관심도 없었고,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당연히 무관심하게 넘겼다. 읽을 때도 별 느낌 없었다. 그런데, 그 이듬해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되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2년에 한 번씩 하는 건강검진을 통하여 알게 된 것이다. 이후 ‘달콤한 나’의 주인공처럼 칼로리를 계산해 가며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사놓은 2권의 칼로리북은 두고두고 지금까지 사전처럼 유용하게 잘 사용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울에 달지 않아도 대략 눈짐작으로도 칼로리 계산이 나오고, 음식의 양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은 관리를 열심히 하였는데 2014년 가을부터 시니어센터와 복지관에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식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었다. 외식이 늘 때마다 식사량도 조금씩 늘어나게 되고 더불어 혈당도 점점 올라가게 된 것이다. 조금씩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점점 무뎌가고 있는데도 나는 관심조차 기울이지를 않았다. 당뇨 경구용 약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약에만 의존하고 안일하게 지냈다. 1년 전부터는 시니어센터에서 사귄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아예 건강한 사람과 똑같이 먹고 다녔다. 혈당도 체중도 점점 올라갈 수밖에! 외식 때문이라는 건 순전히 핑계다. 사실, 먹는 욕심 많은 내 탓이지. 그때부터 진료받으러 갈 때마다 의사의 경고를 들었다.

“비용만 나가고 병은 점점 나빠지니, 이래서 되겠습니까? 약은 먹으나 마느냐고 효과가 없으니, 환자분도 노력을 기울이셔야지요. 식사량도 조금 줄이시고, 다음에 오실 때는 체중을 좀 줄여서 오세요.”

그때마다 늘 대답만 시원스레 하고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의사와의 약속을 어긴 죄로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약이 듣지를 않으니 다음번에는 인슐린 검사를 하자는 것이다. 인슐린 검사결과를 본 후에 어떻게 할지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잠이 오겠는가.

인슐린검사가 있는 날, 상태가 안 좋아서 주사를 맞게 될까 봐 병원에 가는 동안 걱정이 앞섰다. 검사가 끝나고 진료실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검사결과, 혈당검사는 공복혈당이 300에 가까웠다. 이 정도면 고혈당으로 위험한 지경에 와 있는 것이다. 인슐린 검사에서는 그나마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고, 조금은 생성되고 있지만, 작동을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을 또다시 바꿨다.

“다음 진료 때까지 체중을 많이 빼고 오세요. 그때 결과 봐서, 그래도 달라진 것이 없으면 인슐린 주사를 맞으셔야 합니다. 그때는 더는 미룰 수 없어요.”

하늘이 노래지고 무릎에서 힘이 빠졌다. 지난 4년간 관리를 제대로 못 해서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위기의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책 ‘달콤한 나’를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아들에게 물어봤더니 상자에 넣어서 베란다 창고에 두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 책을 꺼내 달라고 했다. 아들이 무거운 책 상자를 8개나 뒤져서 겨우 찾아냈다. 다른 때 같으면 아들이 힘든 것이 안쓰러워서 그만두라고 했을 텐데, 그 책을 꼭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욕심에 그만, 이 더운 날씨에 아들을 힘들게 했다.

처음 그 책을 읽었을 때는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내가 작가의 처지가 되어서 지금 다시 읽으니 읽는 순간마다 작가의 피나는 노력에 코끝이 시큰하고 눈물이 난다. 당뇨병 교과서 같은 그 책을 보면서, 요즘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칼로리를 계산하고 식재료를 골라 조리해야겠다. 체중 감량이 안되면 다음 진료 때는 인슐린 주사 처방을 받을 수밖에는 없으니….


옛날 가수 한 영애 씨의 ‘조율’이란 노래를 좋아한다. 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잠자는 하느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 주세요.’

나도 외치고 싶다. “하느님이여! 그 옛날 건강했던 때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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