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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산다는 건 좋은 일일까?

기사입력 2017-08-30 15:44

남자들이 퇴직하고 나면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삼식이로 하루 세끼를 집에서 해결하고 하루 종일 TV와 논다. 그래서 아내는 때 맞춰 밥을 대령해야 하고 간식까지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이웃과 사회 활동에 길들여진 아내는 불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부부 싸움이 종종 일어난다. 그전에는 돈을 벌어오던 남편이라 대우를 받았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니 싸움에서도 밀리는 것이다.

반면에 직장생활 할 때보다 더 바쁘게 사는 시니어들도 있다. 필자도 그렇다. 이 경우는 너무 바빠서 문제이다. 자신보다 남을 위해 봉사하거나 남들과의 관계를 위해서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도 매일 프로그램을 정해 놓고 움직인다. 월요일은 댄스, 화요일은 노래교실, 수요일은 장애인 봉사 등으로 정해 놓았다. 다른 일이 생기면 결석을 할 수는 있으나 별 일없으면 그대로 움직인다.

올해는 맡은 일이 많아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열심히 할 작정이다. 일하는 재미도 있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즐겁다. 성취감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살면서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다. 복이 많았는지 어지간한 것은 다 해 봤으므로 더 이상 욕심도 없다. 그래서 삶의 방식을 바꿔 인생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되도록 바깥일을 접고 필자 위주의 삶으로 전환할 것이다. 혹자는 그러면 우울증이나 허탈감으로 삶이 무력해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여정으로 볼 때 시간을 가치 없이 보내지는 않을 것 같다. 밖으로 나돌지 않아도 충실히 내 안에서 나를 위해 할 일들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여행도 있고, 영화 감상도 있고, 독서도 있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필자의 생활 중에 댄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동호인들끼리 즐기는 모임이 있고, 장애인들을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있고, 시니어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는 모임도 있다. 필자의 건강을 위하여, 봉사를 위하여, 성취감을 위하여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살다가는 좋은 반려자를 만나기 어렵다. 같이 댄스를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필자가 마음을 비우고 한다지만, 다른 여자들과 춤을 추는 동안 옆에서 보기에는 불편한 것이다. 댄스 외에도 다른 스케줄도 그렇다. 다 따라다니기에도 벅차다. 차 한 잔 마실 여유로운 시간을 갖고 싶어도 잠시도 쉼 없이 뛰듯이 사는 것을 보면 차마 그런 말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바쁘게 산다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우선, 댄스를 줄이고, 공적인 활동을 줄일 것이다. 그리고 ‘나를 위한, 나에 의한, 나의 삶’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다. 늘어지게 자고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도 괜찮은 삶을 찾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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