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체메뉴

[이런 거 땜에 친구와 의 상한다] 약지만 어리석은 친구

기사입력 2016-07-04 16:47

사람을 알려면 술을 먹여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여행을 가보라고 한다. 평상시의 제한된 시간과 반듯한 환경에서는 잘 모른다는 뜻이다.

몇 년 전 친구 둘과 터키 여행을 했다. 심리적으로 편하지 않은 일이 있어서 무거움을 떨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터키로 가는 여정이었는데 면세점에서 초콜릿 두 박스를 샀다. 한 친구도 같은 것을 두 박스 샀다.

여행 일정 동안 친구들이 사진을 많이 찍느라 일행과 뒤처지는 것이 신경에 거슬렸다. 일행도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것이 느껴졌다. 스카프를 바꾸고 윗옷을 바꿔가며 찍는 것이 예쁘게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동조하다가 지쳐버렸다.

호텔에는 세면도구가 없었다. 제 것이 있는데도 필자 것을 빌려 달래서 썼다. 그리곤 필자가 함께 먹으려고 내놓은 초콜릿을 먹기 시작하더니 동날 때까지 먹어치웠다. 다음 날엔 옆 친구와 귓속말을 해대며 깔깔거렸다.

동굴 속 관람을 하게 되었는데 필자 옷이 얇아 추웠다. 남의 것은 빌려도 제 것을 빌려줘야 할 때는 핑계를 대며 피하든지 어렵게 빌려주었다.

호텔에 돌아와 다시 초콜릿을 먹게 되었는데 제 것은 꺼낼 생각도 없이 다시 필자 것을 먹기 시작했다. 바닥이 보일 때까지. 그리고 귓속말. 뭐 하는 짓인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에서 음식을 시켰다. 굳이 다른 걸 먹겠다며 맥주도 시켰다. 혼자 비싼 음식을 시키고도 똑같이 나누자고 했다.

참, 돈으로 따지면 별것 아니었다. 기분이 문제였다. 평소에 친구를 위해 기꺼이 밥을 해 먹이기도 하고 사기도 했었다. 그놈의 귓속말과 자신만 생각하는 얄팍함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잊고 있었던 옛날의 사건들까지 밀고 나와 속이 부글거리게 했다. 학교 때 필자 시험지를 똑같이 베껴 쓰는 바람에 필자는 C를 받고 필자보다 앞번호인 그 앤 A를 받은 사건까지. 그런데도 선생님께 사실을 말하지 않고 필자가 감수했었다. 친구를 위한답시고 말이다.

그 친구가 어려울 때 돈이 필요하지 않아도 돈을 빌리고 후한 이자를 매달 넣어 주었다. 아이가 먹을 분유와 쌀과 고기를 사 들고 친구 집에 가기도 했었다. 기억이나 하는지 모르겠다.

여행에서 돌아와 연락을 끊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시간이 아깝기까지 했다.

1년 뒤 다시 연락했다. 밥이나 먹자며. 나온 친구들에게 뷔페를 샀다. 왜 화가 났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좋은 점을 생각하는 것이 더 현명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지금 어렵다. 다만 밤이나 먹는 정도고 먼저 달려가 도와줄 마음은 없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더 궁금해요0

관련기사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 / 300

브라보 인기기사

  • [브라보가 만난 욜드족] “삶이 곧 힙합” 춤주머니 아저씨
  • [브라보가 만난 욜드족] “땀으로 지병 없애고, 복근 남겼죠”
  • 패션부터 여행까지… 소비시장 주도하는 욜드족
  • [브라보가 만난 욜드족] “커피 내리는 현장 남고자 승진도 마다했죠”

브라보 추천기사

브라보 테마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