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제국 고구려를 되살리고 있는 작가 김진명의 ‘필생의 역작’인 대하소설 <고구려>와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충돌의 그림자에 드리운 한반도의 운명을 그린 <싸드>에 이은 2015년 또 하나의 대작 <글자전쟁>. 베스트셀러 상위 순위에서 한국 소설이 사라져가는 요즘,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해온 그의 이번 작품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침체된 한국 문단의 현실 속에서 빛을 내고 있는 작가 김진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지혜 기자 jyelee@etoay.co.kr
<글자전쟁>을 쓰게 된 계기와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중국대륙에 처음 세워진 나라는 은나라인데 중국의 고고학자들은 은나라가 한족이 아닌 동이족의 나라라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동이족은 요하문명을 일군 주역으로 한족보다 오히려 일찍 북중국과 발해만 한반도 등에 자리를 잡았는데 오랜 역사가 흐르며 동이족은 모두 한족으로 흡수되고 우리 한민족만이 유일한 후예로 남았습니다. 글자전쟁은 한민족의 나라인 은나라와 은나라의 글자인 한자를 다시 생각하자는 뜻에서 썼습니다.
소설 속 소설이라는 구조가 독특합니다. 일반적인 구조와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두 다른 시대를 같이 보여줌으로써 주제의 시간적 영속성을 나타내려 했습니다. 즉 이 글자전쟁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체성의 위기를 고민하는 소설입니다. 현재의 우리는 문화, 역사, 가치관 등을 멀리하고 오로지 돈과 속도에만 빠져 사는데 이러면 결국 내면의 피폐함과 의미의 결핍에 빠져 결국 중국에 종속될 뿐이지요.
소설 속 소설가 전준우는 ‘문단에서는 그를 허구라는 장치를 사용하지만 드러난 사실보다 더 깊은 수면 아래의 진실을 캐낸다’는 뜻의 ‘팩트 서처’라는 별명을 가진 인물입니다. 어찌 보면 이는 김진명 작가와 닮은 것 같은데요. 혹, 전준우라는 인물은 작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아닐는지요.
물론 그렇습니다.
책을 읽고 실제로 ‘弔’와 ‘吊’이라는 한자에 대해 궁금하여 관련 자료를 찾아보려 했으나 간단치 않았습니다. 실제 글을 쓰면서 관련 자료를 찾고 연구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문헌상의 모든 기록은 공자로부터 시작하여 사마천이 뒤를 채운 왜곡이며 조작입니다. 공자 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시대로부터 천 년이나 전에 존재했다 멸망한 은나라를 객관적으로 기술했다고 볼 수 없어요. 그래서 맹자는 공자가 쓴 역사책인 서경을 믿느니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 지경이니 문헌을 믿을 수는 없고 과거를 보는 과학인 고고학과 그들의 전횡을 꿰뚫는 집중적 사색이 필요하죠.
책의 띠지에 보면 ‘유일하게 남은 한 글자, 답(畓)을 지켜라!’라고 나와 있습니다. 책에서 ‘畓’이라는 글자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지만, ‘유일하게 남은 한 글자’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모든 한자가 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뜻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출판사의 홍보문구인데 표현이 지극히 논리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국내소설이 주춤하고 있는 요즘 <글자전쟁>은 아주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는 한편 <고구려> 6권을 기다리는 독자들도 많을 텐데요.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고구려는 저의 필생 역작이라 함부로 써지지가 않습니다. 저의 기준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삼국지보다 반드시 나아야 한다’이기 때문에 그간 반만 완성하고 지금 나머지 반을 깊이 구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좋은 플롯을 완성해 기쁩니다.
△ 김진명 작가
대표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황태자비 납치사건>, <한반도>, <천년의 금서>, <고구려>, <싸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