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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에서 넓힘까지

기사입력 2017-03-20 13:58

마음자리 넓히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남편은 여전히 불교 쪽, 아내는 기독교 쪽으로 기웃거린지 이제 몇 개월 남짓 되었다. 어떤 이 들은 한 집안에 종교가 난립한다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오히려 공평하고 종교의 자유가 동등하게 있으니 차라리 평화가 깃들었다.

몇 달 전부터 필자는 전혀 상상치 못하던 일을 책임지게 되어 그 역할이 매우 무거웠다. 아무것도 모르고 둥둥 떠밀려 그 자리에 올랐지만, 후회스러울 만큼 감당키 힘든 일들은 마구 펑펑 터져 나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새로운 삶의 황무지에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부는 시간들이었다.

도저히 홀로선 마음 만으로는 인내하기 힘들었고 몰아치는 감정의 앙금들은 풀리지가 않았다. 필자는 평안을 위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또한 사치에 불과했다. 마음은 더욱 뜨겁게 불타올라 상대에 대한 미움만으로 하루, 아니 몇 달이 몸과 마음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훌쩍 지나가 버렸다.

교만한 자신만으로는 견디기가 힘들어 두 손 모아 기도로, 엎드려 절을 해댐으로써, 마음을 위로하기 시작했다. 한주는 교회에서, 한주는 절에서, 끝없이 중얼거리는 입술의 부딪침으로 요동쳐 대는 육신과 정신을 잡아달라고 매달렸다. 수없는 번뇌의 증후군 속에서 마음만이라도 평안하게 해달라고 빌어댔다.

그리고, 매서운 고통도 끝내는 시간과 함께 사그라들기 마련이었다. 또 살아 버티기 위해서는 마음먹기 습관이 우선이었고,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지면서 자신도 모르는 어느 날, 마음에는 넓은 바다가 넘실대고 있었다. 드디어 아무리 큰 고통도 겪고 보니 또 별것 아닌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결국 마음의 평안은 끝내 마음이 하늘과 바다처럼 넓어지는 것이었다.'

세상 속에서 이런저런 색깔로 저마다 살다 보면, 오르고 또 내리고 헤쳐나가야 할 앞길이 수없이 펼쳐진다. 삶이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높은 산처럼 넘어야 할 장애물들의 연속이다. 그러나 올라와 내려다보고, 넘어와 돌아보면 결국은 고통도 행복도 지나온 삶의 아마득한 일부일 뿐이었다.

다시 시작했다. 마음자리 넓게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을 내 품 안에 품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고개 숙여 두 손 합장으로 기도하고, 무릎 꿇어 몸 낮이며 몇 번이고 수없이 반복해보았다. 화를 내지 않는 법이란 책을 늘 끼고 다니기도 했다. 드디어 어느 날, 수없는 습관 속에 삶의 맷집이 더 커져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날 이후로 작고 사소한 일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수시로 참지 못해 화가 치솟아 고함치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렇게 힘들어 죽을 것만 같았지만 지금 멀쩡히 살아있음이 그 증거가 되었다. 단지 지나온 과거의 한 페이지로 발을 딛고 또 새로운 날의 희망 속으로 앞을 향해 여전히 달리고 있다.

모든 것들은 마음먹기가 힘들 뿐이다. 아니 그 마음공부의 실행이 무거울 뿐이다. 이제 당당하게 견디며 강건하게 앞으로 나아가면 끝내는 얻어질 것이라는 신념이 또 찾아올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 못할게 무엇이랴. 또다시 우직하게 움츠린 마음 활짝 펴고 넉넉한 마음자리 길로 성큼 나아가기를 희망해본다.

찾아올 내일을 위하여, 무소의 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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