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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 남자도 화장을 하고 싶다

기사입력 2017-10-20 21:49

화장은 여성의 전유물이고 남성은 세수나 면도를 하고나서  피부 당김을 막아주는 로션정도만 바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야외활동을 하는 테니스 동호회원들을 보면 여성 회원들은 얼굴을 복면강도처럼 꽁꽁 싸매지만 남자회원은 선크림 정도만 바른다. 운동경기를 할 때도 햇볕을 얼굴에 정면으로 받는 위치에는 남자들이 서고 여성들은 햇볕을 등지도록 해야 매너 있는 남자고 따봉 소리를 들으니 남자들은 자연히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어 얼굴이 검다.

    

남자 얼굴 좀 타면 어때하는 심정으로 젊었을 때는 로션도 제대로 바르지 않았다. 유행가 노래 ‘내 얼굴이 검다고 깔보지 마라 이래봬도 바다에는 멋진 사나이’ 라는 노래를 십팔번으로  불렀다. 이렇게 얼굴피부에 등한시해서 그런지 요즘 와서 거울을 볼 때마다 얼굴에 주름이 신경 쓰인다. 어느 분이 말씀하시길 남자도 외출할 때 선크림을 바르는 사람과 바르지 않는 사람이 50대를 지나면 얼굴나이가 10살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주위에 보면 실제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사람과 더 늙어 보이는 사람이 분명 있다. 젊을 때 피부에 좀 더 신경을 쓸 걸 하고 아쉬운 생각을 하는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다.

    

사람들은 나보고 늙지 않는다고 기분 좋은 소리를 해주지만 거울을 보거나 사진을 찍어보면 주름진 얼굴에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스스로 느낀다. 좀 더 얼굴이 팽팽했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가져본다. 주름개선 수술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수술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눈가나 입가에 자작거리는 주름은 없애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다리미로 주름살 주위를 팍팍 누르고 문지른다.   

    

어느 백화점이나 1층에는 화장품 코너가 있다. 오늘 가까운 백화점에 갔더니 화장품 세일 안내표시판이 붙어있다. 호기심에 들어가 살펴보니 주름개선과 미백효과가 있는 화장품을 할인해서 판매한다는 광고 문구가 유혹한다. 그러고 보니 얼굴에 바르면 주름개선 효과가 있는 화장품이 있다는 광고를 들어 본적이 있는 것 같고 주름이 완화되는 화장품이 실제 있다면 발라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말에도 벗은 거지는 굶지만 입은 거지는 얻어먹는다고 남의 눈에 깔끔하게 보이는 동안도 경쟁력이고 입은 거지에 해당된다. 이런 판에 화장품을 발라 주름이 개선되고 젊게 보인다면 당연히 발라야 하고 효과를 본다면 쾌재를 부를 일이다.

    

물건을 사려면 예비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화장품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내에게도 루즈 정도만 선물해 봤지 기능성 화장품에 대해서는 선물할 생각자체를 하지 않았다. 아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사도록 금전지출기 역할만 늘 상 해 왔다. 화장품 판매원의 설명도 듣고 제품설명서나 내용물 목록을 꼼꼼히 살핀다면 물건 고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용기를 내어 화장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백화점의 화장품 판매아가씨는 젊고 예쁘다. 판매아가씨는 내가 아내나 딸에게 선물용 화장품을 사려고 왔나보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내가 쓸 주름개선용 화장품을 사려고한다고 하자 ‘이거 아주 효과가 좋아요’하면서 달팽이 점액이 들어있다는 크림 한통을 내 놓는다. 설명서 상단에는 주름개선과 미백2종의 기능성 화장품이라고 쓰여 있다. 내가 원하던 화장품이 틀림없다. 밑에 작을 글씨로 달팽이점액과 글리세린과 기타 수 십 가지의 내용물이 들어있다고 적혀있다. 화공약품 같은 이런 내용물이 어떤 기능과 효과를 연출하는지는 모르겠다.

    

화장품은 용량에 비해 엄청 비싸다는 것을 알기에 망설이지 않고 샀다. 사도록 충동질한 설명서 문구가 맘에 든다. ‘쉽게 지치고 건조해지는 피부에 충분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여 탄력 있고 윤기 있는 건강한 피부 연출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다. 그 말에 내가 뿅 갔다. 나이 먹을수록 용모에 신경을 써야 된다는 말이 이제는 나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알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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