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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현장을 가다-①전남 장흥군] 장흥카페 '원앤식스', 귀농·귀촌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다

기사입력 2014-04-16 09:35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는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귀농·귀촌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는 3만2424가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2년에 비해 20% 정도 늘어난 것이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귀농·귀촌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도시의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시골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꿈꾼다. 그러나 시골 생활은 결코 낙원이 아니다. 낙후된 의료시설과 허술한 치안 속에서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도시에 있을 때보다 경제적으로 덜 풍족한 생활은 필연적이다. 원주민의 텃세도 결코 우습게 넘길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도시보다 더욱 힘겨운 삶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시골인지도 모른다. 시니어 전문 미디어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전국의 귀농귀촌 현장을 돌아보며 성공적인 귀농에 이르는 길은 무엇인지 그 방안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본다.<편집자주>

▲장흥카페 '원앤식스' 매장 내부 모습 . 양용비 기자 dragonfly@

한 집 걸러 한 집 꼴로 거리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즐비한 서울. 이에 반해 지방의 경우 이같은 커피전문점들은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지방하면 다방이나 옛날식 커피숍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이러한 인식을 기분 좋게 깨부순 이들이 있다. 바로 전남 장흥에 위치한 카페 ‘원앤식스’의 이영중(32) 바리스타(Mr.One)와 이정원(40) 쇼콜라이티에다.

2009년 장흥군 건산리에 문을 연 ‘원앤식스’는 5년여 만에 장흥군 주민들을 감미로운 커피 향으로 매료시켰다. 직접 볶은 원두를 사용하고 초콜릿과 와플 등을 손수 만들어 판매하는 등 일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맛과 풍미가 이곳만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처음엔 생소하게 느꼈던 주민들도 점차 커피를 알아가고 즐기기 시작하면서 ‘원앤식스’는 장흥군에 없어서는 안 될 커피문화의 사랑방이 됐다.

‘원앤식스’의 성공은 비단 커피문화의 전파뿐만 아닌, 귀농·귀촌에 대한 새로운 사례를 만들었다.

은퇴 이후 지방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는 것만이 귀농·귀촌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이들에게 이들 젊은이의 새로운 시도는 귀농·귀촌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커피에 대한 열정과 남다른 전략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흥카페 '원앤식스' 입구에 위치한 대형 로스팅 기계. 양용비 기자 dragonfly@

Q. ‘원앤식스’의 의미가 남다르다고 들었다. ‘원앤식스’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A. 이영중

"요즘은 대부분 손님들이 입소문으로 먼저 듣고 확인 차 물으시죠. '원앤식스가 무슨 뜻이에요?' 매번 듣는 질문이지만, 항상 웃음이 먼저 납니다. 저희 형제가 1남(ONE) 6녀(SIX)거든요. 그래서 원앤식스라고 이름을 짓기도 했지만, 가용 로스팅 포인트(시나몬 로스팅~프렌치 로스팅)에 따라 다양한 커피 향미가 느껴지듯 다채로운 카페의 형태를 지향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단 먼저 말씀드린 내용을 대부분 기억하고 이제는 단골손님들이 홍보해 주시죠. 원앤식스는 2009년 장흥을 시작으로 서울 성수동, 전남 강진군·영암군에도 포진하고 있습니다. 2년여 간 직영으로 운영하던 서울 성수동 매장을 제외한 강진점과 영암점은 커피 추출 테크닉과 다양한 메뉴 개발을 공동으로 진행·운영하고 있습니다.“

