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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주! 찬성 VS 반대] 즉흥적 결정이나 결국 '대박'

기사입력 2016-06-16 17:50

▲10년 전 제주로 이주할 때 황무지를 개간해 마련한 집과 거기서 키워낸 나무. (최갑숙 동년기자)
▲10년 전 제주로 이주할 때 황무지를 개간해 마련한 집과 거기서 키워낸 나무. (최갑숙 동년기자)
제주를 은퇴지로 삼고 살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미 10년이 훅 가버렸다.

은퇴 후의 남은 생을 의탁할 곳을 찾는 일은 중요하고도 심각한 문제인데도 필자는 너무 쉽게 즉흥적이고 감상적인 모티브로 결정했다고 주변에서 걱정한다. 그러나 이 경솔한 선택의 결과는 대박이다. 1992년 몸 쌩쌩한 어머니의 90회 생일을 자녀들만 모여 조촐한 파티로 치렀다. 이게 뒤가 좀 켕겨 생일파티 후에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하였다. 마침 여행했던 그날은 제주에서 그리 흔하게 만날 수 없는 아름다운 날씨였다. 그것이 필자가 제주에 눌러살기로 한 이유다. 물론 제주의 악천후가 유명한 것을 알지만 산도 있고, 들도 있고, 농촌도 있고, 어촌도 있는 데다 관광지라 도회의 맛도 곁들일 수 있어 도회에서만 살아온 필자의 ‘도회 취향’ 정서에도 권태감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뿐 아니다. 미국 갔다가 역이민이란 스토리가 있다는 것과 연고지와 전혀 딴 세상을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은퇴란 말이 필자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 뒤 이를 준비하고 고민한 시간을 필자는 미국서 살았다.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한 경험담이나 전문가의 은퇴설계 정보도 미국에 있었으니 당연히 그들의 방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미국의 방식은 바로 65세 은퇴 후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과 아주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가령 도회에서 직장생활을 한 사람은 농ㆍ어촌의 자연을 가까이하는 은퇴 형태를 권장한다. 완전히 다른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조금씩 나태해진 삶을 혁명적으로 재활성화할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조건에 딱 맞는 곳이 제주다. 이곳은 농촌, 어촌에 산과 바다, 신선한 바닷바람이 만드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있다. 텃밭과 너른 정원은 일 년 내내 노동을 기다린다. 그리고 필자는 쉬며 일하며 그럭저럭 남의 손 빌리지 않고 일하는 게 좋다.

젊은이들의 액티비티가 활발한 곳이란 점도 무척 매력적이다. 젊은이들의 활동을 보면서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역이민이고 연고지가 아닌 고장이어서 적응에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필자 의식 속에는 이국에서 살면서 한국의 언어, 전통, 습관, 의식 등 문화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고국이었기 때문이다. 하늘의 별이 작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제주는 건강 유지의 최고 조건인 물과 공기가 세계 으뜸이라 암처럼 장기 투병해야 하는 환자가 이주해 오는데 대부분 효과를 보고 쾌유하는 모습을 본다. 물론 악천후에 섬이 고립될 수 있다는 점과 병원시설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건강 위협요소가 될 수 있으나 제주같이 물 맑고 공기 좋은 데서 살면 병원 갈 일도 없다.

그동안 이웃에 육지의 도회에서 은퇴한 시니어들이 있었는데 정착한 사람도 있고, 돌아간 사람도 있다. 필자가 보기엔 낚시, 골프, 등산, 정원 가꾸기 같은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이 빠르게 정착하고 만족도가 높다. 아웃도어 액티비티가 없는 사람들은 불만이 쌓인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아울러 대중교통이 제공되며, 모든 생활에서 타인에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주거환경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제주 은퇴에 대만족이다. 완전은 아니지만 선택으로는 최고였다. 다른 분들도 제주로 와 필자처럼 만족감에 빠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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