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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한옥마을 탐방기

기사입력 2018-02-05 13:42

▲북촌 3경에서 바라다보이는 남산타워. 맑은 날엔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다.(박혜경 동년기자)
▲북촌 3경에서 바라다보이는 남산타워. 맑은 날엔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다.(박혜경 동년기자)
필자는 어릴 때 한옥에서 오래 살았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대문 앞에 있던 한 그루 대추나무 때문에 대추나무집이라 불렸던 아현동 집과 반듯한 서까래가 아름다웠던 돈암동 집 등 한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은 늘 넘친다.

오늘은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북촌 탐방을 하기로 한 날이다. 하늘이 나지막하게 가라앉은 차분한 날씨. 이런 날은 여행이나 산책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약속 장소인 안국역 3번 출구로 갔다.

필자는 약속을 참 잘 지키는 사람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첫 번째로 도착했는데 약속 시간이 20분 정도 남아 있었다.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필자 앞에서 외국인 여자 한 사람이 큰 지도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끙끙대고 있어서 서툰 영어이지만 방향 정도는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자연스럽게 "can I help you?"라고 말을 걸었다.

여자는 매우 기뻐하며 동대문 마켓을 가려 한다고 했다. ‘역시 한국에 여행 왔으면 동대문시장은 가봐야지’ 하는 마음에 미소가 일었다. 교통편보다는 걸어가고 싶다 해서 방향을 알려주며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더니 두바이에서 왔다고 한다. 필자는 여자 혼자 그 먼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찾아준 것이 고마운 생각이 들어 우리나라를 방문해줘서 감사하다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오늘따라 영어가 술술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필자의 영어 실력은 기초 회화를 할 정도임). 그녀는 옥토퍼스(octopus) 푸드를 먹었는데 무척 스파이시(spicy)했다는 말을 했는데 아마도 매운 낙지볶음을 먹었나보다 했다. 그래서 필자는 추천하고 싶은 다양한 한식이 있다며 몇 가지 알려주었다.

그녀는 한국이 참 아름답다며 가방을 뒤적여 봉지를 꺼내더니 다 식은 국화빵을 두 개 필자에게 건넸다. 그 마음이 예뻐서 한 개를 집어 들었다. 감사하다며 떠나는 그녀를 보며 필자로 인해 우리나라가 친절한 나라로 인식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약속 시간이 되자 문화해설사와 일행 8명이 도착해서 북촌 탐방이 시작되었다. 필자는 돈암동에서 30여 년을 살았기 때문에 북촌을 잘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북촌에 8경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북촌 한옥마을은 청계천과 종각의 북쪽, 그중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한옥마을을 말하는데 옛날에 이곳은 왕가 사람들이나 권문세가, 양반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오늘은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1경에서 8경까지 탐방을 하기로 했다.

1경은 창덕궁 담이 바라다보이는 곳에서 시작되었다. 담 옆을 끼고 왼쪽으로 가면 북촌 문화센터가 있다. 이 집은 조선시대에 재무관을 지낸 양반집을 창덕궁 연경당을 모델로 복원해 사람들에게 북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문화유산 우수상’을 받은 곳이라 한다. 관람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사랑방도 개방해놓았고 정자에도 앉아볼 수 있게 해놓았다. 우리 일행도 툇마루에 앉아 인증사진을 찍었다.

▲세한삼우의 고희동 가옥(박혜경 동년기자)
▲세한삼우의 고희동 가옥(박혜경 동년기자)

2경은 원서동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 가옥에서 시작되었다. 참으로 아담하고 예쁜 정취가 느껴지는 한옥이었다. 그러나 한때 친일파였다는 일로 폐가가 되었다가 다시 복원되어 사람들에게 개방되었고 서화전도 열리고 있다 한다. 이곳에는 ‘세한삼우(歲寒三友)’라는 세 명의 친구의 글, 그림, 서화가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세한삼우란 각자의 분야에서 민족계몽과 근대화를 이끈 춘곡 고희동, 육당 최남선, 위창 오세창 세 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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