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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부자 PART4] 친구, 만들기보다 정리가 먼저

기사입력 2016-08-10 13:24

‘진정한 우정은 친구의 수가 아니라, 그 깊이와 소중함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딸아이의 결혼식을 앞두고 박명수(59·여)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양가 하객을 50명씩만 초대하기로 했는데, 남편과 딸의 손님, 친척들을 꼽다 보니 자신이 부를 수 있는 친구는 10명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우 친구 몇 명을 추려 결혼식을 마쳤지만, 그 후가 더 골치 아팠다. 왜 자신은 부르지 않았냐며 섭섭해 하는 친구들을 달래기 바빴고, 기껏 청첩장을 주었는데 오지 않은 친구 때문에 실망감도 컸다. 고향 친구, 동창, 회사 동기, 동네 이웃도 모자라 SNS로도 친구를 맺는 요즘, 박씨처럼 친구가 없어서가 아니라 많거나 관리를 잘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이 늘었다. ‘진정한 우정은 친구의 수가 아니라, 그 깊이와 소중함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영국 극작가 벤 존슨의 명언처럼, 몇 명의 친구를 사귀는가보다는 어떤 친구와 어떻게 지내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도움말 윤선현 베리굿 정리컨설팅 대표

참고 및 발췌 <관계 정리가 힘이다(윤선현 저·위즈덤하우스)>


베리굿 정리컨설팅 윤선현 대표의 저서 <관계 정리가 힘이다>를 살펴보면 “가장 친한 친구를 꼽아보고, 왜 그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말해보세요”라는 물음에 90%가 넘는 사람이 어렸을 적부터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를 말한다고 한다. 윤 대표는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옛 속담이 있지만, 어느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계란 오래될수록 성공적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오래된 친구가 가장 친한 친구일 경우도 있지만,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그들 중 절반 이상이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못하고 당연히 그렇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 친구 관계, 이상과 현실 사이

‘오래된 친구가 좋은 친구다’라는 말처럼 흔히들 착각하는 게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자신의 인맥과 범위를 자랑하는 이들이 있다. 집으로 비유하자면 ‘우리 집엔 비싼 물건이 엄청 많아 창고가 세 개나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비싼 물건이 많다는 것은 부유함을 나타내지만, 그 부유함이 꼭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거나, 그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나타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몇 명을 알고 있는지와 그 사람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라는 불안한 마음에 인맥을 채우려 한다면, 우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관계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 체크리스트를 참고해 내가 꿈꾸는 관계와 실제로 관리할 수 있는 관계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자.


<나는 관계를 통제할 수 있는가? Check List>

1. 나의 VIP(아주 친한 친구)들은 1년에 [ ]번은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나의 보통 친구들은 1년에 [ ]번은 직접 만나고 싶다.

3. 각각 친구 수를 곱해서 두 숫자를 더한다. 이것은 1년에 약속이 [ ]번 있다는 뜻이다.

4. 나는 한 달에 [ ]번 정도 약속에 나갈 수 있다.

5. 내가 1년에 나갈 수 있는 약속은 [ ]번 이라는 뜻이다. (4×12)

3 의 숫자와 5의 숫자의 차가 클수록 내가 꿈꾸는 관계와 현실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관계의 괴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1년에 나갈 수 있는 약속 수(5)보다 내가 나가고 싶은 약속 수(3)가 많다면, 뜻대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버거운 상태일 것이다. 윤 대표는 “한 사람에게 필요한 관계의 양이란 결코 다른 사람이 정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먼저 제외하고, 가장 소중한 가족과 VIP들에게 쏟고 싶은 시간을 제외한 뒤, 그 외의 시간에 감당할 수 있는 관계의 한계를 가늠해야 한다”며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시간부터 확보하고 나면, 양부터 먼저 채우려던 마음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스마트한 세상의 똑똑한 친구 관리

윤 대표는 인맥을 정리할 때 가장 유용한 방법으로 ‘휴대폰 연락처 삭제’를 추천한다. 아마 일일이 전화번호를 외우거나 수첩에 적어 다니던 시절에는 불필요한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드물었다. 휴대폰만 있다면 단 몇 초 만에 연락처를 저장할 수 있고, 외워야 하는 부담도 없기 때문에 요즘은 친한 사이가 아니더라도 의례적으로 휴대폰 번호를 입력해 둔다. 채우기 쉬웠던 만큼 정리도 쉬운 게 휴대폰 연락처다. 다음 기준을 참고해 지금 바로 연락처를 삭제해보자. ‘그래도 연락할 일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과감히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 1년 이상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사람

- 앞으로 서로 연락할 일이 없는 사람

- 내 삶을 방해하거나 안 좋은 감정을 주는 사람

- 연락처가 변경된 사람

이 방법을 통해 윤 대표의 한 지인은 휴대폰에 있는 전화 목록 중 무려 600명을 삭제했다고 한다. 스마트한 세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SNS 친구다. 대체로 친구를 쉽게 만들고 초대할 수 있어 정신없이 친구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윤 대표는 “몇 년 전 맥도날드에서 페이스북 친구 10명을 지우는 사람들에게 햄버거를 공짜로 주었더니, 1주일이 채 되지 않아 23만 명이 넘는 사람이 페이스북 친구 리스트에서 지워졌다고 한다. 쉽게 맺은 관계일수록, 쉽게 끊어지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휴대폰 연락처처럼 친구 목록을 보며 정리도 하고 내가 하는 SNS 특성에 맞게 관계를 유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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