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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힘들고 더럽기만 한 직업 아니에요”

기사입력 2018-05-11 09:16

요양보호사 손해수(孫該收·62) 씨

(이준호 기자 jhlee@)
(이준호 기자 jhlee@)
손해수 씨가 요양보호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호기심이 낳은 우연의 연속때문이었다. 신학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해 학위를 준비하던 중 문득 신앙이나 종교적 행위가 실제로 신체 치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졌다. 어떤 방식으로 연구할까 고민하던 중 “간호조무사가 돼서 의료 현장에 들어가 보면 어떻겠느냐”는 담당교수의 제안에 그길로 간호조무사 시험을 준비했다.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근로 강도가 만만치 않기로 유명한 정신요양원이었다.

“제 면접을 본 원장님은 석사 출신 간호조무사를 부담스러워하셨지만, 저는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병동 특유의 냄새가 심했고 환자들은 다루기 힘든 대상이었지만, 치료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 흥미를 느꼈어요.”

그렇게 1997년부터 2012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손 씨는 정신요양원에서 일했다.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도 이 곳에서 했다.

“2008년 기관에서 요양보호사 지원자를 찾는다는 공문이 내려왔어요. 당시엔 시험도 없었고 호기심이 나서 지원해봤죠.”

하지만 그때까지도 자신이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궁금증을 해소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던 중 주소지가 등록되어 있던 양주시청에서 전화를 받는다. 요양보호사로 일해볼 생각 없느냐는 제안이었다. 특유의 호기심이 또다시 발동했다. 요양원에서 오래 일한 만큼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2017년부터 올 초 그만둘 때까지 요양보호사로 근무했다. 처음엔 15년간 해왔던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 일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요양보호사는 서비스를 받는 사람에겐 너무나 필요한 존재이지만, 기관에선 요양보호사를 너무 낮춰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태도를 갖게 돼요. 내가 한 번 더 신경 쓰고 움직이면 어르신들이 훨씬 더 행복해지는 걸 알면서도 안 하게 되는 거예요.”

요양보호사의 업무는 다양하다. 음식 제공, 목욕, 침구 정리, 일지 같은 서류 작성까지 할 일이 꽤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 행정 업무에 능숙한 손 씨가 빛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팀장을 맡았고 요양보호사들의 실무도 지휘했다.

“사실 환자들과는 문제가 전혀 없었어요. 어머니 돌아가실 때 제대로 돌보지 못한 한을 푼다는 마음도 있었죠. 사소한 것 하나만으로도 좋아하시는 환자들을 보면 없던 기운도 펄펄 났어요. 문제는 탁상행정에 맞추기 위한 형식적인 관리와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낮은 처우예요. 이런 부분만 개선된다면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이 훨씬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손 씨는 요양보호사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개선되길 희망했다.

“사람들은 요양보호사란 직업에 대해 더럽다, 냄새난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위생용품이 좋아져 과거보다 일하기가 훨씬 편해졌어요. 우리도 언젠가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잖아요. 경험을 위해서라도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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