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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땜에 친구와 의상한다] 은총과 의를 가르쳐준 은인

기사입력 2016-07-07 17:39

필자에게 신의 은총과 의를 가르쳐준 두 친구가 있다. A는 원수처럼 좋지 않은 관계에서 필자에게 용서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고 B는 절친한 친구였는데 의를 가르쳐준 은인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 둘은 직장 친구이다.

A는 앙숙이었다. 필자와 그는 회사에서 업무 시간이면 사사건건 논쟁을 벌여 상종을 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미웠다. 그런 그가 정년퇴직하고나서 헤어진 지도 10년이 넘은 나의 아들 혼사에 축의금을 보내고는 이제 다정한 사이가 되었다. 그와의 문제는 신의 은총으로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천주교 신자로서 영세받는 순간 이 세상의 모든 죄로부터 사함을 받는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그를 기념으로 용서해 주기로 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오히려 필자가 그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의 모든 원망과 원한은 필자의 생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B는 입사 동기였는데 간 쓸개 다 빼주는 친한 친구였다. 우리는 바둑을 좋아해 더욱 돈독해진 것 같다. 나이는 필자보다 두 살 아래였지만 그가 경력입사였던 통에 직위는 필자보다 한 직급 위였다.

둘은 성격도 정 반대였지만 장단이 잘 맞았다. 그는 필자와 달리 온화한 성격이나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어떻게 하든 다 깔끔하게 처리하는 그 기술이 참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두 사람만의 은어를 만들어 큰 소리로 허심탄회하게 상사나 동료들 욕도 하면서 함께 가끔 스트레스도 풀기도 하였다.

조직이 바뀌어 그는 타 부서로 전출을 가게 되었으나 우리는 서로 만나 식사도 함께하고 예전처럼 즐겁게 지내는 관계였다. 그가 인도 뭄바이지점으로 발령나서 해외근무를 할 때는 가끔 그의 개인적인 협조 요청을 포함하여 본사의 지원 사항 같은 것을 그가 원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한 번은 그가 중역으로 진급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존경하던 상사였던 부사장에게 그의 진급 품의서를 필자가 받아 결재올려 그가 진급하도록 내조하였던 적도 있다.

그런데 결정적인 위기가 있었다. 당시 필자의 총괄중역이었던 전무가 당시 부서장을 맡고 있던 필자에게 그 친구가 중역으로 진급하면 자리가 없어 진급이 어려운데 만일 필자의 부서 담당 중역으로 오게 하면 어떨지를 물어왔다. 만일 원하지 않는다면 승인하지 않겠다는 뜻도 비추었다. 그러나 친구가 잘되면 서로 윈윈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동의하여 그가 진급하여 우리 부서의 담당 중역으로 오게 되었다.

문제는 그가 상사로 오는 순간부터 그의 말과 행동은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마치 부서장으로 일해온 필자의 업적과 실적을 비방해야 자신의 위치가 확고해지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같았다.

그 정도는 참고 지낼 수 있었다. 더욱 필자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당시 필자의 총괄중역이었던 사람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연이 있었던 본부장과 서로 말을 맞추어 20년간을 한 우물을 파온 필자를 부서장 직에서 해임하고 전혀 문외한 이었던 인물을 스카우트하여 부서장에 보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영화나 연극에서 일어날 수만 있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아, 역시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더니 그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무작정 하기휴가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났는데 경남 진주시 남강 근처에서 래프팅을 하기 전에 시간이 나서 인근 명소를 찾다보니 고 성철스님의 생가가 있었다. 그가 생전에 남긴 유물과 글들을 스치듯이 보고 지나치는 동안 유독 이상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못된 짓을 한 악인은 나의 은인이다.” 말도 안 되는 그야말로 헛소리처럼 느껴졌다. 혹시 잘못 봤나 싶어 가던 발길을 돌려 다시 보았는데 역시 그런 의미였다. 하지만 곱씹어 되새겨 보니 과연 그랬다. 필자가 그 친구로 인하여 세상살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대로 옳게 한 수 배우게 되었던 것이니 그가 바로 은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한 섭섭한 행위보다 그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생각을 해보았다.

본부장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위험한 상황이었을 터인데 그도 직장생활하다 보니 불가피 했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단점이 있고 일하면서 많은 하자가 있었을 터이니 보기에 따라 부정적인 측면을 보면 그렇게 동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그 친구를 이해하고 나니 그가 세상 일이 이렇게 돌아갈 수도 있음을 깨우쳐 준 은인이 되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절대 깨우칠 수 없는 세상살이의 법칙이 존재할 수도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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