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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군중심리?

기사입력 2016-09-19 12:30

▲한 사람의 행동으로 쓰레기 터가 되어 버렸다. (박혜경 동년기자)
▲한 사람의 행동으로 쓰레기 터가 되어 버렸다. (박혜경 동년기자)
필자가 사는 아파트 뒤편으로 새로운 산책로가 생겼다. 북한산 국립공원으로부터 흘러내리는 개울을 따라 2km의 길이로 펼쳐져 있다.

왕복 4km가 되니 시니어의 하루 운동량으로도 적합하다 해서 많은 동네 사람이 즐겁게 애용하고 있는 산책로가 되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잘 정비된 하천도 볼 수 있고 고즈넉하고 은은한 ‘경국사’라는 큰 절도 지나게 된다.

이곳을 지날 땐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고개를 빼 절 담장 안을 꼭 한 번씩 들여다보고 간다.

절 주변이라서인지 항상 깨끗한 곳이었는데 지나다 보니 절 앞의 개천 쇠 난간에 검정 비닐봉지가 하나 걸려있는 게 보였다.

산책하러 나온 어떤 사람이 아마 귤껍질 한두 개 넣은 봉투를 버릴 곳이 없으니 저 쇠 난간에 걸어놓은 모양이다.

보기에 좋지 않았지만 외면하고 걷기를 계속했는데 뒤에 오는 아주머니 두 분이 하는 말이 들렸다.

“아유, 저렇게 봉지 하나 걸려있지? 내일이면 쓰레기 천지가 될 걸?” “쯧쯧 누가 저랬을까.”

치우지는 않았지만, 그냥 걱정들만 하고 지나갔다.

다음 날 걷기운동을 하러 또 나갔다.

검정 비닐봉지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경국사‘ 절 앞을 지나다 보니 그 봉지가 치워졌을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그 아주머니들 말대로 홀쭉하던 비닐봉지가 터질 듯이 부풀었고 주변엔 다른 쓰레기 담긴 봉투도 놓였으며 주변이 지저분하게 쓰레기들이 널려있었다.

거의 비어있는 봉투 하나가 쓰레기를 불러온 것이다.

언젠가 서울시에서 도로에 쓰레기통을 없애겠다고 했다.

쓰레기통이 하나 있으면 너무 많은 쓰레기가 넘쳐서 지저분하니 차라리 쓰레기통이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친구와 종로거리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맛있게 마시며 걷고 있었다.

다 마시고 나서 빈 컵을 버리려 했는데 쓰레기통이 눈에 띄지 않았다. 깨끗한 거리에 버릴 곳이 없으니 우리는 빈 컵을 계속 들고 다녔다.

그런데 종로3가 골목 귀퉁이에 빈 커피 컵이 놓여있는 곳을 발견하고 쓰레기통이 아닌데도 우리도 그 자리에 빈 컵을 내려놓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양심을 덮어 버린 것이다.

군중심리라는 말이 있다. ‘구스타브 르 봉’이라는 프랑스 작가가 쓴 ‘군중심리’라는 유명한 책도 있는데 이 책에서 작가는 군중이 지닌 은밀한 힘의 정체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쉽게 말한다면 군중심리는 자기 생각과 다르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하려는 방향으로 무조건 따라가려는 습성을 말하는 것이며 어떤 사람을 욕할 때 자기의 생각은 그러고 싶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서 동참하게 되는 것을 군중심리라고 말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든다면 유행하는 옷을 따라 입는다거나 누군가를 집단으로 좋아하는 일 등도 군중심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 마신 커피 컵을 깨끗한 거리에는 버리지 못했지만, 누군가 먼저 버린 곳을 보고 따라서 버린 것도 나쁜 군중심리의 일종이 아닐까 반성이 된다.

‘경국사’ 경건한 절 앞에 검정 비닐 봉투가 걸려있지 않았다면 누구도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을 텐데 누군가 걸어놓은 빈 봉투 하나 때문에 저렇게 지저분한 쓰레기 터가 되었으니 나쁜 군중심리의 한 예가 된 것이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면 아닌 대로 자기중심을 잘 잡는 주관이 필요할 것 같다.

내일은 누구라도 청소해서 원래대로 깨끗하고 경건한 절 앞을 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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