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 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과 함께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됐다. 부산 해운대의 최첨단 도시숲에서 펼쳐진 레드카펫 행사에서 국내외 영화인들의 모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신인 영화인 등장에서부터 세련되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중견 영화인까지 해운대를 별들의 공간으로 채우기에 충분했다.
1년을 기다려온 별들을 만나다
매년 가을이 되면 부산에서 날아오는 부산국제영화제 소식에 가슴이 뛴다. 이번 레드카펫 행사 당일에는 5500여 석의 자리를 메운 관객들이 영화제에 참석한 스타를 맞이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찾은 미국의 올리버 스톤 감독이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레드 카펫을 밟았다. 1986년 베트남전을 그린 영화 <플래툰>으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거머쥐면서 세계에서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대표작으로는 <7월 4일생>, <월스트리트> 등이 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핫이슈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영화의 살아 있는 전설, 배우 신성일이었다. 그의 팔짱을 끼고 함께 레드카펫을 밟은 여성에 대한 궁금증 때문. 신성일 측이 수양 손녀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아 소란은 잦아들었지만 영화제 초반 내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시대는 변해도 신성일은 여전히 핫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꽃중년 이주실과 김해숙, 여전히 아름다운 그녀들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들어선 서신애의 드레스가 대중에게 주목받았다면 기자는 배우 이주실의 한복에 눈이 갔다. 영화 <엄마의 공책>(감독 김성호)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이주실은 어머니 미소를 머금고 배우 이종혁과 함께 레드카펫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복의 단아한 모습이 영화제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희생부활자>(감독 곽경택)의 여주인공 김해숙 또한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낸 꽃중년 스타다. 흰 드레스를 입고 배우 김래원, 곽경택 감독과 함께 레드카펫 위에 올랐다. 이번 작품에서 아들로 등장한 김래원은 벌써 김해숙과 세 번째 호흡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임권택 감독은 거동이 불편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짚고 등장했다. 올해의 한국영화 회고전 <배우의 신화, 영원한 스타: 신성일>에서는 그가 만든 영화 <길소뜸>이 상영됐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인 안성기,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배우 권해효도 팬들의 환호 속에 레드카펫을 밟았다.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홍콩 누아르의 전설 오우삼도 새 영화 <맨헌트>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이번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 의사를 밝힌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도 레드카펫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치적 문제로 침체일로를 겪었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다시 한 번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