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 오겠습니다”
“미끄럼 조심해”
큰애가 진눈깨비 오는 날 우산 챙겨 외출을 한다
일주일 후
왠 강아지를 안고 들어온다
“아이구 예뻐라 누구네 강아지야“
“엄마 할 얘기가 있어”
왠지 스치는 이상한 예감
“일주일 전 진눈깨비 많이 온 날 아파트 앞에 얘가 흠뻑 젖어 제대로 서지도 못 하고 비틀거리며 있는 거야.
하도 안 되서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해 주라하고 돈도 주고 나왔는데 아까 데려가라고 전화가 온 거야.
우리는 키울 수 없으니 병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니 요즘 IMF로 이런 강아지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유기견 보호소로 연락할 수밖에 없는데 주인이 안 나타나면 보름 지나 안락사 시킨데 우리가 키우자”
이상한 예감은 늘 적중한다더니 바로 그 꼴이다
지난해까지 강아지를 키우다가 잃어버려 마음이 너무 아파 이제 다신 키우지 않기로 아이들과 약속도 했는데 다른 두 애들이 들어오면 더 큰일이라 단호하게 안 된다 하자 그때부터 어떻게 죽이냐며 울기 시작한다.
띵똥 아이들이 차례로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이젠 셋이 운다.
우리들이 돌아가며 당번제로 키울 테니 기르게만 해 달란다.
“안 돼”
우리 방에서 절대 나오지도 못 하게 하고, 변도 우리들이 치우고, 목욕도 시키고 병원도 우리가 데려가고 모든 비용도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엄마~~
자식을 누가 이겨
그럼 지난번 나간 애 대신이라 생각하고 이름은 또 들어왔으니 “또야”다
너희들이 약속한 거 하나라도 안 하면 내다 버릴테니 그리 알아
금방 야호 소리가 나고 난리도 아니다
너무 고생하고 힘들었던 스트레스 때문인지 등이 굽은 잡종 또야는 일주일 쯤 적응기간이 끝나 그렇게 한 식구가 되어 집안을 즐겁게 만들기 시작한다
자신을 데려온 게 큰애라선지 집에 큰애만 있으면 그 곁을 떠나질 않는다
아이들 약속은 한 달이 가질 못 하고 모든 게 엄마 몫이 되었지만 워낙 강아지를 좋아하는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밖에 나갔다가도 친구들과 일찍 헤어져 또야 건사하기 바쁘다
식구들이 외출하면 누군가 들어올 때까지 대문 앞에 앉아 아무 것도 안 먹고 기다리고 변은 전 집에서 훈련받은 결과인지 몰라도 제대로 가리고
식구들 외출할 때 차에 태우면 아마 전 주인이 차에 태워 아파트 앞에 놓고 간 기억이 남아 있는지 얼마나 짖어대며 안 탈라하는지
또야는 대단히 호전적이었다.
다른 강아지를 보면 품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듯 뛰어내려 자신보다 몇 배는 큰 개에게도 거침없이 달려들어 물고 흔들어 큰 개도 피할 정도로 법석을 떨어 식구들을 난처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세월이 흘러 또야도 나이가 드니 털이 빠지고 이빨도 빠지고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다
엄마는 전담으로 먹이고 용변 뉘고 편하게 해 주려 온 정성을 다 한다
아이들도 일찍 들어와 함께 놀아준다.
몇 달이 지났다
갑자기 옆으로 누워 거의 숨을 못 쉰다.
일반 동물병원의 차원을 넘어선 듯하다
동물들의 종합병원 건국대로 달렸다
각종 검사가 실행됐고 임종이 몇 시간 안 남았다는 판정을 받는다.
병원 권고에 따라 더 괴롭지 않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안락사 시키기로 결정하고 온 식구들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할 때 잠시 반짝 하는 듯 했었지만 결국 커다란 문 안으로 사라졌다
화장(火葬)도 병원에서 알아서 해 주고 유해는 목걸이로 만들어 전해 준단다.
얼마 후 목걸이가 도착했다
선산 부모님 산소 곁에 묻어줬다
산소에 갈 때는 또야 제물도 가져가 부모님 산소 잘 지키라 당부하고 온다
반려동물 보호법만 있고 반려동물 키우기 지침이 없는 게 현실에서 또야 생각이 더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