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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랑

기사입력 2017-03-17 10:02

싱가포르 어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적어낸 소원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선생님이 깜짝 놀라셨다는 이야기가 새벽 출근길 내가 늘 듣는 라디오 오프닝 멘트로 흘러나온다.

“나는 스마트폰이 되고 싶다. 엄마 아빠는 스마트폰을 너무 좋아하시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사랑받고 싶다.”

초등학생의 아주 절실하고 솔직한 소원이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소원은 “나는 스마트폰이 갖고 싶다”일 거라고 상상했는데 예상 밖의 소원에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곧 그 스마트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은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아니 정신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지하철을 타면 승객 대부분이 얼굴을 숙이고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길을 가다가 맞은편에서 앞도 안 쳐다보고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하고 직진해오는 사람을 만나면 피해야 한다. 운전 중에 스마트폰을 보거나 문자를 확인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부류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많이 낸다. 심지어 셀카를 찍다가 낭떠러지 등에서 발을 헛디뎌서 사망하는 사람이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보다 많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필자도 운전 중에 급한 전화를 하거나 특별히 멋진 경치를 보게 되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니 할 말은 없다.

언젠가 지하철 의자에 앉은 늘씬한 미녀가 핸드백에 작은 노트북을 올려놓고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좀 혼잡한 지하철에서 컴퓨터에 열중하고 있는 지적인 외모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몇 정거장을 가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그녀의 옆자리가 비어 내가 앉게 되었다. 앉으면서 컴퓨터를 슬쩍 쳐다보니 그녀는 인터넷 고스톱에 열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반사적으로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더니 잠시 전 매우 지적으로 보이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스마트폰이 그 이름대로 삶을 조금이라도 더 스마트하게 해준다면 좋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폐해가 자꾸 커진다. 아이보다 스마트폰을 더 사랑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마는 우리는 충분히 그렇게 오해를 살 수 있는 환경에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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