▲'원앤식스'의 성공기에 대해 설명 중인 이영중 바리스타(Mr.One). 양용비 기자 dragonfly@

Q. 카페나 커피 문화가 생소할 수 있는 장흥에 내려오게 된 이유와 당시의 전략은 무엇이었나?

A. 이영중

"2009년 당시만 해도 장흥군의 커피문화라는 것은 다방이라는 곳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해에만 해도 15곳 이상 되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커피전문점을 연다는 것은 '저 집 언제 문 닫나 내기할래?', '300원짜리 자판기 커피 마시지 누가 3000~4000원 주고 커피를 마셔?'라며 비웃음거리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절대 망하진 않을 거야!'라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전에 서울 강남권의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매니저를 했던 경력과 개인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도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로스팅분야나 라떼아트, 핸드드립까지 다방면으로 이름난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수학했고, 장흥군에 처음부터 로스터리 카페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2009년 말 수제 와플까지 시작하면 강진군·보성군 등 인근 지역에까지 입소문이 돌았고, 우격다짐 식이었던 저희들을 좋게 봐주시고 찾아주신 손님들께 5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 감사해 하며 지냅니다. 커피에 대해서는 새하얀 백지상태였던 이곳에 커피로 한 방울 한 방울 물들이다 보니 이 작은 동네에 이젠 커피집이 10여 곳이 넘습니다.”

Q. 귀농·귀촌하면 나이 드신 분들이 지방에 내려가 농사짓는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원앤식스’의 경우엔 귀농귀촌에 대한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A. 이정원

"장흥에서 그런 게 될까? 라고들 하면서 시도조차 하지도 않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수요가 도시만큼은 많지는 않지만 꾸준한 욕구가 있습니다. ‘귀농했으니 난 농사를 지어야지’만 생각하지 마시고, 대도시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곳에서 구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제 초콜릿을 만들고 있는 이정원 쇼콜라이티에. 양용비 기자 dragonfly@

Q. 원두를 볶는 일부터 초콜릿·아이스크림·브라우니 등을 손수 만든다고 들었다. 메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노력은?

A. 이영중

"‘학교 다닐 때 카페의 열정을 쏟았다면 아마 서울대학교에 가지 않았을까?‘하며 웃곤 합니다. 커피나 초콜릿 등 카페의 식음료는 생각보다 트렌디 합니다. 그래서 Cafe Show나 Salond de Chocolat 같은 커피나 초콜릿 관련 박람회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그때마다 서울과 지방간의 문화 차이를 고려해 접목할 아이템을 취사선택하기도 하거나 조금 비틀어 적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수제 초콜릿은 국내에서 이제 시작 단계인 아이템입니다. 운 좋게도 작년 말 스위스 펠클린사의 세미나에 초청돼 스위기 현지에서도 초콜릿을 공부하고, 전국의 쇼콜라티에들과 교류도 활발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보면 만 5년을 카페에만 불태웠는데도 아직도 저희의 열정은 들끓고 있나 봅니다."

Q. ‘원앤식스는 OOO이다’라고 표현했을 때, 무엇으로 불리고 싶은가? 또, 원앤식스가 추구하는 방향과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

A. 이정원

"‘원앤식스는 가족이다’라고 하고 싶네요. 나도 마시고, 우리 가족도 마신다는 생각으로 좋은 식재료 사용을 기본이자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원앤식스는 ‘가족이다’가 가장 어울릴 것 같습니다. 저희가 5년간 카페 관련 내공을 꽤 많이 쌓았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이제는 그 내공을 표출해보려고 합니다. 조만간 장흥 매장 확장 계획에 있고, 그 이후에는 대도시를 섭렵하고 나가야겠죠? 아직은 100% 논의 중이기만 합니다."

▲이영중 바리스타의 라떼아트. 양용비 기자 dragonfly@

Q. 요즘 100세 시대라는 말이 있다. 아직 젊지만 카페 이외에 인생2막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A. 이영중

"저는 개인적으로 건축을 공부하다 커피에 빠져 건축을 그만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울 성수점이나 강진점·영암점 모두 제가 손수 작업했습니다. 현재 제가 꿈꾸는 미래는 카페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건축 관련 일을 하는 것입니다. 카페 컨설팅부터 인테리어까지 하는 그런 일을 꿈꾸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A. 이정원

"‘무언가에 미치면 결국엔 미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런 열정으로 카페 일과 초콜릿 작업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도시에서도 저희의 노력이 쌓여 커피 분야에서도 초콜릿 분야에서도 장인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정원 쇼콜라티에의 수제 초콜릿. 양용비 기자 dragonfly@

<특별취재팀=김지호-양용비-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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