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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나의 성칼럼] 남성의 갱년기도 치료해야

기사입력 2015-11-05 07:41

완연한 가을이다. 사실, 이젠 곧 겨울이라고 봐야 할 테지만. 더운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바람과 높고 푸른 하늘을 보면서 보통은 ‘아, 천고마비의 계절이구나. 가을이 되었으니 책 좀 읽어 볼까’ 하는데, 비뇨기과에선 가을을 맞는 기분이 좀 더 다르다. 환절기에 감기에 걸려 복용한 항히스타민제 부작용으로 갑자기 소변을 못 봐 응급실로 오시는 전립선 비대 어르신들도 늘어날 테고, 날이 추워지니 소변을 더 자주 봐서 곤란하다는 환자들도 많아질 테다.

각설하고, 인생을 사계절로 놓고 보았을 때, 5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가을로 접어들어 서서히 겨울을 향해 가는 시기 아닐까. 인생의 가을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인간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특징 면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반대의 예로 여성이 이 시기에 들어서면 갱년기에 접어들어 점차 떨어지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신체 여기저기 갖은 변화가 생긴다. 피부의 탄력도 떨어지고, 우울하고, 기억력도 감퇴되고, 잠도 잘 못 자기도 한다. 더욱이 갑자기 확 덥고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 홍조, 열감뿐만 아니라 식은땀을 줄줄 흘리기까지 한다. 여자 입장에선 이런 변화들이 당황스러울 뿐 아니라 귀찮기까지 하다. 그러니 이 시기의 사모님들은 여러 면에서 살기가 버겁다. 그럼 남자는 어떠한가?

남자 역시 갱년기가 있다. 여성의 갱년기는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의 생성이 줄어들면서 생기지만, 남성은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의 생성이 감소하면서 생긴다. 남성의 몸에서 남성호르몬의 분비는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사춘기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30대부터는 감퇴가 시작되어 40대 후반~50대에 갱년기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남성이 이 시기에 갱년기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의 생활습관, 기초적인 신체 상태, 유전적 소인, 스트레스에 대한 정신적, 육체적 대응 상태 등등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들이 남성 갱년기를 빨리 오게 하기도 하고, 더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아무 변화 없이 지내게 하기도 한다. 그럼 남자는 여자들처럼 달마다 생리를 하는 것도 없는데, 남성 호르몬이 감퇴되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물론 병원에서 호르몬 수치를 검사해서 정상 범위보다 낮아져 있다면 당연히 진단할 수 있겠지만, 평상시의 증상으로도 충분히 대략적인 진단은 할 수 있다.

남성갱년기인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설문이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은 10개의 문항 중 세 개 이상 해당된다면 남성갱년기를 의심해야 하는데, 특징적으로 다른 문항과는 상관없이 ‘성적 흥미가 감소했다’ 또는 ‘발기의 강도가 떨어졌다’ 이 두 가지 문항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남성갱년기라고 본다. 남성의 성적인 능력이 바로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열 개의 증상 외에도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불면증이 생기고, 특별한 이유 없이 감정의 기복이 생기는 것, 또는 우울한 심리 상태 등도 남성 갱년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여자는 나이가 들면 점점 남성스러워지고 남자는 나이가 들면 점점 여성스러워져서 소심하고 잘 삐치는 남편이 괄괄하고 목소리 큰 부인을 모시고 산다는 얘기들이 나오나 보다.

그럼, 과연 남성갱년기는 치료를 해야 하는 걸까?

대답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치료해야 한다. 남성 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신체적인 변화가 단순히 발기부전, 성욕 감퇴 같은 비뇨기과적인 문제뿐 아니라 뇌기능, 인지기능, 운동능력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부족한 남성 호르몬은 남성의 골다공증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호르몬 보충 치료는 전립선암, 전립선 비대증의 위험도는 더 높아질 수 있고, 혈전 생성 같은 혈관계 질환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으므로 사전에 면밀한 혈액 검사, 전립선 검사 등을 통해 위험도를 확인한 후 안전한 범위 안에서 진행하며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야 한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남성 발기부전 환자들은 발기능력의 회복에만 관심을 가질 뿐 남성호르몬이 낮아진 것에는 무관심한데, 사실 남성호르몬이 정상보다 떨어져 있는 경우 비아그라 같은 먹는 발기유발제는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상적으로는 남성호르몬 보충치료도 하면서 발기부전치료제를 같이 복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요즘에는 먹는 약, 바르는 약, 붙이는 약, 주사 등 다양한 남성호르몬 제제가 나와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남성 갱년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고 치료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인생의 계절에서 더욱 멋진 가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대한성학회 상임이사, 대한여성 성의학 연구회 학술이사, 대한요실금배뇨장애학회 교육이사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거울 속의 나>, <넌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와 공동저서 <여성 건강하게 백세까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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