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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기질

기사입력 2016-11-30 10:47

백수는 옛말로는 한량, 지금 용어로는 프리랜서가 아닐까. 백수는 여유있게 산다. 경제적으로 반드시 풍부하지 않지만 정신적 자유를 만끽하고 산다.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 퇴계 이황, 이덕무, 이익, 김시습, 김삿갓 등이 대표적인 백수가 아닐까. 백수가 되는 동기와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공통적인 기질은 구속받고 사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리라. 연암 박지원 선생은 과거에 일부러 붙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알려진다. 주위 기대에 떠밀려 과거 보러 가면 시험지를 안 내고 나오거나 문제에 대한 답 대신 관련없는 그림이나 낙서를 제출하였으니 낙방을 자초하였다고 보여진다. 어렵게 과거를 보아 벼슬길에 나가도 당파싸움에 연루되어 잘못되면 귀양가거나 사약을 받는 일이 다반사였으니 생명을 거는 위험한 곡예이었다.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보아 과거에 태어났으면 당연히 백수가 되었을 것이다. 백수는 벼슬길을 포기하고 풍류를 즐기거나 저술활동을 하는 등 자유인의 삶을 살았다.

10여년 전에 자의반타의반으로 백수의 생활의 접어들어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아니 즐기는 편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사는 자유를 즐긴다. 백수도 생활을 하여야 하니 아주 일을 안 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양심과 철학에 거슬리지 않는 일이 주어지면 한다. 단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무턱대고 일을 선택하지는 않을 따름이다. 일이 주어지면 하고 일이 없으면 하고 싶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쉰다. 정기적인 직장인이나 사업가에 비해 극히 적은 수입밖에 벌지 못한다. 그래서 단순, 소박하게 사는 방법이 몸에 배었다. 차를 처분하고 채식위주로 식사하며 골프를 안 치는 등 단순한 삶을 산다. 마음이 편하니 물질적인 부족은 큰 문제가 아니다.

친구 중에 존경하는 백수가 있다. 15년 전에 대기업 임원을 과감히 그만 두고 백수로 산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려 수많은 페친을 유지한다. 일년에 몇 차례씩 페친들의 요청에 의해 전국유람을 다닌다. 상당한 글 솜씨와 풍성한 이야기거리를 지니고 있어 출판이나 강의 요청을 받아도 그럴 수준이 아니라고 단호히 거절한다. 글도 절대 유료로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닌다. 그래야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마음에 안 맞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할 말을 다 한다. 그래 별명이 골통이다. 백수 사부로 모셔야 할 친구이다. 백수도 등급이 있는 셈이다. 도저히 넘겨 보지 못할 수준이다. 백수라고 위축될 필요가 없다. 결국 나이가 들면 다 백수로 돌아간다. 욕심내지 않고 현재의 백수 수준에서 소박하고 멋있게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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